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게 승리’ 덩케르크 철수, 온라인 은행의 공습

<김영욱의 밀리터리와 IT>

  • 김영욱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부장
  • 입력 : 2017.08.14 18:00:46   수정 : 2017-08-16 09: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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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차 대전이 다시 발발했을 때 사실 그 누구도 1차 대전 때처럼 독일에게 유럽을 쉽게 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벨기에나 폴란드는 그렇다 치더라도 나폴레옹 이후 최강의 육군을 보유하고 있었던 프랑스는 정말 의외였다. 프랑스는 1차 대전에서 호되게 당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독일이라고 하면 치를 떨면서 준비를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어떤 독일의 공격에도 막아 낼 수 있는 견고한 방어선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설계자의 이름을 딴 마지노선이다. 마지노선은 일련의 요새들과 보루들로 구성돼 있으며 병력과 물자를 빠르게 공급하기 위해서 사이사이가 지하철도로 연결돼 있었다. 각 요새는 병영, 병원, 탄약고, 연료창고 및 환기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고립되더라도 요새 단위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마지노선 구축은 이전에는 없었던 대공사로 비용도 원래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어 무려 70억 프랑이 투입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국민들은 ‘전쟁이 터졌을 때 전사하게 될 병사들의 목숨과 맞바꾼 강철과 돈’이라는 말로 신뢰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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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마지노선을 우회한 독일군의 진군 [사진 출처: http://www.leadingwithideas.com/fighting-yesterdays-war-in-tomorrows-world/ ]
사실 프랑스는 이미 1차세계대전에서 지옥 같은 참호전을 충분히 경험했다. 그래서 마지노선과 같은 아이디어에 모두가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독일군도 바보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독일군은 2차세계대전이 터졌을 때 마지노선으로 바로 돌격해 오지 않았다.엄청난 희생을 감수하고 마지노선을 돌파하기보다 벨기에와 프랑스 사이에 있는 울창한 살림지역인 아르덴 숲으로 돌파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아무도 엄청난 기갑 사단이 울창한 산림지대를 통과해 온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기에 독일군의 이같은 우회 공격은 큰 성과를 거뒀다. 그래서 지금도 흔히 물러날 수 없는 마지막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마지노선은 사실 전쟁 당시에는 우회전술로 말미암아 어이없이 무력화된 상징이 됐다.

또다른 문제는 마지노선을 건설하는데 소모된 막대한 비용으로 실질적인 군사력 증강에 필요한 예산이 줄었다는 것이다. 결국 독일군이 우회해서 진군해 오자 프랑스군과 함께 유럽을 지키기 위해 파병됐던 영국을 비롯한 연합국 병사들은 무력하게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작은 해안도시에 고립되고 마는데 이것이 바로 영화 덩케르크의 배경이다.

보이지 않는 적으로부터의 철수, 덩케르크

영화 덩케르크는 세계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1940년 세계2차 대전 당시 프랑스 서쪽 끝에 있는 덩케르크라고 하는 작은 해안 도시에 영국군을 포함한 연합군이 독일군에게 포위돼 섬멸 당할 위험에 처해 있었던 그 당시를 영화로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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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덩케르크 영화 포스터 [사진 출처 : 워너브러더스]
수십만의 연합군이 모여 있었던 덩케르크는 가만히 놔두면 독일군에게 섬멸당하거나 수십만의 포로가 발생할 상황이었다. 전쟁준비가 부족했던 연합군에게 있어 수십만명의 병력은 지금 가용할 수 있는 대부분의 병력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따라서 이 병력들을 철수시키기 위해 다이나모 작전이라고 명명된 철수작전이 수행됐다.

연합군은 덩케르크 해변에서 있었던 다이나모 작전을 통해 36만6162명의 병력을 영국으로 탈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지중해 등을 통해 추가적으로 19만1870명의 병력이 탈출에 성공했다. 이렇게 많은 병력을 보전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이나모 작전은 비록 철수 작전이지만 승리한 전투로 기록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기서 보전한 병력과 착실하게 준비를 해서 4년 뒤에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여기에는 많은 희생도 뒤따랐다. 영국은 안그래도 부족했던 전투기를 117대나 잃었으며 또 호위함 10척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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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실제 덩케르크 해변에서 탈출을 기다리고 있는 연합군 병사들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영화 덩케르크를 보면 첫 장면에서부터 독일군의 모습은 없다. 그냥 총알만 날라와서 병사들이 죽어 나갈 뿐이다. 구축함이 침몰되는 장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u보트는 보이지 않고 어뢰만 날라와서 배를 두 동강낸다. 독일군이 살짝 나타나긴 하지만 그마저도 흐리게 처리돼 있다. 이렇게 독일군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은 주로 영화에서 악마나 전설의 보이지 않는 절대적인 힘으로 표현할 때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실제로 독일군이 그러했고 연합군은 단 한명이라도 더 살려내는게 목표였다. 그리고 다이나모 작전은 그런 면에서 시간과 독일군의 협동작전으로부터 승리한 작전으로 기록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역습

7월 27일 카카오뱅크가 온라인으로 문을 열었다. 일반인들에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1호 인터넷 은행인 케이뱅크는 이미 온라인 은행 사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카카오톡과의 연계라는 큰 장점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냈다.

