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업계의 고민 "봄은 언제 오나"

<정덕영의 VR월드>

  • 정덕영 클릭트 대표
  • 입력 : 2017.03.31 10:55:47   수정 : 2017-05-18 09: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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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VR) 업계에 많은 화제를 몰고 왔던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DC)가 지난달 끝났다.

국내 많은 기업이 참가한 이번 행사에서 단연 백미는 스코넥이었다. 자사의 인기 컨텐츠인 모탈 블리츠를 워킹 어트랙션 형태로 개발해 거대 체험형 부스를 만들어 시연,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워킹 어트랙션 VR은 헤드셋과 다른 조작 기기를 착용한 상태에서 짧은 거리를 이동하면서 VR을 체감할 수 있도록 고안된 시스템으로 동작이 추가돼 헤드셋만 썼을 때보다 몰입감이 훨씬 배가된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에픽 게임즈의 ‘로보리콜’을 선두로 엔씨소프트에서 블레이드엔 소울 테이블 아레나를 발표해 점차 거대 개발사들의 VR로의 진출이 가시적으로 드러났다. 국내외의 개발사로부터 관심을 끌만한 VR 게임들이 등장한 셈이다.

하드웨어 부문에서는 오큘러스 리프트가 고성능 헤드셋 가격을 598달러로 인하한 것이 화제였고 LG전자가 스팀과 HTC 바이브와 비슷한 VR 시스템을 발표해 LG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의 성능 뿐 아니라 편리성으로 큰 화제가 됐다.

GDC 직후 국내에서 개최된 VR 엑스포도 많은 방문객들로 대 성황을 이뤘다.

VR, 끝나지 않은 겨울

이처럼 작년부터 국내에 불어온 VR의 관심은 정부의 주도와 맞물려 서울에만 수백개의 VR관련 기업이 생겼고 VR 엑스포로 대중적 관심을 확인한 듯 하다. 바야흐로 VR의 전성시대가 성큼 다가온 듯 보인다.

그러나 VR 업계는 지금 겨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미국의 연말 홀리데이 시즌의 결과 오큘러스 리프트, HTC 바이브,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R등 각종 VR기기들의 총 판매 댓수는 100만여대에 그쳤다. VR이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가졌던 기대감도 어느 정도 식은 듯 보인다.

실제로 관심에 비해 출시된 VR전용 소프트웨어의 수가 아직 많지도 않고, 의미를 부여할 만한 매출을 낸 전용 소프트웨어가 아직 없는 상황이어서 닭인가 달걀인가라는 해묵은 말이 떠오를 법 하다.

동시에 지난 몇년간 광풍과도 같았던 해외 VC들의 VR을 향한 사랑도 작년 여름을 기점으로 서서히 잦아 들었다. 작년 중국에서 수천개의 VR관련 회사가 문을 닫거나 도산했고 중국 VC나 중국 VR기업들의 국내 VR회사들을 향한 맹렬한 관심 역시 급히 냉각됐다.

올해 VR 엑스포에서 특히 두드러진 체험형 VR 기기들도 미래가 밝지 않다. 모션 플랫폼과 VR기기를 결합해 새로운 경험을 전달하기 위한 시도, 그리고 수익화의 일환으로 VR 테마파크를 기획하고 있지만 2015년부터 중국에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VR 테마파크들이 초반에 반짝한 후 거의 다 폐업한 상황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컨텐츠 제작 기술의 측면에서 훨씬 우세한 국내 회사들도 유저들을 두번 세번,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경험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다.

당분간 쉽지 않은 국내 VR 상황

3개의 VR 플랫폼을 합쳐서 100여만대 보급, 컨텐츠 시장은 플랫폼 별로 각각 나뉘어 있는 현 상황. 충분한 매출 발생이 쉽지 않은 B2C비지니스가 아직 요원한 상황에서 한국의 VR회사들은 당장은 B2B비지니스와 정부 지원, 또는 정부 과제등을 바라 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또한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우선 VR 관련 규모가 있는 B2B 비지니스를 일으킬 수 있는 업체가 아직 많지 않다. 기어 VR과 차기 VR 기기등을 런칭 예정인 삼성 정도가 꾸준히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그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의 지원 과제등이 어느정도 숨통을 틔워줄 수 있겠지만 최순실 사태의 여파로 기관에 따라 VR관련 지원 예산과 사업이 크게 줄어들어 정부의 과제를 따기 위한 각 회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같은 상황을 보며 VR은 잠깐의 유행이고 곧 3DTV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 예측했던 이들은 “역시” 라고 중얼거릴지도 모르겠다. 과연 그럴까?

다음에는 VR이 왜 사라지지 않을 것인지, VR이 산업 뿐 아니라 인류에게 왜 점점 더 중요하게 될 것인지 짚어보자.

[정덕영 클릭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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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게임 업계에서 활동했던 컴퓨터그래픽(CG) 전문가로 대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우연한 기회에 오큘러스 리프트 DK1을 접한 뒤 VR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모바일과 VR을 접목한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 기어VR의 런칭 타이틀인 경주 VR 뮤지엄, 일본 미토 미술관의 세계 첫 워킹 VR 전시인 블라인드 퍼스펙티브 등을 제작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