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가장 큰 적은 애플, 페이스북이 아니다

<이준길의 공정한 IT>

  • 이준길 법무법인 지평 고문
  • 입력 : 2017.04.10 10:58:37   수정 : 2017-04-18 09:4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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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사진 출처 : 매경DB]
구글의 가장 큰 적은 누구일까?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의 강적인 애플? 전세계 1위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 모두 아니다. 정답은 바로 유럽연합(EU)이다. EU의 구글에 대한 첫번째 공격은 지난 2010년 11월 30일에 시작됐으며 현재도 진행형이다. 각종 외신에서는 이런 상황을 전투(battel)혹은 전쟁(war)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구글에 대한 EU의 공격은 1998년 설립된 구글이 2000년 이후 급성장해 인터넷 검색 및 온라인 광고시장 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를 통한 모바일 OS시장에서도 글로벌 거대 기업이 된 2010년부터 시작됐다. 이 무렵 유럽경제구역(EEC)에서 구글은 검색시장에서 약 90%의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안드로이드 OS 역시 모바일 OS 시장에서 심비안에 이어 2위로 급성장 중이었고 2011년에는 결국 세계1위를 차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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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구글 반독점 위반 혐의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마그레테 베스타거 EU 경쟁담당 집행위원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U는 2010년 11월 30일 인터넷 검색시장에서 구글이 자신의 서비스에 특혜를 주는 검색결과를 보여줌으로써 경쟁자인 검색서비스 제공업자를 부당하게 대우했으며 광고업자 및 광고대행업자에게 배타적 의무를 부과해 경쟁 온라인 광고 플랫폼으로 캠페인 데이타를 옮기지 못하도록 한 혐의에 대해 공식적으로 조사를 개시했다. 이어 지난 2015년 4월 15일에는 구글검색결과 자신의 서비스인 구글쇼핑을 경쟁 검색업체에 비해 유리한 취급을 한다는 이유로 추가 조사를 시작했다. 같은 날 모바일 OS 시장에서 안드로이드의 시장지배력을 남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새로운 조사에 나섰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미 2016년 4월 모바일 OS시장에서 안드로이드의 시장지배력을 배경으로 스마트폰에 구글서치 및 구글크롬 앱을 사전에 설치하도록 하고 검색앱을 기본으로 설정하도록 한 행위, 안드로이드와 경쟁관계에 있는 OS를 설치한 스마트폰을 판매하지 않도록 강제한 행위, 구글서치를 사전 탑재한 스마트폰 제조사 및 이동통신사에게 재정적 지원을 한 행위 등 3개의 행위유형이 EU 경쟁법을 위반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 해당한다며 과징금 납부 및 행위중지명령을 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외신에 따르면 과징금액은 무려 3조원에 달한다.

"기술 부진을 규제로 메운다"

구글은 왜 EU로부터 이렇게 공격을 당하는 신세가 됐을까? 두가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하나는 IT 거대기업에 대한 반독점법의 집행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IT 거대기업에 대한 유럽연합의 견제다.

첫번째인 반독점법의 집행과 관련해서는 구글 뿐만 아니라 다른 글로벌 IT 거대기업들도 국가기관의 공격 대상이 된 적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미국 법무부 반독점국의 1998년 소송이 대표적이다. 1심을 담당했던 잭슨판사는 2000년에 마이크로소프트를 2개의 회사로 분할하라는 결정까지 내렸지만 항소심에서 분할결정은 뒤집히게 되었다. 그 후 미국 법무부와 MS간 합의가 성사돼 소송은 종료됐지만 이후에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세계에서 반독점을 이유로 경쟁당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애플, 인텔도 예외는 아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IT 거대기업에 대한 반독점법 적용 사례를 들자면 지면이 부족할 지경이다.

IT시장은 그 특성상 승자독식의 경향이 있다. 일단 승기를 잡으면 거의 독점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갖게 된다. 게다가 플랫폼을 중심으로 일정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경우 독점은 지속성을 갖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빠른 성장은 그만큼 위험을 갖게 될 수 밖에 없는데 시스템이 성장을 쫓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반독점법의 도전은 필연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두번째로 EU의 회원국들은 IT 산업에서는 미국에 뒤지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인텔 등 많은 IT 거대기업들이 미국에서 출발했다. 미국 IT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서라도 유럽에서 IT산업이 발달할 수 있도록 거대기업들을 견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U의 대표적 씽크탱크인 유럽개혁센터(CER)가 2015년 7월에 발표한 정책분석보고서에는 구글 등 미국 인터넷 플랫폼 대기업으로부터 유럽기업과 시장을 보호하고 유럽의 국가대표기업 육성을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규제강화의 사례로 EU의 구글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 조사를 들고 있다.

정치적 해석의 여지가 큰 '반독점법

구글이 첫번째 관점과 관련해서는 충분히 반론을 제기할 만 하다. 플랫폼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형성해해 독점적 지위가 고착되는 경향을 갖게 되지만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후생은 증진되고 많은 사업자들이 생태계 속에서 이익을 창출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 것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번째 관점은 극복하기 쉽지 않다. 반독점법이 비록 전 세계적으로 유사한 규제논리를 갖고 있지만 법위반으로 판단하는 기준은 나라마다 다르고 특히 반독점법의 경우에는 정치경제법으로서 정치적 고려가 개입할 여지가 항상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구글로서는 문제해결을 위해 반독점법의 법리뿐만 아니라 정치적 접근 역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구글을 포함한 글로벌 IT 거대기업에 대한 반독점법의 공격은 계속될 것이다. EU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경쟁당국들의 공조가 강해지고 있고 한편으로는 자국의 IT 기업 및 시장을 보호하기 위하여 가장 손쉽고 명분을 가진 무기가 바로 반독점법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퀄컴에 특허를 이용해 공정경쟁을 방해했다고 판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으로 어떤 IT 공룡이 어떤 사업방식으로 이에 대응할 것인지, 그리고 반독점법을 집행하는 각국의 경쟁당국은 어떻게 공격할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IT 업계에서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 중 하나라고 하겠다.

[이준길 법무법인 지평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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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경제기획원 행정 사무관을 거쳐 공정거래위원회에 약 14년간 재직한 공정거래 전문가다. 이후 두산그룹에서 계열사간 내부거래, M&A, 카르텔, 하도급거래, 불공정거래 행위 등 공정거래 이슈를 총괄했으며 현재 법무법인 지평에서 고문으로서 불공정거래, ICT 규제, 법 위반 예방을 위한 경영시스템 등 정책 이슈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