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내 취향 알려주는 데이터 분석 기술 ‘CDP’

<고영혁의 데이터 액션>

  • 고영혁 트레저데이터 지사장 / 고넥터 대표
  • 입력 : 2017.06.12 11:12:17   수정 : 2017-06-14 10:4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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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버는 돈은 고객의 지갑에서 나온다. 따라서 기업이 돈을 잘 벌려면 돈이 두둑하게 들어 있는 지갑을 들고 있는 고객을 잘 알아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저인망식으로 고객을 끌어당길 수는 없다. 돈을 버는 효율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데에 드는 비용, 예를 들어 광고를 내보내고 프로모션 이벤트를 진행하고 신규 가입 축하 쿠폰을 뿌리는 데 드는 비용은 단골 쿠폰과 같은 방법으로 기존 고객에게 추가 구매를 유도하는 비용보다 훨씬 크다. 따라서 후자가 훨씬 효율적으로 돈을 버는 방법이다.

쇼핑몰에서 처음 지갑을 여는 것이 어렵지, 일단 한 번 열기 시작하면 그 이후는 계속 열어서 쇼핑 삼매경에 빠지는 상황이 딱 이 경우이다. 결국 신규 고객 확보도 중요하지만 이미 확보한 고객이 지속적으로 고객으로 남게 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돈을 버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고객을 확보하고 돈을 쓰게끔 하는 미션을 갖고 있는 마케팅 관련 일을 한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 봤을 법한 용어가 바로 고객관계관리(CRM)다. 고객과 기업 사이의 관계를 좋게, 긴밀하게 발전 및 유지되도록 관리함으로써 고객이 기업의 제품, 서비스를 더 자주, 혹은 더 많이, 혹은 더 오래도록 구매하게끔 하는 것을 의미한다. 언뜻 봤을 때 굉장히 수긍이 가는 개념이자 접근법으로 실제로 20세기 말, 21세기 초에 걸쳐 CRM 광풍이 불면서 많은 기업들이 CRM 관련 솔루션을 큰 돈을 들여 구매하고 관련된 부서를 새로 만들어서 운영했다.

그런데 이 CRM에 대해 안좋은 기억을 갖고 있고 나쁜 평가를 내린 CEO나 기업 소유주가 은근히 많다는 것이 문제다. 그들 입장에서는 기업의 모든 활동이 매출이나 수익률로 귀결될 필요가 있는데 당시 도입했던 CRM은 결과적으로 어느 규모 이상의 의미 있는 매출이나 수익률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비싼 돈을 들여 외산 유명 솔루션을 도입하고 사람도 뽑고 시간도 투자했는데 결과가 잘 안 나오면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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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CRM 하면 떠오르는 것들 [사진 출처 : 블루다이아몬드갤러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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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CRM은 잘못된 접근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고객 관계 관리라는 개념은 그 자체로는 틀릴 수가 없는 올바른 접근이다. 모든 기업의 비즈니스는 결국 고객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해 충족시켜주는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근간을 둔다. 따라서 고객을 ‘제대로’ 알아야만 하며 제대로 알려면 관계가 돈독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역으로 누군가와 관계가 좋으면 다양한 형태로 상호작용을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그 사람도 좋고 나도 좋은 큰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

컨셉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면 과거에는 대체 무엇이 잘못됐던 것일까? 기업 내에서 관련된 일을 수행하고 다수의 컨설팅을 한 경험에 비춰보면 문제는 CRM의 개념 자체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CRM을 구현했다는 솔루션과 솔루션을 쓰는 사람에 있었다. 당시 CRM 솔루션의 대부분은 고객과 기업의 접점 중에서 단순히 구매하는 최종 상황에만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고객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언제 얼마나 구매했는 지에 대한 히스토리 데이터 및 고객의 나이나 성별, 사는 지역 등의 인구통계학적 데이터 중심으로 핵심 데이터셋이 구성돼 있었다.

