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위협하는 중국 웹툰

<안정훈의 좌충우돌 중국 사업기>

  • 안정훈 엠젯패밀리 CMO
  • 입력 : 2017.06.19 17:37:57   수정 : 2017-06-26 11:15:09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한국인들에게 중국 만화는 생소하다. 중국 만화를 접할 기회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유명한 중국 만화 이름하나 댈 수 있는 사람조차 드물 것이다. 전통적으로 만화산업이 발전한 일본과 웹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한국에 비해 중국은 왠지 만화나 웹툰 불모지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중국 만화 수준은 생각보다 훨씬 높다.
작화 관련 부분에서는 중국 작가들이 한국보다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전통 출판 시장 뿐아니라 최근 웹툰 시장까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중국에서도 실력있는 작가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중국 만화(출판 및 웹툰) 시장이 오는 2020년에는 8000억원에 가까운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만화 지적재산권(IP)이 활용되는 게임, 드라마, 영화 시장까지 합치면 파생 시장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 가장 큰 만화 제작업체인 동만당(动漫堂)의 왕펑(王鹏)대표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에게서 중국 만화 시장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사진설명중국 최대 만화 제작사인 동만당의 왕펑 대표 [사진 출처 : 엠젯패밀리]
왕펑 대표는 사실 중국에서 가장 뛰어난 만화 작가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그러기에 만나기도 쉽지 않았다. 동만당에 투자한 중국 벤처캐피탈리스트를 통해 어렵게 왕대표와 만날 수 있었다.

왕대표가 지난 2005년 설립한 동만당은 중국에서 가장 큰 만화 제작 집단이다. 만화가를 포함한 내부 직원만 100명에 달한다. 동만당과 계약을 맺고 있는 만화가도 51명이다. 지금까지 완성한 작품만 94편에 달하고 지금도 63개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최대 IT 기업인 텐센트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당시 기업가치는 약 500억원에 달했다.

무엇보다 동만당의 만화 제작 과정이 궁금했다. 한국 작가들은 아직 개별적으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동만당은 제작 과정에서 철저한 분업과 협력이 이뤄지고 있었다. 왕대표는 “작화, 스토리로 분업을 하고 조직적으로 협업을 하면서 높은 퀄리티의 작품을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사진설명지난 4월 중국 항저우에서 개최된 애니매이션축제에 참가한 동만당 왕펑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 [사진 출처 : 엠젯패밀리]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한 스토리 작가가 중국 과거 당나라 시대가 배경인 연애물을 작성한 후 회사 측에 제출한다. 회사는 해당 스토리가 작품화할 만한 수준인지 판별한 후 스토리 작가의 성향, 작품에 가장 적합한 화풍을 지닌 그림 작가를 섭외해 매칭한다. 내부 작가가 없을 경우 동만당과 협력한 작가들을 통해 업무를 진행하기도 한다.

내부 작가 군이 구성되면 웹툰 플랫폼과 협상에 나선다. 연재 여부를 타진하면서 플랫폼 혹은 VC들로부터 투자를 동시에 유치하기도 한다. 체계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니 회사와 작가 모두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왕대표는 “작품 하나하나에 최고의 퀄리티를 내기 위해서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토론을 할 수 밖에 없다”며 “정성을 들인 만화에 독자들은 반응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사진설명동만당의 대표작 일인지하 [사진 출처 : 동만당]
▶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동만당의 대표작은 일인지하(一人之下)다. 텐센트동만에서 연재되고 있는 이 만화는 인기도가 58억에 달한다. 중국과 일본에서 애니매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했고 한국에서도 단행본으로 출판됐다.

중국 만화의 그림풍을 보면 일본만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은 중국 작가들 역시 인정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일본 만화의 인기는 상당하다. 왕펑 대표는 “중국 만화들은 일본 만화들을 보면서 발전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하지만 지금은 중국 만화들의 수준은 일본 만화와 비슷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만화중에는 한국과 일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있는 만화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기사의 3번째 이미지
사진설명동만당이 꽃미남과 남장여자간의 러브스토리를 그린 만화 ‘공자님 거기 있어줄래요’ [사진 출처 : 동만당]
▶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운좋게도 필자가 속한 회사인 엠젯패밀리는 동만당을 비롯해 신북극, ASK STUDIO등 중국 유명 만화 제작사들의 한국 만화 수출을 독점적으로 받아 낼 수 있었다. 조만간 한국에서도 다양한 중국 만화를 소개할 수 있을 듯 하다.

필자가 몸소 느낀 중국 만화의 경쟁력은 생각보다 꽤 높다. 최근 한국 웹툰 업체들이 중국 진출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지만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컨텐츠의 우월성이 담보돼야 할 것이다.

일부 한국 작품들이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업계는 고무적인 분위기다. 중국 최대 웹툰 포털인 텐센트 동만에서 연재중인 ‘왕의 딸로 태어났다고 합니다’, 또다른 플랫폼인 콰이칸에서 연재중인 ‘허니블러드’등은 중국에서도 꽤 인기가 있는 한국 웹툰이었다.

네이버가 중국에서 서비스 중인 공포만화 ‘기기괴괴’는 중국에서 불법 복제 만화들이 SNS를 통해 유통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기기괴괴의 한 에피소드인 ‘성형수’는 영화로도 제작되기까지 했다.

 기사의 4번째 이미지
사진설명텐센트 동만에서 연재중인 한국 웹툰 ‘왕의 딸로 태어났다고 합니다’는 현재 인기도가 8억에 달한다 [사진 출처 : 동만당]
▶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한국 웹툰 업체들이 중국 웹툰 플랫폼에 만화를 공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수는 큰 성과를 못내고 있기도 하다.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겠지만 단순히 한국 작품을 번역만 해서 연재하기 보다는 중국 독자들의 입맛에 맞는 편집작업이 수반돼야 중국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백종성 중부대 만화애니매이션학과 겸임교수는 “한국과 중국이 웹툰을 포함한 만화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독자들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보다 중요시 하다보니 작화에 대해서는 다소 소홀한 경향을 보이기도 하는 반면 중국 만화들은 작가주의적 성향이 강해서 작화에 대한 부분을 상당히 강조한다”고 밝혔다.

[안정훈 엠젯패밀리 CMO]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섬네일 이미지
안정훈 엠젯패밀리 CMO 다른기사 보기
삼성물산 상사부문에서 해외 영업을 하다가 매일경제신문에서 10년간 기자로 펜을 잡았다. 2011년 북경대 mba 과정을 다니면서 중국 비즈니스에 관심을 갖다가 마지막 30대를 맞은 2017년 중국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과감하게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의 길로 나섰다. 문화 컨텐츠 사업에 길이 있다고 믿어 중국에서 캐릭터, 웹툰 사업을 하는 엠젯패밀리를 공동 창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