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21세기 폭스 인수, 진짜 이유는?

<김조한의 넥스트미디어>

  • 김조한 곰앤컴퍼니 미래전략 이사
  • 입력 : 2017.12.12 18:16:35   수정 : 2017-12-13 09: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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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심슨 라이드는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아닌 디즈니 랜드에서 보게 될 수도 있다 [사진 출처 : 폭스/유니버설 스튜디오]
루퍼트 머독 패밀리의 21세기폭스 매각이 미디어 업계의 핫 이슈로 부상했다. 이번주 중 결과가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매각 상대 파트너는 바로 디즈니다.

지난 몇 주간 NBC 유니버설을 보유한 컴캐스트가 폭스의 지분 대다수를 사는 것에 관심이 있고 협상 테이블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지만 최근 컴캐스트가 물러나고 오히려 뒤에 빠져 있던 디즈니가 다시금 협상 테이블에 앉아 디즈니로의 매각이 거의 확정적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1세기폭스의 매각은 모든 부문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며 최근 이야기를 종합하면 다음 부문이 디즈니에게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 20세기폭스 무비, TV 스튜디오

● FX 네트웍스,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 22개의 지역 스포츠 네트워크

● 폭스의 해외 채널 콜렉션

● 39%의 지분을 가진 영국 스카이(Sky plc) – 유럽 최대 유료방송사이자 스카이 스포츠로 유명한 곳

초기 거론됐던 인도의 스타 티비, 그리고 폭스뉴스와 스포츠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리고 애초 폭스가 영국 스카이의 61% 지분을 구매하려고 했지만 이제 디즈니가 대신 나설 것으로 보인다.

폭스 인수, 해외 채널 사업 강화가 첫번째 이유

디즈니의 폭스 인수는 초기에 알려진 20세기폭스 외에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명제가 깔려있다. 디즈니는 사실 10대, 20대를 대상으로 하는 채널(Disney, Disney XD, Freeform)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동남아, 유럽의 채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폭스의 합류가 절실하다. 많은 이들이 거론하는 마블의 판권 확보도 물론 이슈가 되겠지만 이는 단지 이슈일 뿐이다.

사업적인 관점에서 영화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방송이다. 디즈니 매출의 43%는 미디어 네트웍스(방송)이며 30%는 디즈니랜드 등이 포함된 파크엔 리조트다. 영화가 뒤를 이어 17%, 상품 판매가 10% 정도 차지한다. 즉 매출의 83%가 영화가 아닌 곳에서 발생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영화는 항상 성공을 보장하는 사업도 아니다. 최근 헐리우드는 블록버스터의 영향력이 점점 사그라드는 상황에 처했다. 잘 나가는 마블 시리즈도 속내를 살펴보면 기대 만큼의 성과가 안나오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방송에서 중요한 채널 산업도 디지털로 변화하면서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디즈니는 특히 아시아에서 키즈 채널의 뒤를 받쳐줄 성인 채널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이번 인수로 확보할 폭스 인터네셔널 채널과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들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수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의구심은 지울 수 없다. 폭스의 인수 예상가격은 현 가치에 30% 프리미엄을 얹은 740억달러, 한국 돈으로 약 80조원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단순히 콘텐츠 판권을 구매한다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큰 돈이다. 과거 루카스 필름의 인수가격은 약 40억달러, 마블의 인수 가격도 40억달러 수준이었다. 반면 폭스에는 무려 18배가 넘는 배팅을 할 수 있는 배경에는 바로 방송 플랫폼으로의 변화가 추가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디즈니의 관심은 결국 ‘플랫폼’

최근 유튜브와 함께 가장 늦게 시작한 인터넷TV, 혹은 vMVPD(virtual Multi Video Programming Distributor)로 불리는 훌루 라이브가 440개 지역 방송국들과 계약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여기에 최근 일주일 사이에 23개의 ABC 지역방송(Disney), 9개의 NBC 지역방송(Comcast)을 추가했다.

