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블록체인 정부의 포문을 열다

<전명산의 블록체인 아고라>

  • 전명산 블록체인OS CSO
  • 입력 : 2018.03.15 12:47:23   수정 : 2018-03-15 18: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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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가장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나라 혹은 도시로는 에스토니아, 두바이, 영국, 싱가폴, 네델란드, 스웨덴, 중국 등을 꼽을 수 있다. 평소 이 나라들을 직접 방문해 프로젝트의 진행 현황 등을 알아보고 싶었는데 다행히 지난 2월 5일과 6일 이틀간 두바이에서 있었던 2018 블록체인 미들 이스트 포럼(Dubai Blockchain Middle East Forum)에 참석할 기회를 얻었다.

한국 정부가 근 6개월 이상 암호화폐를 규제하는 입장을 표명해 왔기에 필자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선도하는 두바이 정부가 암호화폐를 어떻게 바라볼지 상당히 궁금했다. 왜냐하면 많은 정부들이 블록체인 기술에는 적극적이면서도 암호화폐에는 상당히 꺼리는 입장들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바이 정부는 의외로 암호화폐에 상당히 긍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특히 두바이 상업은행 최고조직책임자(COO)가 나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이 제공하는 새로운 기회를 자신 있게 표명하는 장면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은행권이 정부의 눈치를 보며 매우 움츠러들어있는 한국과는 사뭇 다른 풍경에 두바이 정부가 블록체인 영역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행동이 신기술을 내세운 마케팅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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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두바이에서 개최된 2018 블록체인 미들 이스트 포럼 [사진 출처 : 2018 Dubai Blockchain Middle East 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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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블록체인 미들 이스트 포럼 진행 광경 [사진 출처 : 2018 Dubai Blockchain Middle East 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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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는 2020년까지 블록체인 기반의 정부 시스템(Blockchain backed government system))을 구축하겠다는 야심찬 전략 하에 프로젝트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두바이 미래박물관 재단은 2016년 4월 정부 기관, 국제 기업, UAE 은행 및 국제적인 블록체인 기술 회사 등이 참여하는 서른 두 명의 인사로 ‘글로벌 블록체인 협의회(GBC)’를 구성했다. GBC는 5월 관광, 상속 및 재산 이전, 다이아몬드 확인 및 교역, 건강 기록 및 디지털 금융 거래 서비스 등에 관한 일곱 개의 블록체인 파일럿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어 10월에는 두바이 미래 전략을 총괄하는 막툼 왕세자가 두바이 블록체인 전략(Dubai Blockchain Strategy)을 발표했는데 여기서 그는 세계 최초로 2020년까지 모든 정부 문서를 블록체인에 담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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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두바이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막툼 왕세자의 트위터 [사진 출처 :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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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두바이 정부는 2017년 2월 IBM과 협약을 맺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두바이의 세관과 무역 기업의 물품·선적 상태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무역거래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단순한 정보 전달이나 처리를 넘어 블록체인 기반으로 정보의 실시간 처리 및 처리 자동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이어 2017년 6 월 두바이 정부는 두바이 국제 공항에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여권을 도입하기 위해 영국에 기반을 둔 블록체인 신생 기업인 오브젝트테크(ObjectTech)과 계약을 체결했다. 세계 최초로 기존의 수동 여권 검증 절차를 없애고 게이트 없는 공항 출입 시스템을 만들려는 것이다. 이처럼 두바이는 과감하게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면서 종이 없는 사회, 현금 없는 사회를 향해 야심찬 계획을 진행 중이다.

