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 혁명] `닥터 왓슨`을 진료실로 모시기에 앞서

`AI 닥터` 왓슨 모시기前 복합적인 고민 더 필요

  • 입력 : 2017.03.22 04:08:04   수정 : 2017-05-29 13:5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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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신기술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다. 최근에는 국내 병원에 IBM 왓슨이 잇따라 도입되며, 한국 의료계도 인공지능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했다. 지난 9월 가천대 길병원에 이어, 부산대학병원, 건양대학병원까지 암 환자의 치료법을 권고하는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를 도입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닥터 왓슨을 진료실로 모실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인공지능 의사는 많은 논쟁과 이슈를 낳을 것이지만, 우리는 아직 깊은 고민이 부족한 것 같다.
'왓슨 포 온콜로지'의 정확성은 아직 증명된 바 없다. 지난 12월 발표된 인도 마니팔 병원의 연구 정도가 유일하다. 이 병원에서 지난 3년간의 유방암, 대장암, 직장암, 폐암 등 4개 암종의 환자 1,000명의 치료법에 대해서 왓슨과 의료진의 일치도를 평가했다. 그 결과 80%의 경우 왓슨과 의료진의 결정은 일치했다. 하지만 암종 별로 일치도는 크게 달랐다. 직장암은 85%로 높았지만, 폐암은 17.8%로 낮았다. 삼중음성 유방암의 경우 67.9%였으나, HER2 음성 유방암은 35%였다. 즉, 왓슨의 실력은 아직 암종 별로 들쭉날쭉 하다고 볼 수 있다.

 IBM은 왓슨이 의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주장도 일리는 있다. 의료에서 최종 의사 결정권자는 결국 의사이며, 이에 대한 책임도 의사가 진다.

하지만 의사라는 최후의 보루 때문에 환자에 위해가 적다는 의견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 비행기 파일럿의 경우 자동 운항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연구에 따르면, 그 결과 파일럿이 비상 상황에 대처하는 조종 능력은 크게 약화되었다. 이와 유사하게 왓슨도 의사들의 탈숙련화를 야기하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왓슨을 의료기기로 분류할지, 혹은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도 어려운 문제다. 필자도 최근 식약처의 전문가 협의체의 일원으로 다른 의료 전문가들과 함께 이 문제를 고민했다. 결론적으로 의료기기로 분류하지 않기로 방향을 잡았지만, 그 과정에는 많은 고민이 있었다. 필자는 왓슨이 기본적으로 의료기기의 성격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치료법을 분류하여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은 의료적 의사 결정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왓슨을 규제할 수 있는가?

 IBM은 왓슨의 장점으로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최신 연구 결과를 반영한다는 점을 꼽는다. 어제의 왓슨보다 오늘의 왓슨은 진화된 버전일 수 있다. 만약 왓슨이 의료기기라면, 매일 진화하는 왓슨은 매일 인허가를 새로 받아야 할까? 이러한 잣대라면 왓슨은 의료 현장에서 영원히 활용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왓슨은 추가적인 임상 연구는 필수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왓슨의 정확성 검증을 위해 무엇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도 무척 애매하다. 최근 필자가 만난 IBM 본사의 의료전문가도 이에 동의했다. 뿐만 아니라, 왓슨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따라서도 환자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환자의 경우 왓슨에게 의견을 물을 것인가, 왓슨의 의견을 환자에게 공개할 것인가, 왓슨과 의료진의 판단이 다른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등등. 이러한 부분은 결국 연구를 통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러한 기준이 부재한 상황에서 국내 세 병원이 왓슨을 활용하게 된다.

 왓슨의 병원 도입은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환자의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하지만 왓슨을 도입하고 활용하기에 앞서, 의료계 전반에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깊은 고민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실 이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겪는 문제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기술의 발전이 지나치게 빠르다는 것이다. 기술의 기하급수적 발전에 따라 이런 사례는 향후 더 늘어날 것이다. 인간의 생명을 책임지는 의료에서 이런 문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왓슨의 도입에 대해서도 보다 복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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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연구소장 다른기사 보기
국내서 손꼽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가로 한국에 이 분야를 소개한 장본인이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다. 서울의대 암연구소 연구교수, 스탠퍼드 대학교 방문연구원,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등을 거쳐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 소장 및 성균관대학교 디지털 헬스학과 초빙교수,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의 대표 파트너를 역임하고 있다. 블로그 '최윤섭의 헬스케어 이노베이션'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