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패드 신제품으로 구글·MS를 겨냥하다

<유인식의 교육과 첨단기술>

  • 유인식 유비온 에듀테크센터장
  • 입력 : 2018.04.03 15:49:37   수정 : 2018-04-09 10: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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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지난달 27일 아이패드 신제품을 발표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번 행사는 여느 신제품 발표와 달리 시카고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이뤄져 눈길을 모았는데 행사 자체가 아이패드 신제품보다 교육이 화두인 행사여서다. 새로운 아이패드도 사실 기존 아이패드 프로의 기능을 그대로 이어받아 그닥 새로울게 없었다. 기존 아이패드와 같은 가격대로 출시된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기능은 아이패드 프로, 가격은 아이패드. 새로운 아이패드의 특징은 이렇게 요약된다.

이번 행사의 주안점은 아이패드보다 오히려 그동안 교육 시장에서 구글과 MS에게 밀려왔던 애플이 라인업을 대대적으로 보강했다는 것이다. 행사 구성도 아이패드의 하드웨어적인 기능보다는 새롭게 추가된 소프트웨어들에 대한 소개가 주된 내용이었다. 주요한 이슈 몇가지만 짚어보자.

새롭게 등장한 학습 플랫폼 스쿨워크

스쿨워크(Schoolwork)는 한마디로 구글 클래스룸(Google Classroom)의 애플 버전이다. 교사는 학생을 초대해 클래스를 만들수 있고 기존 구글 클래스룸처럼 온라인 수업을 디자인할 수 있다. 아이패드로 간단한 파일이나 링크를 제공할 수도 있고 학생들에게 과제도 줄 수도 있다. 앱스토어에 등록된 다양한 학습도구도 활용할 수 있다. 과제 뿐만 아니라 앱스토어의 학습도구를 갖고 학생들이 어떻게 학습활동을 하는지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이런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차근차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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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애플이 공개한 스쿨워크 [사진 출처 :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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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닝 전용 프레임워크 클래스킷

클래스킷(ClassKit)은 앞선 의문에 대한 해답이다. 스쿨워크가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써드파티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개발 프레임워크다. 아마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혹은 소프트웨어 개발 킷(SDK) 형태로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우리가 아이폰으로 게임을 하는 동안 활동 데이터는 애플의 게임센터에 그대로 저장된다. 건강 데이터도 헬스케어 플랫폼에 저장되고 있다. 스쿨워크는 애플의 게임센터, 헬스케어 플랫폼과 비슷한, 교육을 위한 플랫폼이다. 클래스킷은 게임킷과 헬스킷처럼 플랫폼에 데이터를 제공하기 위한 개발도구 역할을 한다.

이렇게 보면 게임이나 헬스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었던 애플의 입장에서는 교육 플랫폼을 만들고 데이터 수집을 위한 개발 도구를 제공하는 것은 너무 당연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왜 이런 플랫폼을 만들었을까” 라는 질문보다 “왜 이제서야 이런 플랫폼을 내놓았을까” 라는 질문이 더 타당하다. 마땅한 대답을 내놓기는 어렵지만 아래 소개되는 내용으로 애플이 그간 속도조절을 했던 이유을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교실용 수업도구 클래스룸

클래스룸(Classroom)은 애플의 장점이 그대로 드러나는 독특한 소프트웨어다. 바로 실시간 수업도구다. 스쿨워크가 온디맨드 방식의 학습 플랫폼이라면 클래스룸은 교실에서 수업시간에 직접 활용할 수 있는 도구로 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아이패드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이 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맥에서도 작동되게 만들었다. 학생들이 아이패드로 뭘하고 있는지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학생들이 사용하는 아이패드의 앱을 제어하며 인터넷 브라우저를 통해 특정 웹사이트를 띄울 수 있고 소리까지 제어가 가능하다. 아이패드를 활용한 미러링 기능의 끝판왕이 등장한 것이다.

이것이 지향하는 바는 자명하다. 학생들의 참여, 즉 인게이지먼트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애플은 그동안 미러링 기능만큼은 써드 파티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이렇게 자기네들 소프트웨어를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약간 얄밉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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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애플 클래스룸 실행 화면 [사진 출처 :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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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이러닝 분야에서는 불문률처럼 지켜오던 관행같은 것이 있었다. 바로 온디맨드 교육관리는 학습 플랫폼(LMS)이, 현장에서의 교실 수업은 각종 수업도구가 지원 역할을 맡는 것이다. 학습 플랫폼은 다양한 교수법을 지원하기 위해 시스템의 유연함에 초점을 맞춰 발전했으며 수업도구는 교실 수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성장했다.

