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진출한 휴머노이드 ‘페퍼’ 고향 일본에서는...

<김승조의 일본 IT 탐방>

  • 김승조 라쿠텐 개발자
  • 입력 : 2017.10.30 16:48:30   수정 : 2017-11-01 16: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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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프트뱅크에서 만든 휴머노이드 ‘페퍼(Pepper)’가 이달 LG U+, 우리은행 등을 통해 한국에 진출했다. 국내에서도 휴머노이드 관련해서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페퍼가 이렇게 여러 기업들과 손잡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서비스에 나서다니 다소 뜻밖이다. 일본에서도 페퍼는 비교적 흔하게 만나볼 수 있지만 최근에는 보급 확대보다는 그간의 사용 경험을 바탕으로 성능 향상 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비교적 단순한 행동만을 할 수 있었던 것에서 자유도를 늘리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휴머노이드의 접근성을 높여라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사실 페퍼는 두가지 모델이 있다. 상업 목적으로 만들어져 점포에서 흔히 사용하는 ‘페퍼 for Biz’와 제한이 적고 대화기능을 중시한 가정용 ‘페퍼’가 바로 그것이다. 제한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업용과는 달리 가정용 페퍼는 자유도가 높아 다양한 퍼포먼스를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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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스마트폰, PC로 누구든지 페퍼 메이커를 통해 페퍼의 동작, 대사, 효과음 등을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다 [사진 출처 : 소프트뱅크]
페퍼의 자유도를 활용하는 방법도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페퍼메이커(pepper maker)를 활용하는 것이다. 페퍼메이커는 사용자에게 페퍼의 감정표현을 쉽게 설정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웹 서비스로 축하나 감사의 메시지 뿐만 아니라 개그나 고백 멘트까지 동작과 효과음을 조합해 입맛대로 표현할 수 있다. 페퍼를 보유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PC나 스마트폰이 있다면 홈페이지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페퍼메이커로 편집한 페퍼를 체험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간단한 조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본격적으로 자기 입맛에 맞게 수정해보고 싶다면 프로그램을 직접 조작할 수도 있다. 이것이 두번째 방법이다. 페퍼는 동작을 프로그래밍 할 수 있게 해주는 코레그래프(Choregraphe) 방식을 채택했으며 IBM 왓슨의 기술을 이용해 인지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페퍼로부터 무궁무진한 잠재능력을 끌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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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페퍼와 관련된 프로그래밍 참고서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사진 출처 : 아마존 저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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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만담 대회에 페퍼가 직접 출전한 것도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2015년 ‘R-1그랑프리’에서는 사람과 페퍼가 만담을 주고받는 연출을 선보였고 2년 후인 올해 9월 ‘M-1그랑프리’에서는 사람 없이 페퍼 두 대가 합을 맞춰 콩트를 진행해 관객들의 흥미를 끌어올렸다. 물론 이러한 연출은 사전에 계획된 철저한 알고리즘 설계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페퍼가 만담을 자유자재로 나눌 정도의 인지능력 기술을 갖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실제 만담가들이 그렇듯 관객의 반응을 살펴 상황에 맞는 멘트를 던지는 스킬은 학습을 통해 앞으로 더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언어 학습에 도전

페퍼의 활용도를 높이는 또 하나의 연구 개발은 바로 언어, 특히 사투리다. 페퍼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 등 언어를 선택할 경우 표준어를 사용하도록 설정돼 있다. 사용자가 페퍼의 언어를 가장 오류 없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하지만 문제는 듣는 것마저 표준어를 기준으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표준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억양 때문에 페퍼에게 의사 전달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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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히로시마 야구단에 입단한 카프페퍼 [사진 출처 : 카프 트위터]
이러한 문제의식은 출시 당시부터 거론되었는데 로봇 관련 뉴스 종합 사이트 로보나비(Robonavi)에서는 ‘페퍼가 경험을 통해 지식을 축적해 나가기 때문에 머지않아 방언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히로시마 현을 대표하는 야구팀 ‘카프’에 히로시마 사투리를 구사하는 ‘카프페퍼’의 입단이 발표되면서 증명한 바 있다. 카프페퍼는 현재까지도 유니폼과 타올을 두른 채 이곳 저곳에서 활약 중이다.

촉각 센서의 도입, 몸으로 느끼는 휴머노이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촉각 센서의 채용이다. 지난 11일 개최된 씨텍 일본 전시회에서차세대 프린티드 일렉트로닉스 기술연구조합(JAPERA)은 페퍼에 촉각센서를 탑재해 가볍게 만지거나, 쓰다듬거나, 주무르는 동작의 강약을 인식해 반응하도록 하는 기술을 발표했다. 페퍼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면 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응?’ 하는 반응을 보이지만 세게 때리면 “아얏”하고 소리를 낸다.
이러한 기술들은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넘어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페퍼를 비롯해 수많은 휴머노이드들은 지금도 진화를 거듭해 나가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오는 11월 21일과 22일 이틀간 도쿄에서 ‘소프트뱅크 로봇 월드 2017’을 개최한다. 업종별 페퍼의 활용사례와 새로운 로봇 서비스에 대한 강연이 준비돼 있고 청소, 운송, 건설 부문 로봇들의 전시회와 함께 회장에서는 페퍼의 접객서비스가 이뤄질 예정이다.

[김승조 라쿠텐 소속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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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 국사학과를 나와 국비지원 학습과정을 통해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오키나와 유학시절 익힌 일본어 실력을 살려 일본 현지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으며 일본 라쿠텐 본사의 웹 개발 담당으로 입사할 예정이다. 라쿠텐, 아마존재팬과 같은 일본 전자상거래 업계와 함께 사물인터넷, 웹페이지의 사용성 등 첨단 기술 부문에 관심을 두고 현지 동향을 관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