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제2의 페이팔이 될 수 없는 이유

<안명호의 인공지능과 미래금융>

  • 안명호 딥넘버스 대표
  • 입력 : 2017.08.07 18:06:04   수정 : 2017-08-08 09: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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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8월로 한창 날이 뜨거운 여름이다. 아침이면 스마트폰에서 폭염을 알려주는 비상알림메시지가 울리고 밖에 나가 조금만 걸어도 온몸에 순식간에 짠내가 밴다. 8월이기 때문에 미친듯한 더위는 당연한 것이지만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가상화폐의 열기도 식지않고 계속되고 있다.

8월1일 단행된 비트코인의 하드포크와 관련된 이슈는 해당 일자를 기준으로 꾸준히 나오고 있고 지인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다보면 어느덧 주식이나 가상화폐를 주제로 각자의 생각을 펼쳐내기 바쁘다.
비트코인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관계없이 미래효용성 부문에서 많이 꼽는 것이 바로 결제 관련 서비스다.지금은 물건을 사서 결제를 하는데 원화나 달러 같이 거주 국가의 법정통화를 이용해 결제를 하지만 비트코인이 대중화되면, 비트코인으로도 결제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예전 페이팔이 온라인 결제 시장을 순식간에 장악한 것처럼 말이다.

KT 경제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2016년 국내 온오프라인 결제시장규모는 700조로 대단히 크고 매력적인 시장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결제시장은 다양한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고 결제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일정부분의 수수료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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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사진 출처 : 슬라이드쉐어]


그런데 만약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하게되면 참여업체의 수가 줄어들게되고 프로세스가 단순화되기 때문에 수수료가 자연스럽게 기존 결제보다 저렴하게 될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비트코인을 이용해 결제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면 결제서비스가 비트코인의 킬러 서비스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충분히 설득력이라는 향기를 뿌릴 수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이라는 기술을 이해하고 조금 더 깊게 생각을 해보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반적인 결제서비스가 비트코인의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되기 어렵다는 논리가 더 합당하게 느껴질수도 있다. 여기서의 관점은 법적인 이슈나, 비트코인이 법화통화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 아니라 비트코인이 가진 기술적 특성에 의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필자는 비트코인이 결제서비스에 적합하지 않은지 결정적인 2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해보려 한다. 모두 비트코인을 비트코인답게 만들어주는 Proof-of-work, 일명 채굴과 매우 깊은 연관이 있다. 그래서 2가지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채굴에 대한 설명을 피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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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사진 출처 : 딥넘버스]


채굴은 비트코인 거래가 발생했을 때 해당 거래가 정당한 것인지를 점검하고 정상적인 거래인 경우에 이를 승인해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비트코인장부에 알리는 과정을 의미한다. 거래가 완료되려면 반드시 채굴이라는 과정이 완료돼야 하는데, 채굴과정이라는 것이 목표치라는 것을 만족하는 특정 해쉬(hash)값을 찾는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시행착오의 과정이기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양의 계산을 해야한다.

비트코인은 설계상 10분 이내에 거래가 완료돼돼야 하기 때문에 특정 해쉬값을 빠른 시간내에 찾기위해서는 계산성능이 뛰어난 고성능의 장비가 필요하다. 또 이것을 24시간 운영해야하기 때문에 인센티브로 비트코인 이나 다른 수수료를 지급한다. 최근에는 비트코인의 열풍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채굴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에 엄청난 경쟁이 있고 자연스럽게 채굴로 수익을 내는 것이 녹녹치 않게 됐다. (돈벌기가 쉽지 않다.!!!)

비트코인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채굴이라는 과정에서 기억해야 할 숫자는 첫번째 10분이라는 숫자와 두번째로 1MB라는 숫자이다. 10분은 앞서 얘기한대로 새로운 블럭이 만들어지는 시간을 의미한다.

1MB는 블록의 크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블록에 포함될 수 있는 거래의 수를 제한하는 요소가 된다.

10분과 1MB라는 두가지 숫자는 거래인증시간에 대한 제약을 가져오고 채굴이라는 비트코인의 독특한 과정때문에 비트코인은 결제서비스에 적합하지 않다.

적합하지 않은 첫번째 이유는 거래인증시간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비트코인은 10분마다 채굴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의미는 한번 거래가 완료되는데 최소 10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내가 물건을 사고 결제가 완료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최소 10분이상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비트코인을 이용한 거래가 많아지면 질수록 거래에 필요한 시간은 10분보다 훨씬 더 매우 길어질 수 있다.

