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슨의 시청률 분석, 넷플릭스의 민낯을 노출하다

<김조한의 넥스트미디어>

  • 김조한 넥스트미디어연구소장
  • 입력 : 2017.11.08 15:55:32   수정 : 2017-11-08 17: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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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간판 작품은 이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마인드 헌터’와 지난달 27일 시즌2가 공개된 ‘기묘한 이야기’다. 한때 넷플릭스의 전면을 장식했던 ‘하우스 오브 카드’는 주연인 케빈 스페이시의 성추문 파문으로 앞으로는 새로운 작품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없게 됐다. 32년전(1985년) 14세였던 배우 앤소니 랩을 성추행했다는 기사가 버즈피드를 통해 나온 이후 케빈 스페이시는 사과성명을 내놓았지만 이슈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넷플릭스는 결국 후속을 제작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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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마인드 헌터의 바이럴 스코어도 무섭지만 10월 27일 공개돼 단 이틀만에 이런 바이럴을 만든 기묘한 이야기의 파워는 이미 TV를 능가하고 있다. 스타트렉은 우리에게 넷플릭스로 익숙하지만 CBS의 디지털 오리지널 작품이다. [사진 출처 : 패럿애널리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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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오브카드는 안녕, 이제는 기묘한 이야기의 시대

그러나 넷플릭스에게 큰 타격은 없어 보인다. 작년에 혜성과 같이 등장한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는 진짜 바이럴 -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언급하는 것 - 이 무엇인지, 그리고 오리지널 콘텐츠로 TV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경험하게 만들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작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TV 시리즈가 바로 기묘한 이야기다. 시즌1 공개 만으로도 기존 TV시리즈 대표작인 HBO의 왕좌의 게임, AMC의 워킹데드를 넘어섰다. 가입자들에게만 컨텐츠가 제공되는 넷플릭스는 기존 지상파 방송국의 시청률과 같은 정보가 없기 때문에 바이럴이 잘되는 컨텐츠가 가장 막강한 무기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1이 엄청난 바이럴을 일으키자 넷플릭스는 시즌 1 종료 후 후속편 제작에 바로 돌입했고 벌써 시즌4까지 제작을 준비중이다. 결정을 빨리 한 이유에는 주인공인 아역 배우들이 어려 하루가 다르게 크고 있다는 점도 꼽힌다. 시즌1과 시즌2 사이에 주인공들은 너무 훌쩍 자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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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기묘한 이야기 시즌2, 이번에 CJ헬로의 새로운 OTT박스의 런칭 프로모션의 얼굴이 되기도 했다 [사진 출처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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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묘한 이야기의 시즌 1과 시즌 2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넷플릭스는 시청률과 같은 데이터를 산정하기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소셜, 웹사이트에서 언급된 데이터를 수집해 산출하는 페럿애널리틱스의 바이럴 스코어만 참고했는데 이번에는 새로운 데이터가 공개된 것이다. 바로 90년간 TV 시청률을 분석해온 닐슨이 넷플릭스의 시청 데이터를 공개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넷플릭스 시청률 분석, ACR로 가능하다

닐슨이 사용한 방법은 바로 ACR(Automatic Content Recognition)이다. 영상이나 음성의 파형을 비교해 빠르게 동일한 콘텐츠를 찾아내는 기술로 오디오/비디오 부문의 지문 인식 기법이라고도 부른다. 음악을 찾을 때 사용하는 앱인 사운드하운드나 샤잠도 이 기술을 이용한다.

닐슨에서 많은 TV 제조사나 자체적으로 설치한 기기를 통해 TV 에서 재생되는 컨텐트를 수집하기 시작하면서 미국내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이 기묘한 이야기 시즌2를 시청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이 방식은 TV 시청률 분석을 위해 최적화돼 현재 TV에서 재생된 넷플릭스 음성만 가지고 분석할 수 있다. 참고로 넷플릭스는 자사 시청률의 65%가 TV에서 발생한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는 스마트TV, 애플티비, 로쿠티비, 아마존 파이어티비, 크롬캐스트, 게임콘솔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럴 경우 35%의 시청자들의 데이터는 집계할 수 없다. 스마트폰, 테블릿, PC등으로 시청하는 사람들이다.

