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스타트업에 드리우는 ‘보이지 않는 손’

<안명호의 인공지능과 미래금융>

  • 안명호 딥넘버스 대표
  • 입력 : 2017.12.18 17:03:27   수정 : 2017-12-18 17:41:52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애덤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s)’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자유 방임주의 경제 체제에서 국가는 시장에 간섭하지 않고 치안과 국방을 담당하는 야경국가의 역할을 하며 국가가 시장의 흐름에 개입하지 않는 대신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 즉 가격에 의해 자동으로 효율성을 유지하게 된다.”

이 말에 따르면 보이지 않는 손은 효율성이라는 상태를 만들어내며 효율은 공급자와 소비자 상호의 이익을 적절히 확보해 양쪽다 어느 정도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평형상태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경쟁은 이러한 균형을 만들어내는 보이지 않는 손의 강력한 동력이다.
올 여름에 블록체인 스타트업에서 작성한 기술백서(Whitepaper)를 보면서 두번이나 놀란 적이 있다. 첫번째는 스타트업이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상당수의 기술백서가 수준미달이었기 때문이다.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어떤 기술을 쓰겠다는 것인지 등 기술백서라면 응당 있어야 할 매우 중요한 내용들이 잘 기술돼 있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백서는 기술 내용은 커녕 영혼없는 마케팅 계획을 포함해 그닥 중요하지 않은 내용들로만 도배돼 있기까지 했다.

두번째는 놀라움보다는 경이롭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데, 미흡해 보임에도 불구하고 펀딩 금액이 너무 컸다. 몇백억 단위는 흔했고, 몇천억 단위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펀딩 금액을 확인한 후 뭔가 큰 착각을 한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 기술백서를 다시 살펴보기도 했지만 대다수 스타트업은 처음 봤을 때의 평가를 뒤집기에 역부족이었다.

블록체인, 거품으로 가득찬 여름을 지나 지금은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거품이 존재한다고 생각한 것인 이때부터다. 특히 패리스 힐튼 - 우리가 잘 아는 그 패리스 힐튼이 맞다 - 이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투자했다는 광고를 트위터에서 보고 나서 거품이라는 판단에 확신을 가졌다. 몇백억원의 투자를 받는 데 기술백서, 홈페이지 등을 통해 미래비전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충분하기에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시도하고 있으며, 아울러 반갑지 않은 시도들도 마찬가지로 증가하고 있다.

2~3일만에 급조된 것으로 보이는 기술백서, 이에 비해 잘 디자인된 홈페이지, 그리고 투자자들에게 보여주는 용도 말고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공허한 메시지들로 채워진 블록체인 스타트업은 맘만 먹으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자체적으로 집계한 결과 지난 5, 6월이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의 거품이 최고조에 올랐던 시기가 아닌가 판단한다.

그러나 불과 6개월도 지나지 않은 지금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지만 이전보다 진화한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최근 등장하는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은 무엇보다 잘 설명된 기술백서를 기본으로 어느정도 개발된 결과물이 존재하는 것이 과거와의 차별점이다. 그리고 비지니스 연계를 위한 계획을 갖고 있거나 계획을 이미 실행중인 곳도 있다. 의도치않게 오해를 살 수 있어 해당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을 직접 소개하진 않겠다. 그러나 이들은 더이상 공수표가 아니고 실행하는 이들도 아마추어가 아니다.

산업 발전, 자금보다 사람이 먼저다

산업이 발전하려면 자금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비전을 만들고 구체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 해당 산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의 역량이 어떤 수준인지를 가늠해보는 것은 그 산업의 미래 예측에 많은 도움이 된다. 그동안은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아마추어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능력있고 경험많은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이 역량있는 이들을 업계로 끌어들이고 있으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우리 앞에 무엇인가 쓸모있는 것을 들고 나타날 것이다.

이제 애덤스미스가 말했던 보이지 않는 손에 기인해 적은 노력으로 넘치는 과실을 따먹을수 있던 시간이 점점 사라지고 많은 노력과 준비를 해야 과실을 취할 수 있도록 경쟁의 구도가 바뀌고 있다. 자본과 우수한 인재라는 강력한 힘은 ‘보이지 않는 손’을 블록체인 기술에 폭넓게 드리워 발전을 가속할 것이다. 새롭게 진입하는 이들은 경쟁의 규칙을 바꾸고 비전과 가치를 보여주면 사람들은 적절한 것을 선택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도태되는 진화의 사다리를 만들어 우리 모두에게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러한 흐름이 불과 1년도 되지 않는 기간에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은 아마도 블록체인 기술이 통념적인 생각보다 더욱 빠르게 우리 생활에 파고들 것이라는 예상을 낳는다.
이같은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은 블록체인, 그리고 가상화폐의 치명적인 약점인 ‘펀더먼털(Fundamental)’을 해결할 것이다. 그리고 블록체인기술을 재평가하는 계기를 만들어 낼 것이다.

인터넷이 과거 버블논란에 쌓였던 것처럼 블록체인도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인터넷은 그길을 천천히 걸어서 우리에게 왔지만 블록체인은 그 길을 뛰어서 올 것이다.

[안명호 딥넘버스 대표]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섬네일 이미지
안명호 에덴파트너스 대표 다른기사 보기
카이스트에서 소프트웨어를 전공하고 일본 인텔 에셋 보드 멤버, 사이버르네상스 CTO 등을 역임하고 통합전산센터 기술전문위원, 과제기획위원, 평가위원으로 활동했다. EdenChain이라는 3세대 스마트 컨트랙트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에덴파트너스의 대표로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