두 시스템은 이처럼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각각의 기능을 공유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다. 학습 관리 플랫폼은 미러링 기능이 아예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미약했으며 반대로 수업도구인 미러링 도구들은 정확히 반대 지점에 있었다. 따라서 학교 현장에서의 선택은 둘로 정확하게 나뉘었다. 다양한 교수법 지원이 필요한 곳은 학습 플랫폼이, 일원화된 교육방식이 적용되던 곳은 수업지원 도구가 활성화된 이유다.

다시 질문을 던져보자. 애플이 예상보다 훨씬 더 늦게 교육 시장에 대응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 아마 이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게 내 결론이다.

창의성 도구와 코딩 도구

애플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마지막에 몇가지 도구를 슬쩍 끼워 넣었다. 기존 앱 중 영상, 사진, 음악, 그림 그리기 등의 도구를 창의성 학습도구로 배치한 것이다. 몇몇 영상을 보면 학습자용 앱에서 과제 등에 이런 도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코딩교육이라는 트렌디한 주제도 빠뜨리지 않았다. 기존 스위프트(Swift)의 플레이그라운드를 코딩교육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존 맥에서 엑스코드(Xcode)를 통해서만 활용할 수 있었던 스위프트를 iOS에서도 플레이그라운드 방식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를 새로 제공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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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아이패드에서 실행되는 스위프트 플레이그라운드 [사진 출처 :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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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갑작스런 이벤트를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우리 애플이 달라졌어요”라고 볼수도 있고 교육 시장에서 구글의 약진을 보며 와신상담한 결과로 해석할수도 있다. 물론 애플이 그동안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음은 확실해보인다.

뒤늦게나마 구글을 따라잡겠다고 나섰으니 향후 교육 시장이 어떻게 요동칠지가 궁금하다. 구글이 그동안 크롬북을 앞세워 교육 시장 점유율을 꽤 높혔지만 애플의 기존 영향력은 절대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아이패드 프로급 기능을 제공하는 기기가 가격까지 내려간 상황에서 학교용, 교사용 수업도구에 학습플랫폼까지 제공되니 학교 입장에서는 즐거운 비명을 지를만도 하다.

구글은 구글클래스룸이라는 클라우드 기반의 학습 플랫폼을, MS는 메이커교육과 코딩교육을 앞세우고 있지만 애플은 이번 발표를 통해 둘 모두를 제공하게 됐다. 여기에 기능 측면에서 두 경쟁자보다 월등한 가성비와 앱스토어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 크롬북을 살 수 있는 예산에 기기당 100달러만 더하면 훨씬 예쁜(?) 아이패드와 교육용 툴을 제공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 내 K12 교육의 예산 담당자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애플의 이번 발표로 일방적일 것만 같았던 교육 시장의 판세가 좀 더 복잡해질 가능성이 보인다. 당장은 변화가 미미하겠지만 몇년후 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예상이 쉽지 않다. 가장 궁금한 것은 구글의 반격이다. 공교롭게도 에이서가 최근 구글크롬 패드를 선보였는데 OS가 안드로이드가 아닌 크롬이다.
애플에 대한 본격적인 반격으로 보기엔 좀 약해 보여 구글도 조만간 뭔가를 다시 꺼내야할 듯하다. 내게 400달러의 여유가 있다면 에이서를 사기보다 당장 애플 스토어에 달려갈 것 같기 때문이다.

애플은 그동안 강호를 떠난 재야의 고수처럼 한껏 웅크리고 있다 비로소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교육, 에듀테크를 둘러싼 IT 거인들의 게임은 지금부터다.

[유인식 유비온 에듀테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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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정보기술, 대우정보시스템을 거쳐 2000년 동료들과 함께 에듀테크 전문 기업 유비온을 설립했다. 기술을 통해 교육을 바라보는 것을 일이자 취미로 삼고 있으며 플랫폼 구축, 콘텐츠 개발, 컨설팅 사업 등 다양한 이러닝 사업을 진행했다. 현재 유비온의 에듀테크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며 대학 플랫폼 사업과 해외사업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