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VR도 앞서나간다

<정덕영의 VR 월드>

  • 정덕영 클릭트 대표
  • 입력 : 2017.11.23 18:35:52   수정 : 2017-11-27 15:2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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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부터 21일까지 중국 심천에서는 차이나 하이테크 페어 2017(CHTF 2017)이 개최됐다. 중국을 대표하는 첨단 기술인 인공지능(AI), 로봇, 증강/가상현실(AR/VR), 사물인터넷(IoT), 드론, 5G 이동통신 등을 비롯해 다양한 기업들의 첨단 제품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행사다. 필자는 컨텐츠진흥원의 도움으로 CHTF2017에 참가해 둘러볼 기회를 얻었다.

완만한 회복세에 있는 중국 VR

CHTF2017에서는 부스 테마와 관계없이 가동되는 VR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아직도 VR을 말로만 들어본 사람들이 훨씬 많아 대부분의 VR 체험부스마다 문전성시를 이뤘다. VR과 무관한 부스에서조차 VR을 전시 기술의 하나로 활용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 이제 VR도 전시 요소의 필수 항목 중 하나로 당당히 자리잡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 중국, 일본의 VR 산업은 작년 말부터 이른바 숨고르기에 들어갔었다. 이후 바닥을 다지다 최근에는 옥석구분 단계를 지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느꼈는데 이번 CHTF2017에서 이같은 생각에 확신을 갖게 됐다. 최근 몇년간 중국 수천개 기업들이 쏟아낸 VR 제품들의 조악함은 이미 상당수 사라진 듯 하다. 업체는 줄었지만 제품의 재질,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사용감, 편의성 등은 크게 향상돼 완성도 높은 제품들이 전시회 곳곳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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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괜찮은 성능과 놀라운 디자인적 완성도를 보여주는 중국의 HMD 기기 '피코'. 1700위안에 판매중이다. 연말 판매되는 피코 네오는 광학 기술의 도움없이 모션 센서 만으로 위치 추적을 해내는 기술이 탑재돼 있다. [사진 출처 : 클릭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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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가장 놀라운 것은 대부분의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에서 MTP 레이턴시(사용자의 얼굴 움직임을 읽어 화면에 반영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개선됐다는 점이다. 최소한 이제는 이동이 없는 컨텐츠를 둘러 볼 때에도 멀미를 유발시켰던 과거 1-2년 전의 상황은 극복한 것처럼 보인다.

컨텐츠 측면에서도 중국의 VR 컨텐츠들은 상당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필자가 느끼기에 중국은 아직 한국에 비해 디테일과 역량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외국의 기술이나 서비스의 진출에 의존하지 않고 막대한 규모의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플랫폼을 성장시키려 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에서 부러움과 조만간 들이닥칠 미래에 대한 공포심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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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VR로 장갑차에 탑승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부스 [사진 출처 : 클릭트]
HMD, 모바일 올인원이 대세

또 과거 자주 보이던 PC 연결 VR HMD는 이제 거의 보이지 않았다. 최근 오큘러스가 커넥트를 통해 발표한 스탠드 얼론 형태의 ‘오큘러스 고’, HTC가 공개한 ‘바이브 스탠드얼론’ 등과 마찬가지로 중국 본토에서도 대부분의 HMD는 올인원 방식의 스탠드 얼론 형태가 대세다. 스마트폰을 장착하는 삼성 기어 VR 형태의 HMD는 하나도 보지 못했다.

대부분의 국내 업체들이 플라스틱 케이스에 스마트폰을 끼워 HMD라고 팔던 시대는 이미 종언을 고했다. 개인적으로 올인원 기기들이 세계 모바일 VR 시장 점유율 1위의 삼성 기어 VR과 자리 다툼하지 않고 시장을 크게 넓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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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VR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 [사진 출처 : 클릭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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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긴 터널 속의 한국 VR, 출구는?

2017년 말 현재 해외의 VR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지난 몇년간의 폭발적인 성장에 이어 찾아온 성숙기를 거쳐 완만한 회복세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너도 나도 VR을 외치며 조악한 품질의 하드웨어와 컨텐츠를 쏟아내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VR의 여명기가 본체에 유선으로 연결되는 불편한 하드웨어에 의해 시작됐다면 VR의 2기는 스탠드 얼론의 형태로,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과 함께 시작하려 하고 있다.

한국의 VR상황은 체감상 주변 국가들에 비해 1년 느리다. 여전히 터널 속에 있으나, 이제 저멀리 한줄기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찾아야 할 때다.

[정덕영 클릭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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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게임 업계에서 활동했던 컴퓨터그래픽(CG) 전문가로 대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우연한 기회에 오큘러스 리프트 DK1을 접한 뒤 VR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모바일과 VR을 접목한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 기어VR의 런칭 타이틀인 경주 VR 뮤지엄, 일본 미토 미술관의 세계 첫 워킹 VR 전시인 블라인드 퍼스펙티브 등을 제작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