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없는 사회가 몰려온다

<최형욱의 IT 차이나·유럽>

  • 최형욱 주한핀란드 무역대표부
  • 입력 : 2017.07.12 18:23:03   수정 : 2017-07-14 11: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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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은행이 지난해 1월 글로벌 지급 결제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까지 추진할 ‘지급 결제 비전 2020’을 선포한 이후 첫번째로 4월부터 ‘동전 없는 사회’ 구현을 위한 정책을 시행중이다. 해마다 신규 동전의 발행과 폐기에 50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동전 없는 사회’의 구현은 간편 결제와 같은 새로운 페이먼트 서비스와 핀테크에 대한 관심과 함께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순기능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카드에서 모바일로, 모바일 간편 결제의 진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각국의 현금 없는 사회 정책을 살펴보면 그 중심에는 항상 모바일과 이를 통한 간편 결제가 있다. 신용카드가 잘 발달된 서구 유럽에서도 글로벌 카드사나 자국내 카드사를 통한 모바일 신용 카드와 간편 결재 보다는 정부와 은행이 직접 주도하는 방식으로 정책의 방향을 가져가고 있다.
특히 동전 뿐만 아니라 지폐를 포함하는 화폐의 유통, 기존의 오프라인 결제 뿐만 아니라 온라인 결제까지의 확장, 그리고 계좌 이체와 같은 개인간 거래의 부분 등 화폐가 차지했던 모든 금융 거래를 대체하려면 결국 모든 국민이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가내 모든 은행의 합의 뿐만 아니라 그 위에 다양한 서비스 플랫폼들이 작동하도록 금융 결제가 개방돼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2030년까지 현금없는 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계획을 실행중이다. 그리고 이미 스위시(Swish)라는 스웨덴 은행들이 공동으로 개발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2012년 출시하고 서비스를 시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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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스웨덴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스위시'의 실행 화면 [사진 출처 :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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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스웨덴 정부는 소매점과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현금을 합법적으로 거부할 수 있도록 했으며 대중 교통과 같은 공공 서비스에서 현금 결제가 안되도록 규제하고 있다. 또 스웨덴 전국의 1600여개 은행 중 이미 1000여개의 지점에서는 현금을 보유하지 않고 있으며 현금 인출 역시 불가능한 상황이다. 은행들은 여기에 더해 2010년부터 현금을 입금하고 인출할 수 있는 현금인출기(ATM)를 철거하면서 이러한 ATM의 설치나 유지, 관리 비용, 그리고 현금 수납, 보관, 관리에 드는 여러가지 비용을 줄이고 있고 이를 블록체인이나 핀테크, 비트 코인과 같은 전자 화폐에 투자함에 따라 새로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스웨덴 정부의 ‘현금 없는 사회’ 정책은 이미 효과를 거둬 2011년 990억 크로나 였던 유통 현금이 2015년에는 770억까지 약 22% 감소했다. 스위시의 사용자도 전체 인구 950만명중 500만명 이상일 정도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스웨덴의 정책에 자극을 받은 북유럽의 덴마크, 노르웨이, 그리고 핀란드 역시 정부와 각 국내 은행들의 합의로 모바일 페이와 금융 거래가 가능한 서비스를 이미 실행중에 있다. 특히 덴마크는 스웨덴의 스위시가 출시된 2012년의 다음 해인 2013년 모바일 페이(MobilePay)라는 서비스를 시작했고 현재 전 국민의 절반이 해당 서비스를 사용할 만큼 빠른 보급율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신용 카드가 이미 많이 보급돼 있고 신용 거래가 일반화된 북유럽 국가들도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결재 수단을 활용한 온오프라인 통합 결재와 금융 거래에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대체하는 방법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책을 추진중이다.

QR 코드와 도약 효과

정보기술(IT)에서 어떤 기술이나 서비스의 발전을 설명할 때 중간 단계를 건너뛰고 그 상위 단계로 도약하는 현상을 도약 효과(The Leaping Effect)라고 정의한다. 다양한 사례들이 있지만 ‘현금 없는 사회’에 대한 부분에서 가장 대표적인 국가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신용 사회라는 중간 과정이 없었고 신용 카드의 보급도 당연히 대중적이지 않은 나라였다. 오히려 이러한 카드라는 간편 결제의 부재가 QR코드를 통한 모바일 간편 결제의 보급과 확산에 큰 기여를 하게 된 동기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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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QR코드를 이용한 중국의 간편 결제 서비스 [사진 출처 :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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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알리바바의 알리 페이부터 텐센트의 위챗 페이까지 중국인의 대다수가 온오프라인, 그리고 개인간 금융 거래 뿐만 아니라 각종 공과금과 서비스를 사용할 때 쓰는 페이먼트 서비스가 등장한 것이다. 특히 위조 지폐와 같은 불법 화폐의 유통도 쉽게 볼 수 있는 중국 사회에서는 금융 거래 간에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새로운 간편 결제 수단이 중국인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계기가 됐다.

이미 중국에서는 명절에 보내주는 ‘홍바오’라는 개인간 돈봉투 선물부터 노점상에서의 물건 구매, 하다 못해 지하철내에서의 구걸 행위까지 현금이 오고 가는 경우를 거의 볼 수 없다. 특히 중국 연례 정치 행사인 양회에서 올해 무현금사회 건설에 대한 논의와 함께 알리페이 서비스를 담당하는 앤트 파이낸셜이 항저우에서 15곳의 기업과 함께 무현금연맹을 결성하고 최소 30억위안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을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중국의 행보는 중국의 무현금 사회 구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한 신유통 생태계의 형성, 그리고 무인 편의점과 같은 스마트 편의점의 연결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가 더해져 더욱 강력한 파괴력을 갖게 될 것이다.

신용사회, 그리고 다양한 간편 결제, 하지만…

우리나라도 이미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동전 없는 사회와 함께 궁극적으론 현금 결제가 없는 사회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신용카드라는 편리하고 좋은 결제 수단으로 현금 결제에 대한 부분은 사회적으로 상당 부분 줄어든 상황이다.
하지만 신용카드 사회 이후에 대해선 아직까지 시장 지배자나 정부, 은행의 주도를 찾아보기 어렵다. 보안 문제로 서유럽에선 이미 사용이 중지됐고 미국 역시 교체되고 있는 마그네틱 방식(MST)방식의 삼성 페이나 LG페이가 그나마 신용 카드와 비슷한 사용성으로 시장의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현금 없는 사회와 모바일을 통한 결제라는 부분이 단순한 결제가 아니라 향후 금융 거래나 새로운 금융 서비스의 시작의 근간이라는 점, 그리고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핀테크나 블록 체인, 비트 코인과 같은 전자 화폐까지 이어지는 부분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국가내의 한 방향성과 경쟁력이 결국 글로벌 경쟁력과 기회로 이어짐은 위의 여러 국가들의 사례에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점들이다.

[최형욱 주한핀란드 무역대표부 수석상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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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IT와 업체 그리고 유럽 IT를 분석한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재직하다 중국 장강경영대학원을 거쳐 현재 핀란드 무역대표부에서 ICT 담당 수석 상무관으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 창조경제혁신센터 멘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