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리포트] 오프라인 삼키는 유통 블랙홀…`아마존드` 시작됐다

홀푸드 인수 첫날 전격 가격인하…몰려드는 소비자들 즐거운 비명
美 전통 식료품점들도 맞불 세일 아마존發 산업재편 가속드라이브

  • 손재권
  • 입력 : 2017.09.06 04:15:02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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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아마존의 홀푸드 인수 첫날인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샌타클래라 홀푸드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샌타클래라 = 손재권 특파원]
"아마존이 홀푸드를 인수했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앞으로 가격이 내려가겠네요. 소비자들에게는 좋은 뉴스가 분명해요." 아마존이 홀푸드를 인수한 첫날인 지난달 28일 오전(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홀푸드에서 만난 샌드라 샤냐 씨(34)는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테크 기업에 다니면서 혼자 살고 있다는 그는 홀푸드를 자주 이용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유기농 위주 슈퍼마켓이라 가격이 비싼 편인데 아마존 합병 효과로 가격이 내려갔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아마존은 지난 6월 홀푸드를 137억달러(약 15조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전격 발표하며 미국 유통, 식료품, 슈퍼마켓 산업을 뒤흔들어 놓았다.
이어 두 달 만에 합병 작업을 신속하게 완료하면서 합병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홀푸드 매장에서 바나나, 아보카도, 사과 등 각종 식료품을 30∼40% 할인된 가격에 내놓았다. 아마존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와 에코닷도 각각 99.99달러, 44.99달러에 판매했다.

아직은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아마존 프라임 멤버가 특별 할인을 받기까지 시스템 통합 등 시간이 더 걸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아마존은 프라임 멤버가 매장 내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홀푸드 PL 상품(365 에브리데이 등)을 신선식품 배달 서비스 '프라임 나우'를 통해 배달할 계획이다. 또 홀푸드 전 매장에 아마존 로커를 설치해 아마존에서 주문한 제품을 홀푸드 내 아마존 로커에서 픽업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아마존의 홀푸드 합병 이후 미국 유통과 식품 업종주는 일제히 하락했다. 크로거, 코스트코, 스프라우츠, 타킷, 월마트 등 아마존 경쟁자들은 주가 하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식료품·유통 시장은 이미 '아마존드(Amazon'd·아마존화)'한 것이다. 아마존드는 아마존 영역 확장으로 해당 산업이 파괴적 혁신에 직면한 상황을 말하는 신조어다. 구글이 온라인 검색 광고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유튜브, 안드로이드 등 디지털 시장을 재편하고 나선 이후 '구글되다(구글드·Googled)'란 단어가 나온 지 10여 년 만이다. 구글은 디지털 세계를 지배했으나 아마존은 강력한 온라인 커머스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하나둘씩 흡수하고 나섰다. 구글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화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유적 표현이라면 아마존드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진출하는 상황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유통·식료품에 이어 다음 '아마존드'는 어떤 영역이 될까. 유통 전문매체 리테일터치포인트는 패션·제약·뷰티 산업이 타깃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패션은 다음 '아마존드'로 매우 유력한 분야다. 시장 규모가 온·오프라인을 합해 2000억 달러(약 228조원)에 달하는 데다 온라인을 통한 판매 방식에 혁신을 가져올 만큼 충분한 고객 데이터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실제 아마존은 패션 시장에 파고들기 위해 '프라임 워드로브'를 시험 서비스 중이다. 아마존 회원들은 프라임 워드로브를 통해 아마존닷컴이 판매하는 옷을 구매 전에 미리 입어볼 수 있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료로 반품할 수 있다. 3~4개 이상 아이템을 한 번에 담는 경우 약 10%, 5개 이상을 담으면 20% 이상 할인 혜택도 받는다. 아마존이 지난 4월 발표한 에코룩도 패션 시장 진출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에코룩은 기존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에 카메라가 탑재된 스마트 스피커다. 사용자 전신을 촬영하고 난 다음, 이에 어울리는 의상을 추천해 준다.

뷰티 산업도 아마존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영역이다. 미국 내 시장 규모만 800억달러(약 112조8000억원)에 달하는 데다 시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아마존이 홀푸드를 인수했던 것처럼 로레알 등 초대형 화장품 업체나 스킨케어 업체를 인수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아마존은 바이오, 제약 시장도 노린다. 이를 위해 전문가를 영입하기도 했다. 제약 사업 참여 전 단계로 의약품 기자재와 장비를 판매하는 사업을 미국에서 시작했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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