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리포트] 성추행·불법 프로그램…스캔들로 얼룩진 `혁신 1번지`

특유의 자유로운 업무환경 속 자율주행차 등 급성장했지만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式 경영, 지나친 男중심 문화 등 도마에

  • 손재권
  • 입력 : 2017.12.05 04:04:02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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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실리콘밸리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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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우버 창업자이자 전 CEO 트래비스 캘러닉. 그는 실리콘밸리 혁신의 아이콘에서 성추행, 불법, 남성 중심 문화 등 부정적 스캔들을 대표하는 인물로 추락했다.
'혁신의 본고장' 실리콘밸리에서 2017년을 관통하는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이었을까? 인공지능이 세상을 지배하고 애플이 10주년 기념 '아이폰X'을 출시한 것. 구글, 페이스북 등이 증강현실(AR) 기능을 내놓고 자율주행차가 본격적으로 도로에 다니기 시작한 이벤트가 떠오른다. 하지만 실리콘밸리 내부에서는 우버 스캔들, 유명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성추행 사건, 구글 직원의 성차별 옹호 발언, 지나친 남성 엔지니어 중심 문화, 폭등한 집값 상승으로 인한 빈부격차 등로 대표되는 '문화 전쟁'을 꼽는다.

이를 두고 비즈니스인사이더에서는 실리콘밸리식 자유로운 문화가 쌓아올린 '버블(liberal bubble)'이 터졌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실리콘밸리 하면 떠오르는 놀이터 같은 사무실, 직원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독려하는 자유로운 문화, 출퇴근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환경, 여성 및 외국인 등 소수자들도 차별받지 않고 능력이 있으면 언제든 승진할 수 있는 능력제 시스템 등의 강점이 점차 사라지고 그 자리에 독버섯처럼 변질된 관료제 문화가 있다는 것이다.
우버는 실리콘밸리에서 '실행력의 제왕'으로 불린다.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사람들이 남는 시간에 택시 운전을 할 수 있게 하는, 누구나 한번쯤 떠올려봤을 아디이어를 실행에 옮겨 창업 10년도 안돼 기업가치 685억달러(약 74조3000억원)를 지닌 세계 최대 비상장 기업으로 만든 것은 '신화'로 불릴 만하다. 그러나 우버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캘러닉 CEO가 주도해 저지른 '나쁜 일'들이 지난 1년간 집중적으로 드러났는데, 경쟁사 기밀 빼내기, 불법 프로그램 운영, 사내 성추행, 해킹 피해 사건 은폐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빨리 성장하고 결과만 좋으면 다 좋은 것 아니냐"는 식의 행동 방식이 기업에 큰 리스크를 안겨다 주면서 핵심 시장인 영국 런던 등에서 퇴출 위기까지 겪고 있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는 2013년 '린인(Lean In): 여성과 일 그리고 리더십'이라는 저서를 펴내고 여성의 적극적 사회 참여를 독려하면서 실리콘밸리 여성의 아이콘이 됐다. 실리콘밸리 여성은 회사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받고 차별을 최소화하면서 일하고 성과를 보여주는 상징과 같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반대였다. 워낙 남성 지배적 문화인 실리콘밸리에서 여성 차별, 성추행이 만연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빅4 기업이 이제 문제 해결사가 아닌 위협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 기업이 미디어 및 정보기술 산업을 과점하고 있는 현상은 과거 미국에서 석유, 담배, 제약사, 통신 등 거대 산업을 일부 기업이 과점하다 철퇴를 맞은 것과 비슷하다며 '쿼드로폴리(Quadrupoly·Quadruple+Monopoly)'로 불리기도 한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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