[글로벌 트렌드] "식재료 더 빨리, 편하게"…美 슈퍼마켓은 지금 `배달전쟁`

  • 이진명
  • 입력 : 2017.08.24 04:09:02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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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아마존 프레시. [사진 제공 = 아마존프레시 페이스북]
막힘 없이 뚫린 도로, 드넓은 주차장, 한적한 계산대…. 미국 슈퍼마켓에서 '장보기'라고 하면 떠오르는 장면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주요 대도시에서는 예전과 달리 출퇴근 시간을 중심으로 꽉 막힌 도로가 짜증을 일으키고, 가득 찬 주차장에서는 빈 공간을 찾기 위해 수십 분을 맴돌아야 하는 불편함이 적지 않다.

이 같은 세태 변화가 유통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슈퍼마켓을 중심으로 '배달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젊은 고소득 싱글족을 중심으로 직접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것보다 간편하게 식재료를 배달시키기를 원하는 소비자가 급증함에 따라 이들을 놓치지 않으려는 슈퍼마켓들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미국에 배달 서비스가 시작된 것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표적인 것이 '아마존 프레시'였다. 하지만 수요층이 얕아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배달의 필요성이 커지고 배달에 익숙한 소비층이 확대되면서 슈퍼마켓 배달 서비스가 본격화하고 있다.

경쟁의 신호탄은 이번에도 아마존이 쏘아올렸다. 아마존은 지난 6월 홀푸드마켓 지분을 인수했다. 텍사스 오스틴에 본사를 두고 있는 홀푸드마켓은 유기농 신선식품 전문 슈퍼마켓으로 미국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450여 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아마존의 홀푸드마켓 인수는 온라인 유통 거물 아마존의 오프라인 시장 진출이라기보다는 식료품 시장에 아마존의 배달 노하우를 접목시켜 시장을 잠식해 나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홀푸드마켓의 주요 소비자인 대도시 인근에 거주하는 젊은 층 주부와 싱글족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아마존의 등장에 가장 긴장한 업체는 월마트다. 월마트는 아마존의 세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이달 초 우버의 배달 서비스와 제휴를 확대한다고 선언했다. 우버는 앱을 활용한 택시 서비스인데 최근 배달 쪽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월마트는 알다시피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통업체다. 월마트와 우버는 첫 프로젝트로 텍사스 댈러스와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우버를 이용해 월마트의 상품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월마트의 상품을 주문하면 가까운 월마트 인근의 우버가 해당 상품을 소비자에게 배달하는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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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월마트가 우버와 제휴해 제공하는 배달 서비스 광고의 한 장면.
기존의 배달 서비스는 배송 시점을 지정하고 그때를 기다려야 했으나 새로 도입한 서비스는 배달시간을 지정할 필요 없이 우버 교통상황에 따라 30분에서 1시간 이내에 배달이 가능하므로 식재료의 신선도가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 소비자로서는 기다리는 시간을 최소화한다는 이점이 있다.

월마트는 우버 배달 서비스의 소비자 반응을 점검한 후 미국 전역의 주요 대도시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아마존과 월마트와의 전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유명 슈퍼마켓 체인인 해리스티터는 픽업 서비스를 선보였다. 배달 서비스까지 도입할 역량에는 못 미치는 까닭에 직접 구매하는 것과 배달을 받는 것의 중간 지점인 픽업 서비스를 선택한 것이다. 픽업 서비스는 소비자가 미리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픽업 시간을 지정하면 매장에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 주문한 상품들을 보관해 둔다. 주문한 소비자는 지정한 시간에 도착해 자신이 구매한 물건을 가져오기만 하면 된다.

직접 구매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는 듯하지만 복잡한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원하는 물건을 찾느라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고, 주차를 위해 복잡한 공간을 헤맬 필요도 없다. 갓난아이를 돌봐야 하는 젊은 주부들과 대도시에 거주하는 싱글족을 겨냥한 서비스다.

일부 유통업체들은 직원들이 퇴근하면서 인근 지역에 배달하는 서비스도 도입했다. 매장 인근 지역만 배달이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기존 직원을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추가 비용이 많지 않다는 이점이 있다.

배달만을 전문으로 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일리노이 스코키에 본사를 두고 있는 피포드(Peapod)라는 업체는 최근 미국 내 서비스 지역을 23곳으로 늘렸다.
온라인으로 식재료와 신선식품 주문을 받으면 제휴업체를 통해 구매해 이를 가정까지 배달해 주는 서비스다. 피포드는 미국 동부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자이언트 등과 제휴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프레시다이렉트, 인스타카트 같은 신생업체들도 인근 대형 슈퍼마켓과 제휴해 특정 지역에 신선식품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유통업체들의 경쟁력은 신선식품을 누가 더 빨리,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있었다면 앞으로는 누가 소비자들에게 더 신속하고, 편리하게 전달하느냐의 능력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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