인터넷TV의 시작은 지난 2015년 1월 등장한 미국 위성 방송 플랫폼인 디쉬의 슬링티비(Sling TV)다. 이어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뷰(Playstation Vue), Fubo TV, AT&T의 디렉티비 나우(DirecTV Now)가 등장했고 미국 지상파 연합의 훌루 라이브, 그리고 유튜브의 유튜브 티비(YouTube TV) 등이 세상에 나왔다. 이들을 통칭해 vMVPD라고 부른다. vMVPD는 지금 당장은 주류는 아니지만 본방송을 집에서 시청하지 않는 밀레니얼 세대나 기존 케이블 방송의 코드커팅을 시도하는 세대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최근 신규 유료 방송 가입자들 중에서도 비중이 상당히 높다.

vMVPD에서 핵심 회사는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채널인 CBS 올 액세스를 소유한 CBS, 그리고 훌루의 지분을 갖고 있는 NBC다. 애플도 이 두 방송사와의 계약 문제로 무릎을 꿇은 바 있다. 양사가 계약을 안 해줬기 때문이다. 다른 vMVPD들도 이같은 지상파 방송 채널들과의 계약 문제로 미국 내 서비스 지역 확대에 적극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여타 vMVPD와 다르게 훌루는 이같은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CBS가 투자는 안했지만 ABC, NBC, 폭스가 주축이기 때문이다. 훌루 전체 지분에서 3사의 지분율이 90%이고 타임워너가 나머지 10%를 소유하고 있다. 여기에서 디즈니가 폭스를 인수하면 훌루뿐만 아니라 가상 유료방송 플랫폼인 훌루 라이브도 자신의 제어 하에 둘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즉 디즈니의 폭스 인수는 디즈니가 미디어 플랫폼이라는 꿈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유럽에 확대하려는 OTT 플랫폼, 유럽 최대 방송 플랫폼이자 뉴스와 스포츠의 장악력도 무서운 스카이라는 유료방송 사업자, 그리고 훌루와 훌루 라이브라는 유료 방송 플랫폼을 휘하에 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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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디즈니가 넷플릭스를 견재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같은 방식으로만 붙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말자 [사진 출처 : 매경DB]
넷플릭스보다 HBO를 베껴라

디즈니는 궁극적으로 방송 사업에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는 HBO를 따라하기 위해서도 폭스의 FX가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 방송 시장은 점점 감소하고 있지만 HBO는 반대로 가입자가 늘고 있다. 물론 좋은 콘텐츠가 핵심이지만 채널과 OTT를 지렛대로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은 채널 기반 방송 사업자들이 배워야 할 점이다.

폭스와 디즈니는 이런 프리미엄 채널들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내년에 디즈니가 OTT를 내놓기 전 핵심 콘텐츠를 갖고 프리미엄 채널을 먼저 출범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디지털 없이 전통 방송도 없고 전통 방송 없이는 디지털도 없다.

만 2년만에 미국에서만 400만의 가입자를 유치한 HBO는 유럽 전역에서도 HBO Go를 통해 디지털 전략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HBO 채널들도 유럽에서 방영하고 있다.
이런 OTT 레버리지 전략으로 시장에서 성공하고 있는 HBO를 디즈니가 벤치마킹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재의 디즈니로는 HBO에 견줄만한 콘텐츠를 채우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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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HBO는 OTT 플랫폼인 HBO 나우의 성장으로 오히려 일반 방송 채널 가입자도 늘게되는 효과를 보게 됐다 [사진 출처 : 넥스트미디어연구소]
OTT는 영화와 ABC 콘텐츠만으로 채우기는 더더욱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디즈니가 전략적으로 폭스를 80조원이라는 돈으로 인수해 부족한 콘텐츠, 플랫폼을 채우려고 한다. 우리가 더욱 관심을 가지고 봐야 하는 이유다.

[김조한 곰앤컴퍼니 미래전략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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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에서 미디어 전략 기획, 티보에서 아시아 비즈니스 개발 총괄, LG전자에서 스마트TV 기획자를 역임했으며 현재 곰앤컴퍼니에서 미래전략 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미국, 중국, 그리고 동남아 미디어 시장 동향에 관심이 많아 미국, 중국, 한국의 미디어 플랫폼 전쟁을 다룬 '플랫폼전쟁'이라는 책을 출간한 바 있다. 뉴미디어와 올드미디어를 아우르는 페이스북 페이지 ‘NextMedia’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