그 결과 보름도 안된 8월 8일에는 이미 가입자 숫자가 2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단순히 가입자 숫자만 많은 게 아니라 1조 2190억원의 예금을 유치하고 8800억원을 대출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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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카카오뱅크 앱 [사진 출처 :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가 단시일 내에 큰 성과를 보이자 그 동안 정체돼 있었던 케이뱅크도 더불어 움직임이 빨라졌다. 캐이뱅크는 이사회를 통해서 1000억원 유상 증자를 결정했다. 카카오뱅크는 더 공격적으로 바로 그 다음 날 이사회를 열어서 5000억원 유상 증자를 결정했다. 이미 이 온라인 은행들의 싸움에는 기존 은행권들은 언급되지 않고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만 언급되면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가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가장 큰 힘은 온라인 은행이라는 점이다. 비싸게 점포를 유지할 필요도 없고 비싼 임금을 지불하는 창구 직원들도 없다. 오로지 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으로 통장을 개설하고 대출을 해준다. 비용이 적으니 당연히 예금 이자는 올라가고 대출 이자는 내려간다. 국내 송금 수수로는 2017년까지는 당행 타행 모두 무료인데 해외의 경우에는 시중 은행의 10분의 1수준으로 송금할 수 있다.

당장 위기를 느낄 수 밖에 없는 업체들이 있다. 국내에서 개인간의 소액 송금을 무기로 하는 스타트업들은 비상이다. 송금을 기반으로 소액 대출이나 다른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려고 준비하던 업체들은 카카오뱅크에 대비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기존 은행들도 온라인 은행들의 역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온라인 은행들의 비대면 통장 개설,저렴한 금리, 상대적으로 더 높은 예금 이자 그리고 공인인증서 조차 필요 없는 편리한 거래 등등은 기존 은행들이 가지지 못한 장점들이다.

온라인 은행들이 사용한 IT기술

온라인 은행들은 기존 은행과 기술적으로는 어떻게 차별화돼 있을까? 자료를 찾다보니 지난해 IT 전문 매체인 바이라인 네트워크에서 취재한 글을 찾을 수 있었다.

시대를 풍미했던 메인프레임은 이미 기존 은행권에서조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 은행에서 채택하지 않을 것이 확실했다. 그럼 메인프레임 대신 어떤 시스템을 선택할 것인가가 포인트였는데 위의 글에 따르면 온라인 은행을 시작했던 케이뱅크의 경우 유닉스 기반의 중대형 컴퓨터를 활용했으며 카카오뱅크의 경우 x86 기반의 PC 서버를 기반으로 리눅스를 사용할 예정이라고 돼 있다. 케이뱅크는 어느 정도 검증된 시스템을 보수적으로 선택했던 반면 카카오뱅크의 선택은 리스크는 좀 더 있더라도 좀 더 유연한 기술을 선택했다.

이외에도 기존 은행들은 모두 오래된 코볼이나 C언어등으로 개발된 데 비해 온라인 은행들은 모두 자바를 사용해서 개발됐다. 데이터베이스는 오픈 소스 데이터베이스도 일부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계정계와 같이 크리티컬한 부분에 있어서는 오라클이 사용됐다고 알려져 있다.

메인프레임이 아닌 유닉스나 리눅스 기반의 서버들은 도입비용에 있어 엄청난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유지 비용도 대폭 저렴하다. 또 자바를 이용한 개발 방식의 변화는 개발 생산성을 크게 올려줄 수 있어서 새로운 금융상품의 개발이나 유지보수에 비교적 유연하고 빠르게 대체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덩케르크에 갇힌 기존 은행권

기존 은행권에게 있어서 각종 규제와 관련 법령들은 어쩌면 마지노선처럼 든든한 존재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마지노선은 통과하는 방법도 있지만 우회하는 방법도 있다. 기존 은행들과 온라인 은행들의 차이를 앱의 차이로 본다면 여전히 갈 길은 멀어 보이지만 지금 해야 할 일은 사용자 경험을 처음부터 원점에서부터 다시 설계하고 거기에 맞춰 백엔드 서비스들을 다시 손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구성을 변경하거나 사내 문화를 바꾸는 등의 노력도 함께 해야 한다.


물론 지금도 기존 은행권의 장점은 여전히 있다. 그래서 오프라인 지점을 기반으로 한 장점을 잘 살리면서 다시 한번 온라인을 위해서 차분하고 빠르게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영국군이 덩케르트 철수에서 보인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전투에서는 졌지만 아직 전쟁에는 지지 않았다.’ -사를 드골 -

[김영욱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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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서 기술을 전도하는 에반젤리스트로 일하고 있으며 다양한 대형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저술 및 강연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 DX팀에서 최신 기술을 다루고 있다. 과거 역사속의 전쟁들과 IT기업들의 이야기를 묶은 'War of IT'를 집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