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 혁명] 인공지능 의사 인간 넘어섰다

구글 `당뇨성 망막병증` 진단 AI 개발

  • 신찬옥
  • 입력 : 2016.12.21 04:15:02   수정 : 2017-05-29 13:5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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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의사를 능가하는 인공지능 의사를 개발할 수 있을까? 이 논란을 더 이상은 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구글이 이미 만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구글은 당뇨성 망막병증을 인간 안과 전문의보다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최근 저명한 의학 학술 저널인 JAMA에 실렸다.
당뇨병은 세계적으로 19명 중 1명이 해당할 정도로 흔하면서도 심각한 질병이다. 당뇨병 환자는 여러 합병증으로 고통받는데, 당뇨성 망막병증이라는 안과 질환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 질병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안과 전문의가 안저(안구의 안쪽)를 사진으로 찍어서 판독한다. 이 사진으로 의사는 망막 내 미세혈관이 생성됐는지, 출혈이나 삼출물 정도는 어떤지 파악하여 진행 정도를 파악한다.

즉, 인간의 시각적 인지 능력으로 데이터를 해석하여 진단하는 것이다.

딥러닝 발전에 따라 인공지능은 많은 분야에서 이미 인간의 인지능력을 능가하고 있다. 딥러닝은 음성·영상·텍스트 등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에 적용 가능하며 특히 이미지 분석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국내외 많은 기업이 영상 의료 데이터 분석에 도전하고 있다. 이들이 CT·MRI 등 영상의학·병리과의 조직 검사 데이터와 함께 최우선 도전과제로 꼽았던 것이 바로 당뇨성 망막병증이다.

이 연구에서 구글은 54명의 안과 전문의를 참여시켜 12만개 이상의 안저 이미지를 판독시킨 결과물을 인공지능에 학습시켰다. 이렇게 개발한 인공지능의 성능을 우수한 안과 전문의 7~8명의 판독 결과와 비교하면서 테스트했다. 민감도와 특이도라는 질병을 정확하게 판단하는지를 테스트하는 기준에서 구글의 알고리즘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수치를 보여주었다.

특히 우수한 안과 전문의 7~8명과 정확도를 비교했을 때에도 구글의 알고리즘이 약간 더 높은 결과를 보였다.

이들이 구글 인공지능 개발에 참여한 54명의 안과 전문의 중에서도 우수한 분들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구글의 인공지능은 평범한 실력을 가진 대다수의 안과 전문의보다 적어도 당뇨성 망막병증의 판독에 한해서는 더 우수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 결과만큼 놀라웠던 것은 구글이 54명의 안과 전문의를 투입하여 12만개 이상의 안저 이미지를 3~7회 판독시켜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기 위한 데이터를 직접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상당히 예외적인 연구 방식으로 구글이 의료 인공지능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딥러닝으로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규모 데이터가 필요하다. 성패는 결국 학습 데이터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도 세계적인 딥러닝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여러 병원과 협업하여 다양한 의료 인공지능을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다.

국내 일부 의료계에서는 인공지능 발전에 대한 인식이나 개발에 대한 협조가 생각만큼 활발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

인공지능에 향후 의사의 일자리가 위협받을까봐 협조적이지 않다기보다는, 아직까지 인공지능의 성능을 믿지 못하는 일선 의사들이 적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좋아진다고 해도, 결국 의사의 정확성을 넘어서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 말이다.


그분들에게 이번 연구 결과를 보여드리고 싶다.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국내의 인공지능 기업들은 출발 선상에서 구글이나 IBM과 엇비슷하게 스타트를 끊었다. 하지만 글로벌 인공지능 기업들이 앞다퉈 달려가는 현시점에서는 국내 의료계와 산업계의 활발한 협업이 절실하다. 아직 기회의 창이 닫히지는 않았지만,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아 보인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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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연구소장 다른기사 보기
국내서 손꼽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가로 한국에 이 분야를 소개한 장본인이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다. 서울의대 암연구소 연구교수, 스탠퍼드 대학교 방문연구원,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등을 거쳐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 소장 및 성균관대학교 디지털 헬스학과 초빙교수,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의 대표 파트너를 역임하고 있다. 블로그 '최윤섭의 헬스케어 이노베이션'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