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블록체인으로 대동단결하다

<전명산의 블록체인 아고라>

  • 전명산 블록체인OS CSO
  • 입력 : 2018.05.08 15:03:18   수정 : 2018-08-14 18: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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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2018 디지털 데이(Digital Day)’ 행사에서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집행위원회(EC)의 22개 회원국이 ‘유럽 블록체인 파트너십(Europe Blockchain Partnership)’ 출범 선언문에 공동 서명했다. 이번 협력 프로젝트의 목적은 첫째, 회원국들이 기술과 규제 정보 등 전문적인 사안을 공유하고 함께 논의함으로써 개별적으로 사안에 대처할 때 나타나는 비효율성이나 시행착오를 막자는 것이고, 둘째 유럽을 포괄하는 단일 디지털 마켓에서 통용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준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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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EU가 개최한 2018 디지털 데이 포스터 [사진 출처 : 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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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유럽연합(EU) 차원의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는 논의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진행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거의 한 국가 내에서 실험되어 왔는데, 이번 EU의 시도는 개별 국가 차원을 넘어 EU 경제권 전체를 아우르는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또한 EU는 22개국 이외의 다른 EU 회원국 및 EU 경제권 내에 있는 다른 국가들에게도 동참을 요청했다.

이번 파트너십에 참여한 나라는 오스트리아, 벨기에, 불가리아, 체코, 에스토니아, 핀란드,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네덜란드, 스웨덴, 영국을 포함한 22개 국가다. 이 중 에스토니아, 네덜란드, 스웨덴, 영국 등은 이미 상당수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을 실험해 왔고 2018년에 이르러 조심스럽게 실생활에 적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들 국가 중 특히 관심을 끄는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은 2016년 브렉시트(Brexit)로 EU 탈퇴를 결의한 상태에서 수년 동안 EU과 분리된 행보를 걸어왔기에 이번 영국의 동참은 블록체인 기술을 매개로 유럽이 다시 협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국 역시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해 EU 내에서도 선도적으로 연구하고 테스트해 왔기에, 이번 기회를 EU 내에서 영국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EU의 이러한 행보는 EU 출범 당시 유럽 내 단일 시장을 구축하고 단일 통화를 실현하겠다는 포부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출범 당시에는 ‘단일한 유럽'이 희망사항이고 비전이었다면 지금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그 비전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또한 이번 기회에 EU를 포괄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먼저 개발하고 먼저 도입해서 향후 블록체인 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표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즉 실질적인 유럽 통합을 실현하고 그 경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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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벨기에 브뤼셀에 소재한 EU 집행위원회 건물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EU의 디지털경제사회 집행위원인 마리야 가브리엘은 "미래 모든 공공 서비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U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선언이다. 또한 EU위원회 안드루스 안시프(Andrus Ansip) 부위원장은 ‘디지털데이(Digital Day)’ 의 개회사에서 “블록체인 기술은 연구소를 벗어나 주류로 나아가고 있다”며 EU국가들에게 AI 분야만큼 블록체인 기술에도 투자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이러한 EU 관계자들의 언급은 말잔치로 끝나지 않는다. EU 집행위원회는 현재까지 약 8천만 유로(약 1천억원)를 블록체인 기술에 투자했고, 2020년까지 3억 유로(한화 3천9백억원)를 더 투자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EU는 유럽 전역을 아우르는 블록체인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효과와 비용을 연구해 왔다. 이어 유럽 집행위원회는 올해 2월 EU 블록체인 관측 및 논의 기구(EU Blockchain Observatory and Forum)를 출범시켰다. 2018년 상반기에는 블록체인을 포함한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고 육성하는 핀테크 연구소를 건립할 예정이다. 이번 22개국가의 파트너쉽은 바로 이러한 노력들이 구체적인 결과로 열매를 맺은 것이다.

이렇게 EU가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있어 과감한 행보를 내딛을 수 있는 배경에는, 그 동안 EU의 각 국가들이 진행해온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의 결과물들을 통해 이미 블록체인 기술의 유용성, 활용 방법 및 활용처에 대해 확신을 얻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유럽의 각 나라에서는 총 100여개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그 중 일부는 테스트 단계를 넘어 2018년부터 실생활에 적용될 예정이다. 즉 이미 각 개별 국가에서 연구하고 테스트한 결과물들이 상당량 축적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각 나라들은 타국에서 쌓아온 프로젝트들의 실패와 성공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다. 예컨대 EU과 행보를 같이하기로 한 영국은 이미 2015년 말, '분산원장기술: 블록체인을 너머(Distributed Ledger Technology: Beyond block chain)'라는 88쪽짜리 보고서를 통해, 분산원장이 정부의 공공 서비스를 혁신하는 기술이라고 정의하고 정부에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을 촉구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많은 정부들이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영국은 블록체인 기반의 연금 지급 관리 시스템을 테스트고, 블록체인을 활용한 은행간 실시간 결제시스템도 테스트 중이다. 더불어 2016년부터 각 정부 부처들이 각자 블록체인을 개발해서 직접 테스트해볼 수 있는 블록체인 인프라 서비스(Blockchain as a Service)도 제공하고 있다.

