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로봇 시대, 이미 시작됐다

<구성용의 로보월드>

  • 구성용 피킷 선임연구원
  • 입력 : 2017.10.13 14:37:11   수정 : 2017-10-13 15: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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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산업은 크게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으로 나눌 수 있다. 자동차 공장 로봇으로 대표되는 산업용 로봇은 20세기 다양한 공산품의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하며 세계 경제를 팽창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또 일상적인 서비스에서 사람들을 응대하는 데 사용되는 서비스 로봇은 21세기 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큰 기대를 받는 상황이다.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 대인 서비스를 만족할 만큼 수행할 수 있게 된다면 서비스 시장에서도 새로운 로봇 산업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특히 한국은 세계에서 산업용 로봇 밀집도(근로자 1만명 당 로봇 대수)가 세계 1위인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같은 현실 때문에 앞으로 다가올 서비스 로봇 기술을 선점하고 시장을 먼저 개척하려는 요구와 노력이 절실하다. 그런데 이런 서비스 로봇 시장은 지난 수십년간 낙관적인 전망만 이어질 뿐 실제 시장이 언제 열릴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서비스 로봇 육성 나서는 일본·미국·유럽

세계 10대 산업용 로봇 회사 중 6개를 보유한 이웃나라 일본은 서비스 로봇 산업에서도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있다. 시장을 열기 위한 노력도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 2015년 프랑스 알데바란 로보틱스를 인수하고 서비스 로봇 시장에 뛰어들면서 세계를 놀라게 한 소프트뱅크는 페퍼라는 휴머노이드 서비스 로봇 상용화에 성공해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1만대 이상을 판매했다. 그리고 10월중 LG유플러스를 통해 우리은행, 교보문고, 가천대 길병원, 롯데백화점, 이마트 등의 국내 서비스 사업장에 진출한다. 사람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고 감정을 인식할 수 있다고 알려진 페퍼가 얼마나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을지는 기술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지만 엔터테인먼트, 홍보 등 직간접적인 서비스 효과가 있음은 시장이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로 증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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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우리은행에 등장한 소프트뱅크의 로봇 '페퍼' [사진 출처 : 매경DB]
이밖에 소니는 2016년 가정용 서비스 로봇 산업에 재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얼마전에는 10여년 전 철수했던 애완견 로봇 아이보의 후속작을 내년 봄에 시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페퍼처럼 사용자들에게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 이외에 특수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생산성 향상,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력 향상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서비스 로봇도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온라인 물류 회사 아마존은 2012년 키바 시스템을 인수하고 아마존 로보틱스를 설립했다. 이후 자율 이동형 선반과 산업용 로봇 팔을 현재 10만대 이상 물류 창고에 도입해 노동자들의 육체적 부담과 작업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 최근에는 로봇 시스템의 도입으로 노동자들이 더 창의적인 새로운 일을 찾을 수 있게 됐으며 로봇 시스템 도입 이후 8만명의 직원을 더 고용할 수 있었다고 발표했다.

독일의 국제 운송 회사 DHL도 그동안 드론 및 모바일 로봇 시스템을 이용한 운송 시스템의 혁신을 꾸준히 이뤄가고 있다. 얼마 전에는 집배원 뒤를 자동으로 따라다니며 150kg의 우편물을 배달할 수 있는 포스트봇(Postbot)을 선보이며 향후 6주간 독일의 한 도시인 바드 허스펠드(Bad Hersfeld)에서 시범 운행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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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DHL이 지난해 선보인 '에피봇' [사진 출처 : DHL 코리아]


로봇의 신 트렌드, 협동 로봇

사람을 보조하며 같이 일하는 협동 로봇의 필요성은 기존의 산업용 로봇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 프로그래밍된 내용대로만 작업을 수행하던 산업용 로봇이 현재 사람이 수행 중인 작업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사람의 행동을 인식하고 현재 상황에 맞는 작업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새로운 기능을 탑재해야 한다. 또 기존에 사람과 분리된 공간에서 작업하던 산업용 로봇과 다르게 협동 로봇은 사람과 충돌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로봇과 충돌 시 사람의 안전을 보장하는 기능을 갖춰야 한다. 이처럼 새로운 요구가 등장하면서 미국의 리씽크 로보틱스, 라이트핸드 로보틱스와 유럽의 프랭카 에미카, 픽-잇, 로보셉션 등 신생 개발사들이 등장함과 동시에 쿠카(KUKA), 유니버설 로봇, ABB 등 기존 산업용 로봇 회사들도 협동 로봇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려면 시장의 요구, 자본, 기술이 모두 갖춰져야 한다. 서비스 로봇 시장은 지금 얼만큼 가까이 와 있을까? 앞서 소개한 협동 로봇을 산업용 로봇의 연장선으로 볼지, 서비스 로봇으로 볼지는 정의에 따라 다르겠지만 새로운 로봇 시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는 서비스 로봇의 범주로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발달한 로봇 기술을 기반으로 소프트뱅크, 혼다, 소니 등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자본을 투입하여 시장을 열려고 하고 있다. 이 회사들이 개발한 서비스 로봇이 시장 어딘가에 존재하는 수요와 제대로 맞물린다면 시장을 폭발적으로 개척할 가능성이 높다. 이게 바로 각종 서비스 사업 분야에 저가 물량 공세를 하는 소프트뱅크의 전략일 테다.

반면 유럽과 미국이 중심이 된 협동 로봇은 이와 반대로 시장의 요구를 철저하게 분석한 뒤 그에 기반해 새로운 기술을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있다. 여기에서는 신기술과 변화에 빠른 신생 기업들이 전통 로봇 기업들을 위협하며 그들의 자본을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많은 로봇 시장분석 전문가들은 서비스 로봇 시장이 폭발적 성장이라는 특이점을 지난 뒤 산업용 로봇 시장을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시점은 시장의 개화, 그리고 기술과 자본과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해지는 시기가 지나야 도래할 것이다. 필자는 지금이 개화와 성숙이라는 두 지점 중간 어디쯤이라고 본다.
시장은 벌써 열렸다. 자본도 준비를 마쳤다. 기술은 다양한 필드 테스트를 통해 날로 성숙해지고 있다. 이제는 언제인지를 물을 때가 아니라 그 시기를 맞을 준비가 되었는가를 물을 때이다.

[구성용 피킷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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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에서 로봇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마친 뒤 독일 뮌헨, 본 대학교 컴퓨터과학과에서 선임 연구원으로 포스트닥터 과정을 마친 로봇 전문가. 로봇 팔과 같은 하드웨어부터 컴퓨트 비전 등 소프트웨어까지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다. 현재 로봇에 탑재되는 카메라와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피킷(Pick-it)에 선임 연구원으로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