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테슬라 `더 크고 더 빠른` 차로 정면돌파?

<서진호의 실리콘밸리는 지금>

  • 서진호 IT 칼럼니스트
  • 입력 : 2017.11.20 16:34:45   수정 : 2017-11-20 16:5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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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테슬라 세미 트럭을 발표하는 일론 머스크 [사진 출처 : 테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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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지난 16일 테슬라가 세미트럭을 일반인들에게 첫 공개했다. 현장 반응은 폭발적. 월마트나 롭로우 같은 식품 유통 업체들도 이미 선주문을 해놓은 상태다.

사실 테슬라의 최근 분위기는 그닥 좋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지난달 테슬라가 모델3를 수동으로 제작하고 있다는, 다소 폭로에 가까운 보도를 내놓았으며 이후 500여명의 직원을 감원하기도 했다.
테슬라가 이번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여기저기서 엿보이고 있다.

나쁜 소식이 줄지어 터져나오자 미국의 수많은 투자가들과 모델3 예약자들은 테슬라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특히 모델3 생산이 늦어짐에 따라 재무 손실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좌시할 수 없는 문제다. 이것 때문에 테슬라가 지난 8월 발행한 정크 본드의 채권단과 잠재적 투자자들이 테슬라에 대한 신규 투자를 망설일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를 좋아하는 잠재 고객들을 한꺼번에 잃어버릴 수도 있다.

테슬라는 지난 2년 간 전세계에 테슬라 직영점을 오픈하는 데 중점을 둔 ‘스케일 아웃’ 정책을 벌여 왔다. 미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테슬라 자동차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또 상위 고급 모델인 모델S나 X에서, 모델3 처럼 저렴한 전기 자동차를 판매하기 위함도 목적 중 하나다. 국내에서도 2017년부터 매장을 두 개 오픈하고 수퍼 차저(전기 충전소)를 전국에 설치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테슬라가 들고 나온 카드는 전기 자동차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 침투하기 위한 ‘스케일 업’ 전략이다. 기가 팩토리에서 생산한 전기 배터리를 활용해 포트 트럭, 세미 트럭 그리고 로드스터 등 소비자들의 다양한 입맛에 맞추는 제품을 내놓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테슬라 세미 트럭은 기존의 소비자용 전기 자동차의 인간 운송 수단에서 기업 간의 물류 운송으로 범위를 확대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

발표 당일 일론 머스크는 세미 트럭이 한번 충전 시 최대 500마일(약 840Km) 주행할 수 있어 현존하는 모든 디젤 트럭보다도 주행거리가 더 길다고 말했다. 그동안 배터리 용량과 충전 시간 때문에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 시장을 ‘메가차저’로 불리우는 새로운 충전 포트로 개척함으로써 기술 혁신도 선도하고 있다.

400마일 충전에 걸리는 시간을 30분 정도로 줄이는 등 배터리 충전도 매우 빨라졌다. 디젤 트럭에 기름을 주유하는 데 약 15분 정도 걸리는 것과 비교해보면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다. 종합적으로 디젤 세미 트럭의 독보적인 존재인 벤츠에게 테슬라가 공격을 시작했다고 전문가들은 평한다.

그리고 테슬라가 로스엔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중간에 대규모 전기 배터리 수퍼 충전소를 40대 이상 확충하고 운전자 커뮤니티를 만들려고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풀렸다. 이 수퍼 충전소는 이른바 ‘미국판 기사 식당’으로 운전자들이 식사도 하고 쉴 수 있는 곳인데 이번 세미 트럭 발표로 퍼즐이 맞아 들어간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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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테슬라 세미 트럭 내부 사진 [사진 출처 : 테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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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는 전기차라서 제약을 두는 것에 타협하지 않는다. 세미 트럭도 기존 디젤 트럭보다 더 빠르고 안전하게 운전자의 경험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점은 실내 인테리어만 봐도 잘 나타나 있다. 단순한 미니멀적인 디자인 뿐만 아니라 트럭 운전자의 승하차시에 필요한 계단 접근성을 함께 고려했다.