이를 토대로 고가의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이나 수시로 구매하는 고객이나 혹은 그런 조건을 만족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인구통계학적 동일 집단 내의 다른 사람들에게 할인 쿠폰이나 선물 등을 제공해서 로열티를 높여 잠재적인 추가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 CRM 활동의 주를 이뤘다. 그리고 이런 류의 일을 맡아 하는 것이 CRM 담당자, 주로 마케팅 내지는 고객상담 관련 커리어를 가진 사람의 역할이었다.

이것만으로도 잘만 하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는 있지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고객에 대해서 알고 있는 정보라고 해봐야 결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정보 및 인구통계학적 데이터가 전부인데 이것만으로는 고객의 구매 욕구의 성격과 타이밍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분석해서 고객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여러 접점 중 적절한 위치에 적절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에서 CRM의 개념을 이야기하면서 고객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표현을 썼는데 제대로 안다는 것은 고객에 대한 360도 전방위 분석을 할 수 있는 데이터가 확보돼야 하고 또 이를 올바르게 분석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당연하게도 과거의 CRM 솔루션은 기술적으로 이런 것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고 추상적인 개념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현업에서 써야 하는 솔루션은 그와는 큰 괴리가 있다 보니 CRM 일을 하는 사람의 역량도 적절하게 매칭이 되거나 계발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이쯤에서 시계를 현재 시점으로 돌려보자. 최근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에서 뜨거운 감자로 이슈가 되고 있는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고객 데이터 플랫폼(CDP)이다. 글로벌 유명 리서치 기업인 가트너는 CDP를 ‘다양한 고객 접점 채널에 대해 효과적인 최적의 마케팅 활동을 구성할 수 있는, 마케터가 직접 조작 가능한 통합된 고객 데이터베이스’라고 정의하고 있다. 고객 경험 플랫폼(CEP)이라고 명명하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관련 솔루션 대기업들도 있는데 사실 CDP 와 같은 개념이다. 고객을 이해하는 관점보다는 이해한 고객을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는 경험을 여러 접점에서 제공하는 것에 좀 더 방점을 둔 표현이라고 보면 된다.

정리하면 CDP 는 고객을 데이터 기반으로 전방위로 이해해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알아내고 제품 구매라든가 상품 체험 신청이라든가 상품과 관련된 특정한 광고 콘텐츠를 보게 한다든가 하는 여러 행동들로 유도함으로써 기업이 원하는 결과를 효율적으로 이끌어내는 플랫폼이다.

특히 CDP는 기본적으로 개인화와 최적화를 전제로 두는 개념이다. 인구통계학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두루뭉술하게 묶어서 통으로 무언가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한 명 한 명에 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고객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개인화 경험을 제공해 기업 목표의 전체 최적화를 달성하는 것에 집중하는 솔루션이자 접근법이라는 이야기다.

이렇게 보면 CDP도 결국 CRM과 다를 바가 없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서야 ‘제대로’ CRM을 할 수 있는 기술 및 솔루션 기반이 갖춰졌다는 점이다. CRM의 이상적인 목표였던 맞춤형 고객 관리가 드디어 현실로 등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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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CDP의 기본 개념도 [사진 출처 : 트레저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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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제 어떤 데이터로 고객을 어떻게 이해하고 기업이 원하면서 고객도 원하는 행동을 고객에게 어떻게 제시할 수 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이해가 동반이 돼야 CRM을 제대로 쓰지 못했던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고객 혹은 잠재고객의 삶은 크게 기업이 직접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으로 구성된다. 전자는 기업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모바일 앱, 오프라인 매장 등 각종 마케팅/세일즈 접점에서 어떤 것을 제시했고 고객이 어떻게 반응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의미한다. 매출 데이터나 기존의 CRM 데이터 같은 것들도 당연히 포함된다. 이런 데이터를 통틀어서 퍼스트 파티(1st party) 데이터, 즉 1사 데이터라고 부른다.