닐슨은 ACR을 이용해 기묘한 이야기 시즌 2의 에피소드 1이 공개되자마자 3일동안 1580만명의 시청자들이 TV화면을 통해 시청했다고 밝혔다. 미국 넷플릭스 가입자들의 30%가 본 것이다. 최고의 시즌으로 평가받던 왕좌의 게임 시즌 7은 1300만명이 같은 기준으로 시청을 했다고 하니 넷플릭스와 비슷한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HBO보다 20% 많은 시청자가 감상한 것이다. 모바일에서 본 사용자까지 포함하면 더 늘어날 것이다. 미국에서 기묘한 이야기가 얼마나 인기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빈지와칭? 이제는 빈지레이스!

재밌는 것은 닐슨의 데이터로 넷플릭스의 미디어 전략의 효과도 검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의 성격상 전 에피소드가 한번에 공개가 되기 때문에 전체 에피소드를 얼마나 봤는지에 대한 자료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 2에서는 거의 400만명이 10여편의 에피소드를 빈지와칭(BingeWatching), 즉 몰아보기로 본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넷플릭스는 빈지와칭 외에 새로운 마케팅 용어를 만들어 홍보하고 있다. 바로 빈지레이스(BingeRace)다. 새로운 TV 시리즈가 공개된지 하루안에 전체 에피소드를 모두 보는 것을 말한다. 이런 신조어를 만들어 오리지널이 새로 나왔을 때 바로 바로 소비돼 외부에 바이럴되도록 하려는 의도다. 초기 바이럴이 안되는 컨텐츠는 일반 방송처럼 인기를 끌지 못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낸 아이디어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미디어 트렌드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회사임을 잊지말자.

넷플릭스에 따르면 오리지널 컨텐츠를 빈지레이스로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1억900만 가입자 중 840만명 수준이다. 약 7.7%의 사용자가 빈지레이스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묘한 이야기의 빈지레이스 스코어는 어떨까? 미국에서만 36만1000명이 빈지레이스를 한 것으로 집계됐다. 물론 여기에는 모바일로 시청한 사용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35%가 모바일로 시청을 했다고 가정하면 약 55만명이 몰아본 것으로 전체 가입자 중 1% 정도가 빈지레이스에 참여했다고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에 따르면 가장 가입자가 많은 미국이 빈지레이스 경험자로는 1위가 아니라고 하니 이같은 시청 행태가 보편적으로 확산됐다고는 볼 수 없다. 닐슨의 자료도 이를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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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국가별 빈지레이스 순위. 1위는 캐나다, 2위가 미국, 3위가 덴마크, 4위가 핀란드, 5위가 노르웨이다 [사진 출처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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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슨의 넷플릭스 분석이 갖는 의미

작년까지만 해도 이런 데이터가 닐슨을 통해 공개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넷플릭스는 여전히 자신들의 서비스가 기존 방송사들과 달리 광고를 보는 방송이 아니기 때문에 시청률은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닐슨의 시청률 측정은 다음 방송의 광고료를 산정/가치 측정한다는 목적이 크다.

그러나 비디오 스트리밍 즉 OTT의 시청률 분석이라는 것이 가능해짐으로써 레거시 미디어가 아닌 뉴 미디어의 진짜 트렌드를 알 수 있게 됐다. 그리고 TV, 영화를 제작하는 스튜디오들에게도 넷플릭스와 협상할 수 있는 나름의 객관적인 데이타를 가지게 된 것이다. 말 그대로 넷플릭스의 민낯을 노출한 꼴이다. 향후 넷플릭스의 대응이 궁금하다.

[김조한 넥스트미디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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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에서 미디어 전략 기획, 티보에서 아시아 비즈니스 개발 총괄, LG전자에서 스마트TV 기획자를 역임하고 현재는 미국, 중국, 한국의 미디어 플랫폼 전쟁을 다룬 '플랫폼전쟁'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미국, 중국, 그리고 동남아 미디어 시장 동향에 관심이 많으며 페이스북 페이지 ‘NextMedia’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