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자양분 삼아 전세계 미디어 시장 공략 나선 중국

<김조한의 넥스트미디어>

  • 김조한 넥스트미디어연구소장
  • 입력 : 2017.04.14 11:48:30   수정 : 2017-08-30 15: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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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중국 저장위성 방송의 대표적인 예능인 왕파이뚜이왕파이(王牌对王牌)를 행사장 전면에 내세웠다 [사진 출처 : 매경DB]
매년 4월경 프랑스 칸느에서 열리는 MIPTV는 전세계에서 가장 큰 컨텐츠 마켓 플레이스다. 방송사, 기획사, 제작사, 유통사 등이 모여 방송용 컨텐츠를 사고 파는 행사다. 올 한해 각종 미디어에서 어떤 드라마가 뜰지, 영상 기조는 어떤지 확인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올해 MIPTV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중국의 부상이다.
전세계 컨텐트를 빨아들이는 거대 블랙홀이었던 중국이 이제 '바이어'가 아닌 '셀러'로 바뀌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 한국의 런닝맨, 아빠 어디 가 등 다양한 컨텐츠가 성공을 거뒀고 포맷도 한국에 많이 의지했기 때문에 중국 TV 컨텐츠 시장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디어 업계의 동료들과 대화할 때도 "중화 컨텐츠는 그래도 한국에 비해 아직 멀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을 많이 듣기도 했다.

그러나 MIPTV 행사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중국 컨텐츠는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우측 입구에서는 중국의 위성방송 중 하나인 저장위성(한국 종합편성채널과 같은 사업자)의 대표적인 예능 방송인 왕파이뚜이왕파이(王牌对王牌, Best of The Best)의 홍보 간판이 자리잡고 있었다. 좌측 입구에는 KBS의 김 과장, 완벽한 아내가 대형 포스터로 전시되고 있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KBS가 지급하는 간판 광고료는 1억원에 달한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중국 저장위성도 대다수가 모르는 저 컨텐츠를 홍보하기 위해 그만큼의 비용을 썼다는 것이다. 과연 돈이 많아서 저런 일을 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전략이 있는가. 다른 미디어 컨텐트 행사장에서는 보기 힘든 낯선 광경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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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저장위성만 40여개의 컨텐츠를 들고 나온 것을 카탈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출처 : 매경DB]
그들도 콘텐츠를 세계에 내놓겠다는 의도

그러나 이같은 생각은 중국 관의 부스에서 컨텐츠를 본 후 달라졌다. 이들이 한국 시장과 바로 경쟁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 것이다. 물론 중국 회사들의 마케팅 전략은 아직 갈길이 멀다. 2~3년 전 CES에서 봤던 것처럼 중국의 마케팅 전략은 전세계 트렌드와 상당히 동떨어져 있었으며 수준이 높아지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문제는 컨텐츠 시장의 특이성이다. 컨텐츠는 품질만 좋으면 언제든지 시장에서 통하기 마련이다. 이것이 바로 컨텐츠 시장이 다른 시장과 다른 차별점이며 한국 컨텐츠가 중국을 포함해 전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으로 한국이 중국 시장을 위해 수출했던 콘텐츠와 PD, 작가 및 그 외의 스태프진들이 지금의 중국 TV 컨텐츠에 밑거름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 밑거름이 우리에게 부메랑이 될 것이며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 컨텐츠 제작사들이 가지고 나온 컨텐츠는 한국의 포맷을 수입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직접 투자해 만든 오리지널 컨텐츠들이었다. 한류를 자양분 삼아 꽃을 피운 컨텐츠로 냉정한 시험대에 오르려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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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텐센트, 아이치이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도 자체제작 컨텐츠를 출품했다. MIPTV 중국 부스 사진 [사진 출처 : 매경DB]
중국에서 왜 콘텐츠를 가지고 나온 것일까?

