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모델을 게임에 적용한 엑스박스, 성공할까?

<김조한의 넥스트미디어>

  • 김조한 넥스트미디어연구소장
  • 입력 : 2017.06.01 17:43:46   수정 : 2017-08-30 15:4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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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원이 월 9.99달러인 디지털 게임 섭스크립션 서비스인 게임 패스를 1일부터 정식으로 시작했다. 지난 3월 언론을 통해 밝힌 내용으로 엑스박스360(XBOX360) 하위 호완 게임과 엑스박스 원(XBOX One) 게임을 포함해 다양한 게임 타이틀들을 월정액 가입 형태로 다운로드받아 즐기는 서비스다. 월 정액 서비스로 가장 이름높은 넷플릭스의 모델을 게임에 적용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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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사진 출처 :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이같은 월정액 기반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는 소니도 제공하고 있다.
바로 플레이스테이션 나우다. 금액도 다르고 방식도 다르지만 구작 게임들을 즐길 수 있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매우 흡사하다.

단 구작에 대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스트리밍 방식이라 인터넷 접속 속도에 따라 게임의 질이 바뀌는 문제로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반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게임 제작사들에게는 역시 신작 판매가 구작의 지속적인 호응보다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게임 패스는 플레이스테이션 나우와 다르게 스트리밍이 아니라 게임 전체를 디지털 다운로드하는 방식이다. 단 일정 기간 동안만 실행할 수 있으며 매달 게임이 바뀐다. 게임을 계속하려면 구매해야 하며 이 경우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어찌 보면 콘솔 게임 분야에서 넷플릭스와 매우 흡사한 게임 월정액 모델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게임 패스가 넷플릭스처럼 성공을 거둬 게임 시장을 뒤흔드는 서비스로 자리잡는다면 시장은 어떻게 바뀔까? 양적, 혹은 질적 성장을 거둘 수 있을까?

넷플릭스여, 월정액 컨텐츠 서비스가 정말 답입니까?

이 질문은 넷플릭스가 그동안 영화 시장에 미친 영향을 점검해보면 답을 얻을 수 있다. 혹시 넷플릭스가 북미 영화시장을 얼마나 바꿔놓았을지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데이터를 가지고 직접 비교를 해보자. 2007년은 넷플릭스가 최초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도한 해였다. 2007년과 2017년 북미 영화시장을 가지고 비교를 해보자.

극장 기준으로2007년 북미 영화 총수입은 96억달러(약 10.5조원)다. 2016년 북미 영화 총수입은 110억달러(약 12.1조원)으로 약 14% 성장했다.

시장 규모 자체가 성장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여기에는 숨은 이유가 있다. 바로 관람 가격의 상승이다. 해당 기간동안 영화 관람표 가격은 평균 6.88달러에서 8.65달러로 25% 올랐다. 결국 영화 관람객 규모만 보면 역성장한 셈이다.

그래도 매출은 올랐으니깐 성장은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박스 오피스 모조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영화 흥행은 1500만달러 (약 160억원)이었는데 9년전인 2007년에도 1500만달러로 놀랍게도 같다. 즉 매출 증가는 영화가 더 잘 흥행됐다기보다 영화가 더 많이 만들어졌기 때문인 것이다. 관람표 가격을 고려한다면 영화당 평균 관객수는 약 25% 줄었다고 볼 수 있다. 당연히 전체 관람객 수도 줄었다.

2차 판권 시장도 계산해보자. SNL 카간의 리포트에 따르면 2007년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영화 대비 약 2배 매출로 추산됐다. 즉 96억달러의 두배인 192억달러 수준이라는 얘기다. 말 그대로 디스크 산업의 황금기였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넷플릭스도 DVD 시장의 부흥과 함께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영화 대비 0.41배로 줄어들었다. 일단 디스크 시장 자체가 20% 수준으로 추락했다. 애플, 아마존과 같은 건당 과금 기반 VOD 매출을 추가하면 총 98억달러로 집계된다.

합해보면 2007년 영화 컨텐츠 매출은 288억달러다. 그러나 지난해 월정액 가입을 제외한 영화 컨텐츠 매출은 208억달러로 대략 십년 전 대비 80억달러의 차이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넷플릭스, 아마존, HBO가 영화 컨텐츠로 연 8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넷플릭스 매출은 이제야 전세계 100억달러를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또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주요 컨텐츠에 방송, TV 영상도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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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사진 출처 : 매경DB]
북미 시장이 넷플릭스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보면 50억달러, 그리고 넷플릭스의 북미 시장 점유율이 70%이니 역산하면 북미 시장의 월정액 기반 VOD 규모는 70억달러로 계산할 수 있다. 여기서 방송, TV와 영화가 절반씩 나눠갖는다고 보면 영화 컨텐츠 규모는 35억달러로 집계된다. 다소 거친 계산법이지만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크게 틀리지 않다.

결론적으로 영화사 입장에서 보면 10년 전 벌던 돈의 50억달러(5조5000억원)가 사라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전 세계 영화 시장이 커가고 있다고 하지만 넷플릭스를 따라 해외에서도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월정액 형태의 서비스가 시장 규모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 엑스박스는 왜 넷플릭스를 따라하는 걸까? 여기에는 콘솔 게임에서의 치열한 경쟁이 자리잡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 소니를 무너뜨려라

게임 패스는 사실 마이크로소프트가 소니를 무너뜨리기 위해 내놓은 마지막 발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양사의 경쟁은 사실상 끝났으며 반전이 일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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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전세계 게임기 판매량 집계 [사진 출처 : VGChartz]
콘솔 게임기 판매 기준으로 엑스박스는 플레이스테이션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게임기가 적게 팔렸는데 타이틀이 많이 팔릴리가 만무하다.

게다가 게임 패스는 3000만명 규모인 엑스박스 원 사용자에게만 쓰임새가 있다.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 나우에 추가하는 형태로 따라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결국 기존 사용자와 신규 구매자들에게는 유입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대작 타이틀의 흐름이 소니로 바뀐 현 시점에는 제살 깎아먹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다운로드의 흐름은 어쩔 수 없는 큰 흐름이나 월정액 모델의 도입은 시기상조일지 모른다. 미디어 산업은 넷플릭스라는 큰 흐름을 이미 온몸으로 체험했다. 빨리 올라탄다고 해서 돈을 더 벌 수 있는 모델도 아니라는 것을 안다.

특히 컨텐츠 업계 입장에서는 이 시장이 빨리 오지 않을수록 좋다. 개인적인 생각에 오히려 소니에게 전략적으로 선택권이 늘어난 것이지 악재로 작용할 것 같지는 않다.
 

엑스박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는 많은 시뮬레이션을 했겠지만 이같은 디지털 월정액 모델은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 좋을지 모겠지만 양질의 대작이 나올 기회가 줄어들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도 피해자가 될수도 있다. 미디어 업계, 그리고 우리는 십년 전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김조한 넥스트미디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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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에서 미디어 전략 기획, 티보에서 아시아 비즈니스 개발 총괄, LG전자에서 스마트TV 기획자를 역임했으며 현재 곰앤컴퍼니에서 미래전략 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미국, 중국, 그리고 동남아 미디어 시장 동향에 관심이 많아 미국, 중국, 한국의 미디어 플랫폼 전쟁을 다룬 '플랫폼전쟁'이라는 책을 출간한 바 있다. 뉴미디어와 올드미디어를 아우르는 페이스북 페이지 ‘NextMedia’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