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만든 학습모델로 `글로벌 기적` 실험

머스크의 `스페이스X` 낳은 글로벌 엑스프라이즈 대회서 에누마 등 총 5팀 결승 진출
유네스코·탄자니아 정부 함께 15개월간 공부 프로젝트 돌입…최종 우승 땐 상금 1000만달러

  • 송성훈,신현규
  • 입력 : 2017.09.18 23:01:02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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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아동문맹퇴치 대회 결승 진출…이수인 '에누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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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으로 구성된 스타트업이 전 세계 198개 팀이 경쟁하는 글로벌 문맹 퇴치 소프트웨어 대회에서 결승에 진출했다. 엔씨소프트에서 게임디자이너로 일하던 이수인 씨(40)가 남편 이건호 씨(40)와 함께 2012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교육 스타트업 '에누마'가 그 주인공이다.

이수인 에누마 대표는 세계 최대 비영리 벤처재단인 '엑스프라이즈재단'이 2014년 시작한 '글로벌 러닝 엑스(X)프라이즈'에 도전해 왔다. 이 대회는 교사가 부족한 지역 아이들의 학습을 도와주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놓고 실력을 겨루는 세계 아동 문맹 퇴치 경진대회다.
엑스프라이즈재단이 17일(현지시간) 발표한 글로벌 러닝 X프라이즈 대회 결승 진출팀 명단에는 에누마가 당당히 포함됐다. 2014년 198개 팀에서 출발한 경쟁자들이 이제 5개 팀으로 추려졌다. 결승 진출팀은 각각 100만달러 상금을 받았다. 5개 팀은 직접 탄자니아로 가서 학생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 향상에 대한 실험을 진행한다. 앞으로 15개월 동안 유네스코 관리하에 최종 우승을 위한 경쟁을 펼친다. 2019년 4월 발표하는 우승자에 선정되면 1000만달러의 상금을 받는다.

이 대표는 18일 매일경제신문과 통화하면서 "2014년 시작할 당시 한국 팀원들은 대부분 '그런 대회에 도전하는 게 가능하긴 해요?'라고 물어봤다. 지금도 어려운 부분이 많지만 최종 결승까지 온 것은 우리 스타트업에도 충분히 기회가 열려 있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계기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X프라이즈'는 달나라 여행처럼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을 경쟁시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밀어주는 대회로 유명하다.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저스가 추진했던 블루오리진이나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같은 프로젝트도 모두 X프라이즈 대회가 출발점이었다.

이 대표는 "(에누마가 응모한) 러닝 X프라이즈는 교사와 학교가 모자란 아이들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부족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며 "유네스코, 탄자니아 정부가 소프트웨어를 통해 교육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취지로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최종 결승에 진출한 팀들은 엄청난 '스펙'을 자랑한다. 미국 카네기멜런대에서 인공지능을 연구하던 교수, 뉴욕에서 콘텐츠 제작에 40년간 경험을 가진 전문가, 인도 벵갈루루에서 게임에 기반한 야외활동을 개발하는 팀까지 쟁쟁한 실력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

'에누마'는 확고한 철학이 있다. 이 대표는 "학업성취가 낮은 아이들일수록 공부하는 재미를 더욱 많이 느끼게 할 필요가 있다. 흥미 요소를 주는 데 주안점을 맞춘 교육 소프트웨어 '킷킷스쿨'을 개발한 이유"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잘한다'는 칭찬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초반에 학업에서 성취를 맛본 아이들이 더 열심히 공부하려는 모습을 이 대표는 많이 봐왔다. 운이 나쁘게도 장래성이나 본질적 능력과 관계없이 이런 칭찬이나 성취를 어렸을 때 느끼지 못한 아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자는 것이 에누마의 철학이다.

이 대표는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다는 게 우리의 믿음이다. 다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설립 초기 에누마는 게임을 통해 선천적으로 학습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학업성취도를 높이기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선천적 장애만 장애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프리카 같은 곳에선 가난 자체가 배움에 큰 장애였다.

이 대표는 "자연스럽게 우리가 개발하는 소프트웨어가 부숴야 할 '장애'의 개념도 확장했다"고 말했다. 에누마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의 지원을 받아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교육용 소프트웨어 현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실 에누마는 교육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에서는 많이 알려진 곳이다. 에누마는 '토도수학'을 2014년 6월 출시해 20개국 애플 앱스토어 교육 카테고리에서 1위를 기록했고, 2016년 말 구글 플레이의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빛낸 최고의 앱'으로도 선정됐다.

미국 소프트웨어정보산업협회(SIIA)는 '2016년 최고의 모바일 앱과 최고의 영유아 앱' 후보로 토도수학을 올려놓기도 했다. 에누마는 2015년 한국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 미국 K9벤처스, 중국 탈에듀케이션그룹(TAL Education Group) 등에서 현재까지 약 58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송성훈 기자 / 신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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