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 혁명] 유전적 특성 분석해 얻은 데이터…미래 의료 열어가는 중요한 열쇠

  • 입력 : 2017.09.20 04:14:02   수정 : 2017-09-21 17:2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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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이 일어나면서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을 한 가지만 꼽으라면 무엇일까? 이론의 여지는 있겠지만 필자는 다름 아닌 '데이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데이터는 의료를 혁신하는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 의료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는 모든 사람이 근본적으로 다른 특성을 지닌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전 세계 사람 중에 완전히 동일한 사람은 한 쌍도 없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유전적인 구성을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 유전적 구성이 완전히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조차 후천적·환경적 요인에 따라 건강과 질병의 양상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각 사람에게 맞춤 의료를 제공할 수 있으려면 우선 그 사람의 건강과 질병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것이 데이터다. 어떤 의미에서 인간은 데이터 그 자체다. DNA에 데이터를 가지고 태어나며, 생명을 유지하는 한 끊임없이 숨을 쉬고, 심장이 뛰며, 체온·혈압·혈당이 바뀌고, 먹고, 활동하고, 잠을 잔다. 이러한 모든 생명 활동은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현재의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혁신은 이러한 일을 가능하게 한다. 유전체 분석 기술,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센서, 스마트폰 센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및 클라우드 등의 발전은 각 개인에게 건강 상태와 환경적 요인에 대해서도 질적·양적으로 크게 개선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한다.

구글은 최근 베이스라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만명의 건강 상태에 대한 데이터를 4년 동안 면밀하게 축적하여 건강과 질병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것이 목적이다. 측정하는 데이터는 유전정보, 심박수, 수면 패턴 및 진료 기록, 가족력, 정기 검진 데이터 등을 포괄한다.

시애틀의 시스템 생물학 연구소(Institute of Systems Biology)는 유사한 연구 결과를 최근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러지에 출판했다. 이 연구에서는 100여 명의 유전체, 단백체, 장내 미생물, 혈액검사, 활동량, 수면 등 다차원적인 데이터를 3개월 간격으로 9개월 동안 측정하고 전문 코치가 연구 참여자들을 지도했다. 이 연구를 통해 참가자들은 자신의 지병이나 건강 상태를 개선시킬 수 있는 중요한 인사이트를 발견하기도 했다. 이러한 분석은 이제 단순히 연구에 그치지 않는다. 이 연구를 이끈 리로이 후드(Leroy Hood) 박사는 동일한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리베일(Arivale)이라는 회사를 2년 전 창업했다. 이 회사의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첫해 3500달러의 비용을 내야 하는데, 벌써 2500명이 가입했다. 비용만 감당할 수 있으면 누구나 이러한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다.

이러한 소위 '시스템 의학'은 앞으로 의료가 나아갈 중요한 방향을 보여준다. 개별 환자들에게 정밀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더 밀도 높고, 다차원적이며, 질적으로 높은 데이터를 장기간 측정하고 분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다만 이번 연구의 가치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다소 갈린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비용이다. 개인의 방대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결국 적지 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한 비용을 들여서 얻은 데이터로 얼마나 가치 있는 의학적 통찰을 발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이러한 데이터를 측정하고, 저장하고, 분석하는 비용은 갈수록 낮아질 것이며 통찰을 끌어낼 수 있는 분석 기술은 의심할 여지 없이 더욱 발전하게 될 것이다.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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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연구소장 다른기사 보기
국내서 손꼽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가로 한국에 이 분야를 소개한 장본인이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다. 서울의대 암연구소 연구교수, 스탠퍼드 대학교 방문연구원,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등을 거쳐 현재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 소장 및 성균관대학교 디지털 헬스학과 초빙교수,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의 대표 파트너를 역임하고 있다. 블로그 '최윤섭의 헬스케어 이노베이션'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