또 두대의 15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로 운전대 좌우로 주행 속도와 주행 지도를 동시에 볼 수 있는 편의성과 함께 운전시 자율 주행을 위해 차량 대시 보드 부근에 카메라를 3대 장착하고 긴급 제동 시스템, 차선 이탈 경보, 자동차선 변경 시스템을 탑재해 장거리 운행에 따른 졸음 운전을 방지하고 있다.

국내도 마찬가지만 미국에서도 물류 수송은 장시간 운전 때문에 위험할 뿐만 아니라 하청이 꼬리를 무는 구조로 개인 사업자가 혼자 운전하는 경우가 많다. 테슬라는 바로 이같은 전세계 개인 사업자 운수 트럭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장에 진입하려면 물류 수송에 가장 필요한 도난 방지용 추적, 그리고 트럭 소유 회사의 운영 시스템과의 연계가 꼭 필요하다. 사실 이 시장은 테슬라 뿐만 아니라 우버와 아마존도 뛰어들고 있다. 우버는 우버 프레이트(Uber Freight) 앱을 통해 침대나 가구 발송시 물류 추적을 해결할 수 있도록 서비스화하고 있고 아마존은 아마존 배송시 택배 물건을 잃어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스크린 도어록까지 설치해 안전 배송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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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테슬라 로드스터 공개 현장 [사진 출처 : Electr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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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 트럭 발표로 관심을 한껏 끌어모았지만 사실 이날 발표회의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새 로드스터였다. 마치 애플이 신제품 발표 행사 때‘원 모어 씽’을 외치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신제품을 내놓는 것과 동일하다. 새로운 로드스터 2.0은 공개 직전까지 현장 참가자들을 포함해 아무도 몰랐기 때문에 취재진들의 이목을 한번에 집중시켰다.

로드스터 2.0은 얼핏 보기에 내부 인테리어는 어릴적 봤던 '전격Z 작전'의 키트와 닮았으며 외부 인테리어는 배트맨의 배트카와 비슷하다. 배터리 팩도 모델S 보다 두 배가 큰 200kWh로 한번 충전으로 620마일까지 운행할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스포츠카답게 60mph까지 제로백이 1.9초로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참석자들 모두 탄성을 지른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새 로드스터는 테슬라가 처음 전기 자동차를 개발 했을 때 나온 처녀작의 상징성도 있지만 그동안 미국 내 오픈 스포츠카를 선호하는 마니아층들을 겨냥한 것이다. 또 앞으로 페라리나 다른 수퍼 디젤 자동차들이 속속 전기차로 컨버전을 하려고 계획 중에 있는데 이들을 사전에 따돌리는 경쟁 우위의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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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테슬라 로드스터 2.0 프로토타입 [사진 출처 : Electr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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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테슬라가 위기에서 탈출하려면 뭐니뭐니 해도 지금은 모델3 생산이 관건이다.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은 테슬라에 대한 기대치(실망감)를 더욱 높게 만들 수 있지만 반대로 또 다른 생산 지옥을 야기시킬 수 있다. 실제로 발표가 끝나자마자 전 GM 회장은 테슬라가 지금 만들지도 못하는 것을 들고 나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필자는 아직 수많은 디젤 자동차의 전기 자동차 생산 계획은1-2대에 불과해 소비자 반응을 살펴보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특히 기가 팩토리의 배터리 생산량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의 생산량을 웃돌고 있어 테슬라의 경쟁 우위를 높여주고 있다.

사실 수많은 소비자들이 디젤 운송 수단에서 전기 운송 수단으로 바꾸려는 이유는 전기 운송 수단이 차값 등으로 초기 투자가 높지만 유지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점이 테슬라가 위기를 탈출 할 수 있는 포인트다. 터널을 뚫은 그의 하이퍼루프 아이디어처럼 모델3 대량 생산을 궤도에 올려 정면돌파하는 것이 앞으로 테슬라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할 수 있겠다.

[서진호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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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디바이스를 직접 사용하는 경험을 중시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에반젤리스트를 거쳐 현재 디자인 씽킹, 개발자 생태계 및 신규 스타트업 비즈니스 모델링 등에 관심을 두고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