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경계’가 사라진다

<최형욱의 IT 차이나·유럽>

  • 최형욱 주한핀란드 무역대표부
  • 입력 : 2017.05.25 17:13:24   수정 : 2017-05-26 14:2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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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여기서의 경계는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와 이를 감싸고 있는 프레임과의 경계, 즉 베젤을 의미한다. 지난 2015년 출시된 갤럭시 S6 엣지를 시작으로 좌우로 꽉 찬 화면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감이나 만족도는 이미 꽤 높다. 물론 고스트 터치라 불리는 문제가 초기에 발생하긴 했지만 최근에는 이런 부분까지 모두 해결한 상태다.
특히 올해 출시된 갤럭시 S8은 전략적으로 플랫 디스플레이를 배제하고 커브드 디스플레이 모델만 출시하면서 좌우 베젤 뿐만 아니라 상하단의 베젤까지 줄이는 컴팩트한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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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올 연말 출시 예정인 아이폰8의 예상도 [사진 출처 : 중국 웨이보]
갤럭시 S8보다 조금 먼저 출시된 엘지 전자의 G6 역시 커브드가 아닌 평면의 IPS LCD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면서도 좌우 베젤은 최대한 줄이고 상하단 역시 줄이면서 베젤 전쟁에 가담했다. 여기에 더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 8의 루머를 보면 갤럭시 S8이나 G6보다도 더 상하 부분의 베젤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예상도가 흘러나오면서 소비자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려 놓고 있다. 더 이상 숫자에 따른 사양 경쟁이 어려운 상황에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베젤이 없는 전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이라는 카드를 빼든 것이다.

베젤리스의 새로운 레퍼런스 제시한 샤오미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들 역시 베젤리스라는 디스플레이 컨셉에 관심이 많다. 사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삼성, 엘지보다 먼저 베젤리스나 베젤 축소에 관심을 쏟고 제품들을 출시해왔다. 2013년 갤럭시 S4가 출시될 때도 2012년말에 발표된 ZTE의 누비아(Nubia) Z5라는 제품을 보고 좌우 베젤을 좀 더 컴팩트하게 디자인을 변경했다는 얘기가 있었다. 화웨이나 샤오미의 런칭 이벤트에는 항상 경쟁사의 화면비(Screen to Body Ratio)를 비교하는 자료를 설명하면서 얼마나 꽉 찬 화면을 제공하는지, 이를 구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기술적 노력들을 들였는지 설명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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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샤오미 미믹스 외 중국 화이트 박스 업체들의 베젤리스 제품들 [사진 출처 :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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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경쟁을 통해 지난해 샤오미는 드디어 전면 바디에서 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비율이 91.3%에 이를 정도로 화면이 꽉찬 ‘미믹스’라는 현존 최고의 베젤리스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이어 ‘미믹스2’가 올해 안에 출시될 예정으로 전면 대부분을 디스플레이로 덮는 컨셉들이 등장하면서 많은 이슈를 불러모으고 있다.

안드로이드의 아버지, 앤디 루빈의 새 스마트폰이?

베젤리스 스마트폰과 관련해 주의를 환기시킨 사건이 하나 더 있다. 지난 3월 트위터에 재밌는 사진이 하나 공개된다. 바로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라 불리는 앤디 루빈의 손과 함께 찍힌 스마트폰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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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앤디 루빈이 트위터에 게재한 사진 [사진 출처 :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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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이 공개된 후 많은 언론에서 앤디 루빈이 구글을 떠나 설립한 ‘에센셜(Essential)’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제품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사진에 일부 드러난 제품의 외관에서 베젤리스 스마트폰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됐다. 사실 해당 제품이 앤디 루빈의 회사에서 직접 개발하는 것인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베젤리스 디스플레이라는 새로운 컨셉에 소비자들이 막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부품 공장, 그리고 모바일 트랜드

겉으로 드러난 베젤리스 트렌드는 휴대폰 제조사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배경에는 중국의 거대한 부품 생태계가 자리잡고 있다. 한 해 동안 글로벌 시장에 판매되는 스마트폰은 대략 15억대 수준이다. 삼성전자나 애플, 화웨이, 오포, 비보와 같은 글로벌 탑 5와 샤오미, 소니, 엘지와 같은 그 하위 업체들의 글로벌 판매량을 다 빼더라도 한 해 5억~6억대의 스마트폰은 우리가 잘 모르는 업체들의 제품이 판매된다. 이들은 바로 글로벌 부품 공장인 중국에 기반한 스마트폰 제조 업체들이다.

흔히 화이트 박스라 불리는 이런 업체들은 이미 공급과 원가 측면에서 포화 수준인 부품들을 모아 싼 가격의 제품을 만들어 이머징 시장이라 불리는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중남미 같은 신흥 시장을 타겟으로 한다. 최근 들어 이러한 업체들이 각종 전시회를 비롯해 제품 공개가 가능한 곳에서 선보이는 주요 제품이 바로 베젤리스 스마트폰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샤오미의 ‘미믹스’와 유사한 컨셉의 제품을 샤오미의 반값 또는 반의 반값으로 공개하고 있다.

100~250달러 남짓의 가격으로 플래그쉽에서나 볼 수 있었던 베젤리스 스마트폰을 만들고 공급한다는 것은 중저가 시장에 또 다른 이슈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건이다. 꽉 찬 화면을 사용하기 위한 컨텐츠의 측면이나 스마트폰의 사용성 뿐만 아니라 디자인의 차별성 부분까지 다시금 고민해 봐야 하는 이슈를 던져주었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밑바닥에서의 베젤리스 트랜드는 샤오미는 물론 화웨이나 오포, 비보와 같은 중국의 메이저 브랜드의 차별화 전략에 영향을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리고 올 하반기 지금까지의 루머처럼 아이폰 8이 전면 풀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시장에 출시된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베젤이라는 경계는 빠르게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과거 고가의 제품에서 먼저 시작된 모바일 트랜드가 하위 브랜드와 제품으로 확산됐다면 이제는 중국내 부품 공급, 개발 생태계를 등에 업고 저가의 이름없는 제조사가 트랜드를 맹추격하거나, 일부에서는 트랜드를 선도하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앞으로는 이름모를 스마트폰조차 베젤리스를 전면에 내세워 플래그십에 버금가는 ‘간지’를 선보일 것이다. 샤오미의 ‘미믹스’를 넘어 이름없는 여러 중국 제조사들이 그들만의 ‘미믹스’를 시장에 선보이면서 앞으로 무수한 베젤리스 스마트폰을 만나볼 것이다. 베젤리스 스마트폰의 저가 공습이 시작되고 있다.

[최형욱 주한핀란드 무역대표부 수석상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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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IT와 업체 그리고 유럽 IT를 분석한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재직하다 중국 장강경영대학원을 거쳐 현재 핀란드 무역대표부에서 ICT 담당 수석 상무관으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 창조경제혁신센터 멘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