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일본에서 ‘유통화폐’ 지위 넘본다

<김승조의 일본 IT 탐방>

  • 김승조 라쿠텐 개발자
  • 입력 : 2017.12.29 10:34:54   수정 : 2018-01-02 16: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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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아니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19일 암호화폐 거래소 ‘유빗’이 해킹당해 172억원 가량의 피해를 입었고 12일에는 한 고등학생이 비트코인의 시세차익을 노린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암호화폐 생성에 나섰다가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 이제 암호화폐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안보이지만 가장 탐나는’ 화폐가 됐다.

반면 이같은 열기와 ‘화폐’라는 단어가 무색하게도 국내 암호화폐 시장은 주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거래소에서만 거래되는 화폐로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바다 건너 일본에서는 상황이 좀 다르다.

전자제품은 전자화폐로 사라!

일본에서는 최근 가전제품 총판점인 빅카메라(BIC CAMERA)가 비트코인 거래를 전면 도입했다. 결제는 비트코인 거래소 앱에 있는 QR코드 촬영 기능을 이용해 할 수 있다. 점원들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보니 소비자들이 아직 결제 방법에 익숙하지 않다고 한다. 계산대에서 비트코인 결제 시도에 실패하고 다른 결제수단으로 구매한 이용자들도 많았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도입 실태는 다소 미숙하지만 실물 카드나 월렛 기능을 이용한 스마트페이를 선호하는 우리 나라와 다르게 라쿠텐의 R페이와 같이 QR코드 결제 방식이 널리 쓰이고 있는 일본의 특성상 비트코인 이용자가 늘어난다는 전제 하에 소비자들도 곧 적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업계에서는 상호 협력업체인 빅카메라, 코지마(Kojima), 소프맙(Sofmap) 3사가 모두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했다. 한편 또다른 암호화폐인 모나코인도 일본 전자제품의 성지인 아키하바라에서 통용되기 시작해 주목받고 있다. 용산 전자상가에서 암호화폐를 쓰게 된다면 이런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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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빅카메라는 암호화폐 거래소인 비트플라이어를 통해 비트코인 거래를 도입중이다(좌). 
빅카메라의 비트코인 결제는 전자화폐 5%할인대상에, 면세와 병행할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 유리하다(우) [사진 출처 : 매경DB]
악어와 악어새, DMM.com과 Coincheck

사실 빅카메라보다도 1년 이상이나 앞서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한 회사가 있는데 바로 DMM닷컴(이하 DMM)이다. DMM은 비트코인 시장이 각광을 받기 이전인 2016년 2월부터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했다. DMM은 코인체크(Coincheck)와 제휴해 포인트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코인체크도 DMM을 비트코인 결제 솔루션 앱의 홍보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코인체크 앱은 지난 15일 앱스토어 무료 앱 랭킹 10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점포 크기와 관계없이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고 본인 인증만 하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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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DMM닷컴은 비트코인을 포함해 다양한 전자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좌).
코인체크의 앱을 이용하면 매상실적과 같은 기본적인 업무 서비스에도 활용할 수 있다(우) [사진 출처 :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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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M의 가메야마(亀山)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날이 올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그 날이 안 온다고도 할 수 없는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 벤처 정신” 이라고 언급했다. 비트코인 결제 도입의 영향은 아직 크지 않지만 암호화폐가 더 활발히 통용된다면 DMM은 경쟁사를 미연에 견제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암호화폐 성비 변화가 미친 영향

앞서 언급한 전자제품, 인터넷 영상 서비스는 모두 남성 이용자의 성비가 훨씬 높은 업종이다. 비트플라이어(bitFlyer)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2016년 여름까지는 여성의 비트코인 소지율이 한자릿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20%를 넘기 시작했고 그에 발맞춰 여성을 주 고객으로 하는 업종에서도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 대표주자가 바로 백화점으로 유명한 마루이(MARUI) 그룹이다. 마루이는 올해 8월부터 신주쿠 마루이 아넥스에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도입했고 취급 가능 점포를 계속해서 확대해 나가고 있다. 마루이를 시작으로 뷰티&헬스 업종에서도 비트코인을 취급하는 점포가 늘어나고 있고 이와 함께 가상화폐를 이용하는 여성의 비율도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남녀 모두가 이용하는 종합 인터넷 쇼핑몰의 비트코인 연계도 확대되고 있다. 비트플라이어에서는 비트코인으로 아마존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고 라쿠텐 쇼핑몰 이용시 일부를 비트코인으로 환급해주는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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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인기 때문인지, 공급량 부족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아쉽게도 아마존 상품권은 늘 품절 상태였다 [사진 출처 : 매경DB]
지금까지 일본의 비트코인 결제 도입 현황을 대기업 위주로 소개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각종 업계를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암호화폐 결제를 앞다퉈 도입하려는 것으로 간주해서는 안된다. 암호화폐는 일본에서도 여전히 위험부담이 큰 화폐이며 결제 체계 도입은 불확실성에 대한 투자로 인식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그 불확실성을 얼마나 제어하고 감당할 것인지는 정부와 기업에 달렸다. 우리나라에서도 논의가 진척되고 있지만 일본 정부에서는 이미 거래소 인가제를 도입해 소비자를 보호하고 무분별한 거래소 설립을 막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가 제아무리 활성화 된다 해도 거래의 근간인 거래소가 불안정하면 앞으로도 암호화폐와 관련된 문제들은 우후죽순 일어날 것이다. 하나의 재화가 ‘통화’로서 인정받는 과정은 단순한 화제성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빠른 시일 내에 관련 규정이 자리잡고 올바른 거래 문화가 구축돼야 할 것이다.

[김승조 라쿠텐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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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 국사학과를 나와 국비지원 학습과정을 통해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오키나와 유학시절 익힌 일본어 실력을 살려 일본 라쿠텐 본사의 백엔드 엔지니어로 재직중이다. 라쿠텐, 아마존재팬과 같은 일본 전자상거래 업계와 함께 사물인터넷, 웹페이지의 사용성 등 첨단 기술 부문에 관심을 두고 현지 동향을 관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