긍정의 기운을 함껏 마음에 담아 10분내에 비트코인 결제가 완료된다고 생각해보자. 10분의 시간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시간이다. 결제를 한 내가 인질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편의점에 갔는데 음료수를 하나 사고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했다면 거래완료가 될때까지 편의점을 떠날 수 없다. 지불완료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편의점가게 주인 입장에서는 지불을 받지 못할 수도 있어 손님이 가게를 떠나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하루중에 물건이나 서비스 이용의 댓가로 결제를 빈번하게 하는데 매번 10분 이상, 재수없으면 5-6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면 비트코인을 이용해 결제를 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비트코인의 이런 단점을 해결하기 위한 서비스를 일본에서 시작했는데 이런 모습이 강화되면 될수록 기존 결제시스템과의 차이는 줄어들겠지만 비트코인만의 매력은 옅어질 것이다. 또 거래인증시간(채굴시간)은 비트코인이 새롭게 생성되는 시간이기 때문에 짧게 한다면 비트코인 세계에 커다란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두번째 이유는 거래인증의 확장성이다. 비트코인이 하나에서 2개로 쪼개진 빌미를 제공한 것이 어떻게보면 거래인증의 확장성과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 다. 물론 속을 들여다보면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2개의 주도세력이 자신의 이권을 확보하기 위한 결과로 해석된다. 어쨌든간에 결제시스템에 적용되려면 많은 사람들이 시도때도 없이 발생시키는 수많은 거래를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빨라야 하는 것은 기정 사실이다.

아래의 그래프는 비트코인과 페이팔(2014년) 그리고 VISA(평균)의 초당 처리가능 트랜잭션 수를 비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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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사진 출처 : 딥넘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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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의 초당 처리 트랜잭션수는 블록사이즈 1MB 기준으로 7로 VISA의 2000과 비교했을때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블록의 크기를 늘이고 보다 최적화된 프로토콜과 알고리즘을 쓰면 비트코인의 초당 트랜잭션처리수는 7보다 커질 수 있다. 그러나 탈중앙화된 시스템이라는 점과 이중지불과 해킹방지를 위해 적용됐던 채굴의 개념을 생각해보면 기존 결제시스템에 비해 성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VISA의 경우 피크일때 초당 트랜잭션 처리수가 4만7000에 달하는데 만약 비트코인이 그정도의 처리를 하려면 8GB 크기의 블록을 10분안에 처리하고 이를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뿌려야 한다. 지금의 비트코인으로서는 처리불가능한 수준이다.

이에 반해 기존 결제시스템은 신뢰 네트워크에서 동작하기 때문에 각각의 거래를 검증할 필요가 없으며 중앙화되어 있기 때문에 거래내용을 전세계에 뿌릴 필요도 없으니 당연히 높은 초당 트랜잭션 처리수를 가지고 있다.

이상의 2가지 이유로 지금의 비트코인은 일반적인 형태의 결제서비스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더욱이 현시점에서는 가상화폐에 대한 별다른 규제가 없기 때문에 자유롭고 저렴한 수수료를 장점으로 내세울수 있지만 만약 가상화폐가 무럭무럭 자라 규모가 커진다면 법정통화와 마찬가지로 규제가 하나둘씩 드리워질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가상화폐는 점차로 기존 통화와 비슷한 모습을 띄게 될수도 있다.
이럴 경우 기존 법정통화와 결제시스템이 제공하는 것과 다른 그 무엇인가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가상화폐를 굳이 결제서비스에 사용할 이유가 없다.

가상화폐를 이용한 결제서비스가 우리 사회에 어떤 식으로 정착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결제가 아닌, 가상화폐만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결제하는데 사용될 것이다. 기존 화폐가 하지 못했던 것, 그리고 결제시간이 매우 빠를 필요가 없는, 이런저런 제약으로 의사가 있지만 하지 못했던 것을 결제하는데 사용될 것이다. 가상화폐가 현 결제 인프라를 뒤집어 엎을 것이라고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안명호 딥넘버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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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에서 소프트웨어를 전공하고 일본 인텔 에셋 보드 멤버, 사이버르네상스 CTO 등을 역임했다. 통합전산센터 기술전문위원, 과제기획위원, 평가위원으로 활약했으며 딥넘버스라는 스타트업을 설립하고 인공지능기술을 금융에 접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