또한 EU의 회원국인 에스토니아는 세계 최고의 전자정부 서비스를 구축해 놓았는데, 이 서비스들 중 개인 신원 관리 시스템, 투표 시스템, 의료정보 시스템을 시작으로 차례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에스토니아가 2014년 12월부터 시작한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영주권(e-Residency) 제도는 블록체인 기반의 신분증 관리 시스템을 이미 정착시킨 사례다. 스웨덴은 블록체인 기반의 부동산 거래 자동화 시스템을 3차례에 걸쳐 실험을 했으며 2018년에는 비록 소규모이기는 하지만 실제 부동산 거래에 적용할 예정이다. 네덜란드는 정부 지원으로 2016년부터 세금 관리, 디지털 신원정보 관리, 물류 관리, 자율주행차, 부채 컨설팅, 국가간 유독물질 수송, 부동산 거래 어플리케이션, 환자 정보 통합 시스템 등, 25부처에서 30여개의 블록체인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일부 부처의 공무원들이 국가간 협력의 필요성을 느끼고 국가간 협력 프로젝트를 요청하여, 일부 프로젝트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두바이나 에스토니아 등과의 국제간 협력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즉 네델란드는 이미 개별 국가 단위를 넘어서는 범위의 블록체인 기술을 구축하는 경험까지 축적해놓은 것이다. 더불어 블록체인 기반의 법정화폐는 이미 10여개 국에서 동시에 디양한 방법으로 테스트가 진행되어 왔다.

이처럼 EU는 국경을 넘는 은행간 실시간 결제, 부동산 거래 자동화, 신원정보 관리, 의료정보 관리, 연금 관리, 문서 관리, 물류 관리, 세금 관리,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화폐 등 다양한 영역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행정 시스템이 실제로 작동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상태다. 기술 영역에서도 Private Ethereum, Hyperledger Fabric, Corda, Ripple 등 다양한 기술 플랫폼을 활용하여 다양한 종류의 프로젝트들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풍부한 실전 개발 경험과 노하우 역시 축적하고 있다. 더불어 블록체인 외부의 데이터와 블록체인을 안전하게 연결하는 방법, 블록체인 위에서 개인정보(Privacy data)를 다루는 방법도 다양한 방식으로 탐색하고 있다. 이들 테스트 프로젝트들은 단발성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초기 아주 간단한 개념 증명 프로젝트부터 점차 규모와 포괄 범위를 키워나가며 실제 상용 서비스에 가까운 수준으로 확장되면서 수차례에 걸쳐 테스트 되어왔다. 이러한 결과물들이 축적되어 2018년 올해엔 드디어 실생활에 적용되는 시점에 이른 것이다.

만약 이러한 경험과 노하우가 EU 국가들 내에서 서로 공유되고 확산된다면 EU는 예상보다 빠른 시간 내에 그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세계 어느 지역도 이 정도로 방대한 영역에서 축적된 경험을 가진 곳이 없기 때문에, 전세계 공공 영역에서 사용될 수 있는 표준 블록체인 기술을 구축하겠다는 판단이 근거 없는 비전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EU가 블록체인 기술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러한 개별 국가 내에서의 테스트 과정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이 공공 영역에 최적의 솔루션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해킹이 어렵고 데이터 위변조나 유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블록체인 데이터의 실시간 데이터 동기화 기능은, 그 이전에는 3일이나 걸리던 은행간 결제 처리 시간을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결제 처리 시스템(RTGS : Real Time Gross Settlement)을 가능하게 해준다. 또한 스웨덴의 사례가 보여주듯 블록체인 위에서 스마트 컨트랙트로 구축된 부동산 거래 시스템은 실시간 거래가 가능한 자동화된 행정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데이터의 무결성이 보존되고, 데이터의 영구 보존이 가능해진다. 행정 시스템을 작동시키는데 있어 신뢰도, 처리 속도, 정확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시스템이 일반화된다면 사회의 신뢰도는 전례 없는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다. 사회적 자본 이론(Social Capital theory)에 기반하여, ‘신뢰’를 일종의 사회적 자본으로 본다면, 블록체인 기술이 제공하는 신뢰는 전례없는 수준의 사회적 자본을 구축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이는 곧 신뢰를 기반으로 사회 전체가 활성화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만약 이러한 서비스들을 EU 공동체 전체에 제공할 수 있다면, EU 전체는 탄탄한 신뢰 시스템 위에서 작동하는 명실상부 하나의 경제 공동체로, 하나의 생활 공동체로 통합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나로 통합된 유럽이라는 EU의 비젼을 실현하겠다는 전략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유다.

블록체인 기술이 세상에 나온지 불과 10년 만에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성을 발견하고 과감하게 사회의 인프라로 채택하고 활용하는 유럽의 발빠른 행보가 돋보인다. 90년대말 인터넷의 잠재성을 발견하고 과감하게 초고속망을 깔기 시작했던 우리의 혜안과 도전 정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순간이다.

[전명산 블록체인OS C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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