중국은 한국에 비해 TV 광고시장이 경쟁자들에게 많은 위협을 받고 있다. 상하이, 절강, 장수 등 1, 2선 도시들의 TV 시청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3, 4선과 같은 발달이 덜 되어 있는 지역의 TV 시청률이 오히려 높다. 1, 2선 도시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컨텐츠의 소비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나는 가수다'의 코미디 버젼이자 중국의 인기 프로그램인 환락희극인(欢乐喜剧人)의 시청률은 3.1% 정도다. 그러나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월 수익 5000위안(82만원) 이상 되는 시청자 수는 전체 시청자의 8.57%에 불과하다. 이것은 10억명을 기준으로 했을때 3100만명이 시청하는데 실제로 광고주가 타겟으로 하는 시청자 수는 265만명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TV의 시청률이 의미가 없어지고 온라인이나 1,2선 도시의 사이니지 광고 수단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1, 2선 도시의 주요 컨텐츠 소비처인 온라인 시장도 만만치 않다. 중국에서 온라인에 출품을 하려면 중국의 3대 메이저 동영상 플랫폼인 아이치이, 텐센트 비디오, 유쿠 내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 게다가 TV처럼 채널과 시청 시간을 보장해 주지도 않는다. 철저한 약육강식의 플랫폼이 바로 온라인 비디오 플랫폼이다. 2진에 포진되어 있는 장수 위성의 망고 TV, 러에코의 Le.com, 소후의 소후 TV도 이런 시대에서 처절하게 경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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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올 1월 후난위성과 러에코의 Le.com에서 동시 방영한 고방부자상. Le.com에서 187억 뷰라는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다 [사진 출처 : 매경DB] 
중국에서도 TV 콘텐츠가 온라인 비디오 플랫폼으로 오면 사랑받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중국의 비디오 플랫폼은 다른 플랫폼과의 경쟁을 위해 자체 오리지널 컨텐츠 - 네트워크 드라마, 영화라 부른다 - 를 직접 투자하고 제작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3대 플랫폼이 제작한 오리지널 컨텐츠 숫자는 넷플릭스 자체 제작 컨텐츠보다 많다. 중국 시장에서 콘텐츠 생산 속도는 상상 이상이다.

게다가 TV 컨텐츠를 만드는 업체들은 높아지는 배우들의 몸값에 대응하기 위해 비디오 플랫폼과 TV에 동시에 방영하는 전략을 세우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TV와 온라인 비디오를 시청하는 시장이 완전히 분리돼 있어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인데 성공하면 큰 이익을 보장하지만 실패할 경우 온라인에서도 회수할 기회조차 없어지기 때문에 엄청나게 치열한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도 콘텐츠의 세계화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가 컨텐츠의 질과 제작비를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으며 손익을 더 내기 위해 웹툰, 소설, 게임, 공연 등으로 지적재산권(IP)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재미있는 컨텐츠라면 주연 배우가 바뀌더라도 시즌 2를 찍어야 하는 분위기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엄청난 제작비의 증가를 해외 컨텐츠 판매로 충당하는 미국의 방송사의 분위기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해외 시장이 중국 컨텐츠 업계에서도 새로운 돈줄로 주목받는 분위기라는 점이다.

MIPTV에서는 이같은 경향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중국 온라인 비디오 플랫폼의 시장을 가속화 하고 있는 장본인들인 아이치이, 텐센트 비디오도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컨텐츠를 팔기위해 부스에 들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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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월 2억5000만명이 사용하는 텐센트 비디오의 자체 제작 비디오들. 모두 구매자를 기다리고 있는 상품들이다 [사진 출처 :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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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BAT(Baidu, Alibaba, Tencent) 중에 가장 밀리지만 매월 2억7000만이 사용하는 동영상 비디오 플랫폼인 아이치이의 오리지널 컨텐츠들. 애니메이션 수준도 상당한 편 [사진 출처 : 매경DB]


사실 중국 시장이 막혀서 한국의 컨텐츠 시장이 걱정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사이 무신 조자룡(김정훈, 윤아 주연), 주선 청운지, 노구문(엑소 레이 주연)등 중국에서 검증된 컨텐츠들이 후속 시즌을 준비하면서 세계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MIPTV에서도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 중국 제작 컨텐츠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아직 한류보다 미비하고 인지도도 문제다. 하지만 중국 콘텐츠의 장점은 해외에 살고 있는 중화권 인구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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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영문 제목으로 바뀌어 있는 한국 컨텐츠, 결국 재미로 판가름이 날 것이다 [사진 출처 : 매경DB]
넷플릭스를 비롯해 드라마피버, 비키와 같은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에서도 소비자들이 중국에서 성공하는 드라마를 찾고 플랫폼 사업자들은 그것들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해야 한다. 중국이란 시장을 넷플릭스가 이용하지는 못하지만 컨텐츠는 이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의미로 볼 수도 있다.

중국은 우리에게 이제는 시장이 아니라 경쟁자로 바뀌고 있다. 우리도 그 점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중국은 지금 당장은 바이어겠지만, 미래엔 우리의 강력한 경쟁자인 셀러가 될지도 모르겠다.

[김조한 넥스트미디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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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에서 미디어 전략 기획, 티보에서 아시아 비즈니스 개발 총괄, LG전자에서 스마트TV 기획자를 역임했으며 현재 곰앤컴퍼니에서 미래전략 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미국, 중국, 그리고 동남아 미디어 시장 동향에 관심이 많아 미국, 중국, 한국의 미디어 플랫폼 전쟁을 다룬 '플랫폼전쟁'이라는 책을 출간한 바 있다. 뉴미디어와 올드미디어를 아우르는 페이스북 페이지 ‘NextMedia’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