후자는 기업이 직접 데이터를 구할 수 없거나 컨텐츠 매체사 등과의 계약 관계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세컨드 파티(2nd party) 데이터, 즉 2사 데이터에도 해당되지 않는 영역으로 사람들이 다른 어떤 웹사이트나 앱이나 오프라인 매장에 언제 방문해서 무엇을 구매했고 무엇을 봤고 어떤 리액션을 했는지 등에 대한 행동 패턴 로그 데이터 및 소득수준이나 각종 설문 조사를 통해 획득한 다양한 정성적인 정보나 인구통계학적 정보 등을 포함한다. 이런 데이터를 써드 파티(3rd party) 데이터, 즉 3사 데이터라고 부르며 이런 데이터들을 여기저기에서 구해서 통합해 놓은 다음에 기업이 원하는 조건을 만족하는 타겟 고객 세그먼트를 추출해서 광고 등을 집행할 수 있게 하는 솔루션을 데이터 관리 플랫폼(DMP)이라고 한다.

DMP는 CDP 이전에도 있던 개념이자 솔루션인데 이것만으로는 기업이 원하는 고객 행동(보통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데에 명확한 한계가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DMP에 여러 정보들이 들어 있다고 하더라도 고객에 대한 일부분의 정보인데다가 DMP를 통해 할 수 있는 것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광고 생태계를 통한 디스플레이 광고를 보다 나은 타겟팅을 거쳐서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고객이 광고를 한두번 반복해서 본다고 물건을 살 리가 없다. 어떤 행동을 하게끔 유도하려면 고객이 현재까지 어떤 단계를 거쳐서 어느 단계에 놓여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한 이후 다음 단계로 끌고 와야 할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접점에서 적절한 메시지나 행동을 던져야 한다. 이것을 하려면 기업이 직접 제어하는 수많은 접점들에서 얻는 1사 데이터 정보 및 접점들에서 고객과의 상호작용을 데이터 기반으로 자동화해 직접 제어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

바로 이같은 기업 내외부 데이터 통합과 데이터 기반의 접점 컨트롤이 CDP가 DMP와 다른 핵심 기능이며 CDP가 DMP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DMP를 보다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다리 역할 및 전체를 아울러서 제어하는 컨트롤 타워라고 이해하는 것이 맞다.

현재 CDP를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기업 중 이 흐름을 전세계적으로 선도하고 성과 사례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바로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트레저데이터다. 시세이도, 무인양품(MUJI), 소니, 스바루, 소프트뱅크, 위시(Wish) 등이 트레저데이터의 CDP를 사용해 기업의 내외부 데이터를 통합하고 고객 접점에서 최적의 개인화 액션을 자동으로 계산해서 제시함으로써 매출, 수익률 향상 성과를 이룬 글로벌 기업들이다.
시세이도는 아래와 같은 솔루션 구성을 통해 고객을 전방위로 실시간으로 이해하는 기반을 구축한 다음에 고객에게 다양한 접점에서 최적의 마케팅 메시지를 제시하고 있다. 최종 행동이 발생하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결과 데이터들을 토대로 고객에게 맞춤형 할인쿠폰과 같은 최적의 제안을 제공함으로써 매장에 방문한 멤버십 고객들의 매출을 기존대비 20% 상승시키는 성과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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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시세이도의 CDP 활용 세부 내용 [사진 출처 : 트레저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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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데이터로 막연한 분석 레포트를 만들 때가 아니라 데이터로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CDP 활용과 같이 데이터 액션을 해야 할 때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의 원천 기술을 따라잡기에는 꽤 늦은 감이 있지만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우리에게 특화된 데이터를 구축하고 활용해서 실질적인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은 글로벌 기준에서 보면 이제 막 시작되는 상황이다. 우리도 충분히 빨리 따라 잡고 선도를 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을 잊지 말자.

[고영혁 트레저데이터 지사장 / 고넥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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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학, 경제학, 경영학을 공부하고 NHN과 지마켓에서 데이터를 활용한 여러 서비스와 사업을 기획, 성장시켰다. 현재 데이터 전문 컨설팅 기업 고넥터의 대표이자 실리콘밸리 소재 글로벌 기업인 트레저데이터 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전세계의 다양한 기업들이 데이터를 활용해서 가치를 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