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뉴페이스 `아이폰X`에 담겨진 미래전략

<서진호의 인공지능 개발 스토리>

  • 서진호 IT 칼럼니스트
  • 입력 : 2017.09.15 17:08:09   수정 : 2017-09-18 11: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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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소문만 무성하던 애플 아이폰X가 출시됐다. 새롭게 지은 애플 파크 내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아이폰 10주년 기념 발표 행사를 열고 새로운 애플 워치와 애플TV도 동시에 함께 선보였다. 그러나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가장 많은 눈길을 받은 것은 단연 안면인식을 통한 아이폰X의 페이스ID가 아닐까. 지난 전세계 개발자 행사(WWDC)때 보여줬던 가상 현실(VR)을 한차원 뛰어넘은 키노트 데모였기 때문이다.

애플은 안면인식의 정확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전세계의 현존하는 최고의 하드웨어 스펙을 포함시켰다.
경쟁사보다 적어도 2-3년 빠른 라인업을 이룩한 것으로 보인다. 각종 센서들과 인공지능 칩, 소프트웨어까지 통합시키고 앱 생태계까지 고려해 개발 키트를 공개한 것은 타사가 따라오기 쉽지 않은 모델이다.

그 첫번째가 4억3000만개의 트랜지스터로 구성되고 초당 6000억 연산을 처리하며 2개의 뉴럴엔진을 보유한, 아이폰X의 심장인 A11 바이오닉이다. 3D 게임 뿐만 아니라 모션 캡처 GPU 렌더링, 가상현실의 월드 와이드 트래킹과 같은 복잡한 수식 계산 처리을 이전 AP보다 더욱 빠르게 처리한다.

두번째 놀라운 점은 인치당 무려 458픽셀을 가진 2436x1125 해상도의 수퍼 레티나 디스플레이 도입과 트루뎁스 컬러를 인식할 수 있는 카메라, 물체 감지를 위한 적외선 카메라, 얼굴 조명을 비추는 플루드 일루미네이터, 얼굴 스캐닝을 위한 닷 프로젝터를 전면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같은 하드웨어 스펙 덕분에 아이폰X는 기존 아이폰보다 가격이 훌쩍 올라갔을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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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사진 출처 : 애플]
또 이날 키노트에서 필 쉴러 부사장은 아이폰X의 앞면에 달린 적외선 카메라로 인식할 얼굴의 범위를 정하고 닷 프로젝터를 통해 얼굴의 점들을 스캔해 사람마다 독특한 얼굴 모형을 점 패턴으로 만들어 신경망으로 학습한다고 밝혔다. 이때 내부적으로 애플의 뉴럴 엔진 칩이 동작한다. 첫 설정 시 저장된 얼굴 패턴을 서로 매칭해 실시간으로 처리, 잠금 해제를 하는데 터치ID의 오류율이 5만분의 1 수준이라면 페이스ID는 100만분의 1 수준으로 정밀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헐리우드 특수 효과팀과 함께 몇천명의 각각 다른 얼굴 모형과 얼굴 모형 이미지들을 학습시켜 안경, 모자를 쓰거나 수염을 기르거나 밤, 낮이 바뀌는 등 다양한 환경에 기반한 A/B 테스트를 끝냈다고 한다. 당연히 사진 복사나 변조를 통한 인증도 어렵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페이스ID가 아직 완벽하지 않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애니모지 데모를 보여주기 위해 크레이그 페더러기 부사장이 얼굴인식을 하다가 2번이나 실패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페이스ID가 오직 한명만 인식하도록 돼 있는데 다른 직원이 무대 뒤에 먼저 인증하는 바람에 패스코드를 요구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아이폰X를 소비자들이 받아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란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내부적으로 터치ID와 마찬가지로 페이스ID도 시큐어 인슬레이브라는, 외부에서 전혀 접근할 수 없는 안전한 저장소에 저장된다. 사실 애플은 1년넘게 전부터 아이폰에서 터치ID를 뺄 계획을 수립했다고 전해진다. 페이스ID를 사용하면 홈 버튼처럼 닳을 염려도 없고 관련 부품을 생산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유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변이다. 이 얘기는 그닥 놀랍지는 않다. 생각해보라! 애플은 매해 맥북이나 아이폰 주변 액서서리와 케이블을 혁신의 이름으로 변경해 왔다. 터치ID가 사라진 점도 같은 맥락에서 유추할 수 있다.

사실 안면인식은 애플이 처음은 아니다. 갤럭시 S8에서 카메라로 얼굴 인식하는 것은 하나의 셀링 포인트였다. 그러나 사용자가 이 기능을 모르거나 정확성이 떨어지는 문제, 혹은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앱들이 적어서인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구글도 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오레오(Oreo) 정식버전을 내놓으면서 탱고 프로젝트에서 이어온 3D 물체 인식 기술을 탑재한 ARCore 개발자 프리뷰 버전을 공개했다. 특히 이미지넷과 비전 컴퓨팅의 대가인 페이페이 리 스탠포드대 교수까지 구글에 합류해 비전 컴퓨팅과 증강/가상현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결과는 10월초 출시되는 픽셀폰2에서 밝혀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궁극적으로 애플과 구글, 두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은 이 시장에서 또 한번 진검승부를 펼칠 것이기 때문에 실리콘 밸리에도 벌써 전운이 드리우고 있다. 구글은 애플의 코어ML에 대적할 안드로이드용 텐서플로우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애플은 클라우드를 통해 머신 러닝을 수행하는 구글, 페이스북과 달리 아이폰에서 실시간 처리하는 방식이 개인 정보 보호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데 이같은 머신러닝 접근 방식은 MS의 홀로렌즈에서 입증된 바 있다. 다만 일반 소비자들이 사용하기까지는 아직 가격이 걸림돌이다.

이렇게 수순을 되짚어보면 애플은 조만간 ‘애플 글래스’를 내놓을 것이며 그 전초 단계를 밟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예측된다. 페이스북은 이미 샤오미에서 휴고 바라를 데려와 가상 글래스를 만들겠다고 마크 저커버그가 선포한 바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안면인식이 단순히 스마트폰에서 보안 인증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애플이 공개한 안면인식 절차는 우버, 웨이모와 같은 자율주행에서 각광받고 있는, 라이다 센서로 물체 접근을 인식하는 알고리즘과 상당히 유사하다. 테슬라의 최신 전기 자동차인 모델3는 내부에 대쉬캠이 들어있다. 일론 머스크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지 밝히지 않았지만 운전자의 안면인식을 수행해 졸음 운전시 경고를 하거나 오토파일럿이 직접 자동차를 스스로 운전하는 데 쓸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이폰X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아이폰X를 사용할 전세계 몇백만명이 재미난 얼굴 모습으로 페이스ID를 시도할 것이라는 점이다. 좋은 사용자 경험은 점점 확산돼 매출 증가에도 일조할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에서는 이미 ‘이제 아이들이 아빠가 잠든 사이에 아이폰을 아빠 얼굴에 갖다대고 인증 후 바비인형나 변신로봇을 살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떠돌고 있다. 물론 잠든 얼굴로는 페이스ID가 작동되지 않지만 말이다.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때 아이폰X는 인간처럼 보고 듣고 말하는 휴먼로이드 로봇으로 가려는 애플의 미래 인공지능에 대한 뉴페이스이자 이같은 전략을 담고 있는 포커페이스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서진호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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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디바이스를 직접 사용하는 경험을 중시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에반젤리스트를 거쳐 현재 디자인 씽킹, 개발자 생태계 및 신규 스타트업 비즈니스 모델링 등에 관심을 두고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