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LAS의 백덤블링이 촉발할 로봇의 미래는?

<구성용의 로보월드>

  • 구성용 피킷 선임연구원
  • 입력 : 2017.11.22 18:12:59   수정 : 2017-11-23 09:5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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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나 자신을 ‘로봇공학자'라고 소개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미래에는 정말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게 될까요?'다. 그동안 많은 영화나 소설 등을 통해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에 대한 이러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최근 인공지능 기술은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작년에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것처럼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분야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시각도 우려보다는 열린 자세와 적극적인 수용 문화가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인류가 인공지능을 통제하고 적절히 이용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고 하드웨어 부문에서는 로봇 기술이 아직 우려할 만큼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가 보아온 로봇들은 아무리 잘 걷고 뛰고 춤을 추고 해도 어린아이보다도 못한 수준에 그쳤다.

덤블링, 점프를 자유자재로 하는 '로봇'

그러나 며칠 전 보스턴 다이나믹스에서 놀라운 영상을 공개했다. 신장 150cm, 무게 75kg의 ATLAS 로봇 신제품이 장애물을 자유롭게 점프해 넘어다니더니 급기야 공중에서 백덤블링을 한 뒤 안전하게 착지하는 데 성공한 영상이다. 마치 숙련된 기계체조 선수의 움직임과 같은 동작을 선보이면서 보는 사람들의 감탄을 끌어냈다. 이 영상은 공개된 지 사흘만에 조회수가 1000만건에 육박했으며 각종 미디어를 통해 놀라움과 우려의 반응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아마 로봇 기술이 보통 사람의 운동능력을 넘어선 첫 사례로 지난 알파고 때처럼 우리는 또 한 번 인간으로서 생물학적 집단 경계심이 발동하는 충격적인 상황을 목격한 것이다. 이미 인간의 성능을 넘어서는 딥러닝과 인공지능을 수용한 상태이기 때문에 충격이 배가되고 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전 세계 로봇공학자들에게서 인정받는, 로봇제어 분야의 첨단에 위치한 회사다. ATLAS 외에도 이 회사가 선보인 BIGDOG, WILDCAT, SPOT 등은 로봇 하드웨어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번에 선보인 백덤블링 영상은 로봇의 무게를 이겨내는 액추에이터의 성능, 시뮬레이션을 통한 로봇 제어 기술의 정확도가 매우 높은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이를 시작으로 앞으로 더욱 다양하고 역동적이면서 안정적인 동작을 할 수 있는 로봇들이 다른 회사나 연구실에서 뒤이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어질리티 로보틱스가 2족 보행 로봇 플랫폼 CASSIE를, 중국의 유니트리 로보틱스가 4족 보행 로봇 Laikago를 상용화한 것처럼 말이다.

그동안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은 융합과 분리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며 발전해왔다. 지금은 두 기술이 따로 발전하면서 성숙도를 높여가는 단계로 보인다. 아직 본격적인 단계는 아니지만 로봇이 물리 환경과 직접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기술을 학습하는 것처럼 두 기술을 융합한 연구도 조금씩 시도되고 있다. 아마 머지않은 미래에 두 기술이 본격적인 융합의 길로 들어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공장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로봇 매니퓰레이터와 이미 대중화의 길을 걷고 있는 서비스 로봇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로봇의 사회, 경제적 영향 고민해야 할 때

그렇다면 사람보다 뛰어난 운동 능력과 학습능력을 갖춘 로봇이 등장하면서 새롭게 만들어 낼 사회적, 경제적 역할에도 시선을 두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증기기관부터 최근 스마트폰까지 첨단 기술은 사회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기업의 흥망성쇠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눈여겨봐야 할 두 회사가 있다. 바로 일본 소프트뱅크와 한국 네이버다. 소프트뱅크는 구글이 결국 통합에 실패한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얼마 전 인수했으며 네이버 랩스는 데뷰 2017을 통해 9종의 새로운 로봇 기술을 선보였다. 이 두 회사는 정보통신기술(ICT)과 로봇 기술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그리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이미 알데바란 로보틱스를 통해 개발한 감정 상호작용 로봇 페퍼를 성공적으로 보급해 인간 생활 가까이에 진출시켰다.
네이버 랩스의 M1과 어라운드는 로봇 자율주행 기술을 이용해 공간 활용성을, 에어 카트와 로봇형 스케이트보드는 이동성을, 로봇팔 엠비덱스는 유연성과 안전성을 앞세워 사람의 물체 조작성을 확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움직임들은 인공지능과 로봇의 융합이 가능한 플랫폼이 구축되면 그 위에서 본격적인 융합 기술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그러면 인공지능은 로봇의 등에 타고 더 넓은 공간을 움직이면서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고, 로봇은 인공지능을 등에 업고 더 자율적이고 지능적으로 사람이 사는 공간을 이동해 다닐 수 있을 것이다. 고리타분한 질문이지만 사람과 지능 로봇이 공존하는 사회를 앞으로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비관적이든 낙관적이든 그 실체와 가능성이 제시됐으니 이제 또다시 상상력을 펼쳐야 할 시점이 도래했다.

[구성용 피킷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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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에서 로봇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마친 뒤 독일 뮌헨, 본 대학교 컴퓨터과학과에서 선임 연구원으로 포스트닥터 과정을 마친 로봇 전문가. 로봇 팔과 같은 하드웨어부터 컴퓨트 비전 등 소프트웨어까지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다. 현재 로봇에 탑재되는 카메라와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피킷(Pick-it)에 선임 연구원으로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