두바이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또 다른 프로젝트인 블록체인 기반 의료정보시스템은 진료 기록, 처방전, 환자의 병력 등을 블록체인에 저장함으로써 의료정보 공유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지금까지 각 개인들의 의료정보는 개별 의료기관에 흩어져 있어 의료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원활하지 않았다. 한국 역시 이전 의료기관에서 받았던 진료기록을 다른 의료기관에 제공하려면 환자가 이전 의료기관에서 의료기록을 받아서 직접 제출해야 했다. 두바이 의료당국의 컨설턴트인 마진 가디르(Mazin Gadir, Consultant for Dubai Health Authority)는 두바이가 구축하려는 새로운 의료정보 시스템의 핵심을 ‘환자를 따라가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의료정보 관리 전체 과정을 블록체인으로 연결함으로써 환자의 동선을 따라가는 서비스를 구현하겠다는 것으로 상당히 흥미로운 전략이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두바이 정부의 스마트 시티 실행부(Smart City Enablement Department)의 실행이사 소헤일 무니르(Dr Sohail Munir)는 두바이 정부에서 진행 중인 블록체인 프로젝트 현황을 소개했다. 소헤일 무니르는 두바이가 2016년에는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위한 전략과 실행 계획을 수립하는데 주력했고 2017년에는 여러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의 기술 로드맵을 수립하고 프로토타입을 개발해왔다고 기간의 경과를 설명했다. 그리고 2018년의 목표는 블록체인 기술들을 테스트하고 검증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도시에 적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올해 이 목표대로 진행이 된다면 두바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블록체인 기술을 실생활에 도입하는 도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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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도시 행정 시스템에서 블록체인 기술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는 소헤일 무니르(왼쪽에서 첫번째) [사진 출처 : 2018 Dubai Blockchain Middle East 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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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두바이가 블록체인 기술을 과감하게 도입하는 목적은 다음의 3가지로 요약된다.

첫번째,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정부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려는 것이다. 두바이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종이 없는 행정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만으로도 매년 한화로 약 1조6000억원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종이를 없애는 것만으로도 이 정도의 효율성을 얻는다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행정 시스템을 투명하게 만들고 행정 시스템을 자동화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잇점은 몇배는 더 클 것이다.

두번째, 두바이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촉진함으로써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두바이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두바이 실리콘 오아시스(Dubai Silicon Oasis)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두바이 정부는 해외의 유수 블록체인 기술 업체들에게 두바이 실리콘 오아시스에 입주해달라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더불어 블록체인 기술이 완성된 기술이 아니라, 오히려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더 많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시인했다. 특히 개인 식별, 개인 인증(KYC) 영역은 아직 자기들도 명확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블록체인 기술 기업들에게 해결책을 제안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들은 누군가가 블록체인 기술을 완성시키기를 기다리지 않고 오히려 선도적으로 하나씩 실험을 해가며 해결해야할 문제들을 파악하고, 그것을 감추지 않고 해결책을 같이 찾아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아직 초기 기술이기에 당장 이 기술로 확실한 답을 만들고자 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두려워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하나씩 해답을 만들어가려는 이들의 접근 방법에서 오히려 이 프로젝트에 대한 두바이 정부의 진지함을 엿볼 수 있었다.

세번째, 두바이 정부는 정부 행정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함으로써 글로벌 리더십을 구축하고자 한다. 두바이는 이미 두바이 미래전략을 통해 세계적인 트렌드를 선도하는 도시로 자리매김한 바 있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블록체인 정부의 포문을 먼저 열어젖힘으로써 미래 전략을 선도하는 도시로 확실하게 각인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미 블록체인 기술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라는 것을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블록체인 영역에서 확실하게 이니셔티브를 잡겠다는 두바이 정부의 과감한 전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정부는 작년 하반기 갑작스럽게 다가온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열풍에 깜짝 놀라 초법적인 규제안을 꺼내든 뒤 바짝 움츠러든 바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 정부도 블록체인 기술 동향과 함의, 그리고 산업의 의미를 빠르게 학습하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어떻게 하면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중이다. 두바이 정부의 선도적인 실험과 실행은 후발 주자로 출발한 우리에게 많은 시간을 줄여줄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전명산 블록체인OS C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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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사회학과 대학원을 중퇴했다. 블로그 기반 미디어인 미디어몹의 기획팀장, SK 커뮤니케이션즈 R&D 연구소 팀장, 스타트업 대표 등 20년간 IT산업 영역에서 일을 했다. 현재는 블록체인 기술 전문회사 블록체인OS에서 근무 중이다. 2012년에는 원시사회부터 21세기까지의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분석한 '국가에서 마을로'를, 2017년에는 블록체인 기술의 사회적 의미를 분석한 '블록체인 거번먼트'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