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가 이끄는 기술 혁명, 다음은 누구 차례?

<구성용의 로보월드>

  • 구성용 피킷 선임연구원
  • 입력 : 2017.08.24 16:27:13   수정 : 2017-08-25 16:5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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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아우토반을 달리다 보면 자동차라는 발명품에 대한 경이감이 들 때가 많다. 속도 무제한 사인과 동시에 최대한으로 가속하며 치고 나가는 자동차들. 그리고 몇 초가 지나지 않아 다 같이 160km 이상으로 달리는 질주 속에 편안하게 운전대를 잡고 있을 때면 지난 100년 동안 이런 놀라운 발명품을 만들어낸 기술자들에 대한 존경심이 저절로 우러나온다. 만약에 자동차가 없이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다니던 시절의 사람들이 이 광경을 본다면 무슨 말을 할까? 말 없이 단숨에 천리를 가는 마차. 하긴 비행기와 우주선이 있는 시대에 자동차쯤이야 뭐가 놀랄만한 일이냐만은...

최근 또 한 번 옛날 사람들이 보면 기겁할 만한 발명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바로 자율주행 자동차인데, 그 말 없이 단숨에 천리를 가는 마차가 이젠 마부도 없다는 소리다.
인공지능이라는 유령 같은 놈이 대신 운전을 한다는 것인데, 이 사실은 새로움을 넘어 누군가에게는 굉장한 놀람과 동시에 두려움을 가져다준다. 비단 일반 사람들 뿐만 아니라 기존 자동차 업계 사람들에게 말이다. 즉 자동차가 생기면서 마차 산업이 사라진 것처럼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가 본격적으로 나오면 기존 자동차 업계와 운송업계는 한순간에 사라질 위험에 처할 것이다.

더 큰 두려움은 자동차 및 운송업계뿐만 아니라 앞으로 비슷한 처지에 놓일 분야가 더 많이 생겨날 조짐이 보인다는 것인데 이를 어떻게 예측하고 나름 대응이란 걸 할 수가 있을까?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개최된 다르파 그랜드 챌린지를 통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그 대회의 우승자인 스탠퍼드 대학의 세바스찬 스룬 교수는 이후 구글로 옮겨 2012년에 최초로 시내 주행에 성공한 구글카 개발을 주도하게 된다. 몇 년 후 자율주행 기술의 상업화를 위한 또 한 번의 기술 혁신이 이루어지는데 이는 이미지넷이라는 공개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컴퓨터 비전 챌린지(ILSVRC)에서 딥러닝 기반의 2D 이미지 영상 처리 기술의 개발과 NVIDIA가 주도한 GPU의 비약적인 발전이다. 이 기술은 자율주행 자동차에 소위 인공지능이라 불리는 기술을 값싸게 현실화할 수 있게 함으로써 다양한 상황에서도 안전한 주행을 보장할 수 있게 하였다.

이 두 가지 기술의 공통점은 바로 챌린지를 통해 그 기술의 기초가 다져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챌린지가 성공한 이후 몇 년 만에 상용화 수준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예전과 비교하면 기술의 발전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데, 그 이유는 챌린지의 참여와 공유라는 두 가지 특징 때문이다. 최근 기술 챌린지(challenge)는 이전의 '경진대회(competition)'와는 다르다. 예를 들어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 같은 경진대회의 목적이 우수한 개인이나 팀을 경쟁을 통해 선발하여 시상함으로써 우열을 가리고 교육을 촉진하는 동기를 부여하는 데 있다면, 챌린지는 경쟁과 선발이라는 동일한 과정을 거치긴 하지만 이를 통해 공통된 기술을 발전시키는데 그 목적의 방점이 있다. 이를 위해 챌린지가 성공할 때까지 매년 다양한 팀들의 참여와 기술의 공유를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를 바꿔 말하면, 참여와 공유가 있어야 기술의 발전이 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사실 자율주행 기술이나 딥러닝 기술의 이론적 토대는 수십 년 전에 이미 완성되었다. 하지만 이 기술들이 다른 기술들과 서로 융합하고 실제 환경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문제를 찾아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방법들이 시도되려면 몇몇 연구자만의 실험실에서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회사에서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한 가지 목적만을 위해 일하게 만드는 건 어려울 것이다. 얼마나 오래 걸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런 투자를 감당할 회사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그 대신 회사가 풀고자 하는 문제를 챌린지로 만들면 어떨까? 만약 성공한다면 기술의 발전은 보장된다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그 기술이 자기 기술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그렇게 개발된 기술을 경쟁사에게 빼앗길 수도 있다. 여기서 참여와 공유라는 두 가지 챌린지의 성공요인이 걸림돌이 된다. 참여를 독려하려면 기술이 공유가 되어야 하고, 기술의 공유는 회사 입장에서는 썩 내키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어떤 회사가 선도하는 주목할 만한 기술 챌린지가 있다. 바로 올해로 3회째 개최된 (지난해까지는 아마존 피킹 챌린지(APC)라 불리던) 아마존 로보틱스 챌린지(ARC)이다. 이 대회는 창고에 있는 다양한 물건을 분류하고 박스에 옮겨 담는 물류 서비스 로봇을 개발하는 대회로, 7월 27일부터 30일까지 일본 나고야에서 로보컵 대회와 함께 열렸다. 필자는 독일 본 대학교 NimbRo-Picking 팀으로 참가해서 두 종목에서 2위를 차지했다. 이 대회는 총 3가지 종목으로, 첫 번째는 stow task (상자에서 물건을 집어서 보관함으로 옮기기), 두 번째는 pick task (보관함에서 지정된 물건을 집어서 정해진 박스에 담기), 세 번째는 두 가지 과제를 합쳐서 차례로 수행하는 최종라운드였다. 필자가 이 대회를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이 대회가 위에서 언급한 '참여와 공유'로 성공하는 기술 챌린지에 가깝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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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아마존 로보틱스 챌린지 대회 현장 [사진 출처 :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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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번 대회 참가팀들은 미국 MIT, 일본 동경대학교 등 로봇 기술을 선도하는 연구실은 물론이고 미츠비시, 파나소닉, 도시바 등 일본 제조업 분야의 대표 기업들도 참가했다. 또한 이전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팀들의 기술을 논문이나 소스코드 형태로 출판하도록 장려해서 매년 기술이 축적이 되고 공유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거기에 더해 매년 더 현실 상황에 가깝도록 새로운 조건이 추가가 돼 자연스럽게 새로운 문제에 도전할 수 있게 하였다. 이번 대회에서는 물건 보관함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물건의 절반을 미리 공개되지 않은 새로운 물건으로 사용하였다. 이 대회를 주관한 아마존 로보틱스는 챌린지를 통해 본인들이 원하는 기술이 개발될 수 있도록 대회 규정을 섬세하게 설계하였으며, 그 결과 필자가 속한 팀(pick task 2위, 최종라운드 2위)을 비롯한 호주의 ACRV 팀(최종라운드 1위), 싱가포르의 난양 대학교 팀(stow task 2위, pick task 1위, 최종라운드 3위) 등 3개 팀은 주어진 과제를 거의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 작업 시간 등 아직 현실에 쓰이기에는 갈 길이 남아 있지만, 아마존 로보틱스는 내년에는 한단계 더 현실에 가까운 환경에서 동작하는 로봇기술을 개발 하도록 대회를 준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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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필자가 참여한 본 대학교 연구팀의 로봇 팔 [사진 출처 :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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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제 로봇 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IFR)에서는 물류로봇이 가까운 미래에 시장성이 가장 유망한 전문 서비스 로봇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쇼핑몰의 증가와 더불어 시장은 벌써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이 기술 공유라는 위험을 안고도 매년 적극적으로 물류로봇 기술 발전을 위한 챌린지를 열고 있는 것은 다음 두 가지로 사인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이미 시장은 준비되었으나 기술 발전이 시급하다', '기술이 준비되면 아마존이 그 기술을 선도할 자신 있다' 기술을 선도할 방법은 아마도 공격적인 인재 확보나 스타텁 인수 등을 통해서 일 테다. 또 이 기업이 챌린지를 개최함으로써 벌써 이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 이미지 메이킹이나 인적 네트워킹 및 인재 육성에는 벌써 앞서 나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새로운 기술적 혁신을 놀란 눈으로 감상만 하기에는 그 기술이 가져올 파급효과의 위험이 너무 크다. 만약 물류 로봇 시스템이 몇년 안에 상용화가 되고, 기술을 선도한 아마존 로보틱스가 그 솔루션을 가지고 우리나라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한다면... 우리 '배달의 민족'은 아마존에서 선보이는 물류 로봇과 직접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물론 이는 약 100년전 마차와 자동차의 대결처럼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클테고 말이다.

[구성용 피킷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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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에서 로봇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마친 뒤 독일 뮌헨, 본 대학교 컴퓨터과학과에서 선임 연구원으로 포스트닥터 과정을 마친 로봇 전문가. 로봇 팔과 같은 하드웨어부터 컴퓨트 비전 등 소프트웨어까지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다. 현재 로봇에 탑재되는 카메라와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피킷(Pick-it)에 선임 연구원으로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