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마트폰, 중국에서 길을 찾으려면

<최형욱의 IT 차이나·유럽>

  • 최형욱 주한핀란드 무역대표부 수석상무관
  • 입력 : 2018.02.14 16:55:22   수정 : 2018-02-14 21: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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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중국 시장에서 날개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각종 시장조사기관이 발표한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2017년 4분기 현황을 보면 삼성전자는 시장 점유율 2% 전후로 중국의 메이주(Meizu), 지오니(Gionee) 등 현지 소규모 업체보다도 못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얼마전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LG전자는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다 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사실 LG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이미 0%에 가까워 시장조사기관의 보고서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두 회사 모두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이전의 노력 자체에도 문제가 있던게 아닌가 싶을 만큼 시장의 반응은 점점 냉담해지고 있다.

중국을 모르면 실패한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얘기할 때 제일 먼저 언급되는 요소가 바로 가성비다. 중국 현지의 대표적인 스마트폰 업체인 샤오미가 2013년 홍미를 시장에 처음으로 들고나오면서 전면에 내세웠던 경쟁 포인트이기도 하다. 이후 화웨이나 기타 다른 제조사들도 가성비가 높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앞다퉈 별도 브랜드를 만들고 별도 비즈니스 조직과 모델을 수립하고 제품을 개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가성비 우선 제품들은 박한 마진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이 막 보급되기 시작했던 중국 시장에 불을 지폈고 외산폰이 장악하고 있던 휴대폰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조금씩 점유율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이를 통해 전체 4억6000만대의 시장에서 대략 90%에 가까운 수치를 중국 업체들이 장악하는 결과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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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가성비 우선 제품의 시작을 알린 샤오미의 홍미 [사진 출처 : 샤오미]
초기 가성비 우선 제품이 나왔을때 대부분은 말도 안되는 가격 때문에 품질이 조악하거나 적자를 면치 못해 제품을 오랫동안 팔지는 못할 것이라 전망했다. 일부는 이러한 전략은 얼마가지 않아 회사를 망하게 할 수도 있다는 평가를 내기리도 했다. 하지만 분명한건 조금이긴 하지만 분명히 흑자를 낼 수 있는 마진이 있었다. 또 이를 완성시키기 위한 자신들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었다. 업체 하나 하나가 아닌 중국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생태계를 들여다 봐야만 알 수 있을 만큼 복잡한 구조였다.

유통 구조 역시 비슷했다. 2013년까지 통신 사업자나 대형 전자 제품 유통 업체를 통해 유통되던 제품이 3G나 LTE의 보급에 따라 모바일을 통한 온라인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하지만 대다수 외국 기업들은 미국, 유럽과 마찬가지로 통신 사업자를 통한 단말기 판매에 의존했다. 물론 통신사를 통한 보조금 지원 혜택도 받을 수 있었다.

한국 기업들 역시 이러한 유통 구조에 의존했기 때문에 온라인 유통이라는 중국 시장의 변화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온라인 유통을 위해 중국 기업들이 브랜드를 새로 만들고 새로운 운영 조직을 수립하는 것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전세계 시장에서 어느정도 검증된 브랜드에 대한 우월감이 있었다. 이로 인해 중국 기업들이 시장에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보고도 안이한 판단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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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초기 온라인 유통만 고집해 눈길을 모은 원플러스 [사진 출처 : 원플러스]
품질, a/s에서도 선제적 대응 실패

하지만 삼성전자의 갤럭시S나 LG전자의 G시리즈는 이미 중국 현지 업체들이 만드는 흔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중 하나로 전락했다. 중국에서 다른 경쟁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비싼 가격을 치르고 구매를 할 만큼 우위에 있는 제품이 아니었다.

사실 여기에는 중국 내에서 발생한 품질 문제가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스마트폰 초기에는 중국 시장에서 한국 스마트폰은 가격은 비싸지만 품질이 좋고 브랜드가 있는 좋은 이미지의 제품이었다. 하지만 중국인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2년 이상의 기간동안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제품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중국인들의 앱 사용 패턴의 문제였다.

중국인들은 대다수 앱을 바이두와 같은 검색 서비스에서 앱 설치 파일(apk)을 직접 내려받아 사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앱들에는 앱 서비스 회사가 만들어 놓은 백도어들이 있었고 사용자들의 데이터와 스마트폰 내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앱 서비스 회사로 보내도록 설계돼 있었다. 중국 현지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이런 문제들을 빠르게 인지했으며 개인정보 이슈보다는 스마트폰 체감 성능의 저하 이슈로 접근했다. 고로 자사 스마트폰에서 이같은 행동을 보이는 앱들을 강제 종료하거나 사용자에서 경고해 앱을 종료하도록 유도하는 기능을 집어넣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한국 업체들의 대응은 한발 늦었다. 결국 소비자들에게는 가격은 고가이지만 1년도 안돼 속도가 느려지고 멀쩡한 앱들이 갑자기 강제 종료되는 문제 투성이의 제품으로 인식됐다.

제품의 사후 관리에도 문제가 있었다. 베이징이나 상해와 같은 큰 도시는 문제가 없었지만 3 ~ 4선 도시 정도만 가도 제품이 문제가 발생했을 때 a/s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센터가 있는 곳이 많지 않았다. 물론 이러한 사후 관리 서비스의 문제의 원인은 유통 구조에서부터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판매 이후 중국인들의 불만을 적절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없었다. 어떤 곳은 스마트폰에 문제가 생겼을 때 수리하고 다시 받기까지 한달 가까이 걸리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는 중국 내륙의 중소 도시로 갈수록 심해져 중국인들에게 한국 제품은 가격은 너무 비싸지만 제품에 문제가 많고 사후 관리 역시 굉장히 불편하거나 거의 기대할 수 없는 일회성 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중국 사업의 기본부터 다시 시작해야

이제 중국 현지 업체들의 경쟁력은 내수 시장을 넘어 해외로 나가고 있다. 스마트폰 부품 기술의 성숙으로 제품간 차별화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스마트폰 보급이 포화 상태에 다다랐어도 연간 4억5000만대 수준이 판매되는 지구상 단일 최대의 시장이기도 하다.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시장을 그냥 포기하는 것은 너무나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 게다가 중국 현지 업체들의 해외 시장 진출을 견제하는 방법에서도 해외에서 하나 하나 대응하기보다 중국 본토에서 진검 승부를 벌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이미 냉담한 상태다. 연간 700만~800만대를 판매하는 삼성전자나 판매 집계조차 잡히지 않는 LG전자에겐 더 이상 뒤로 물러날 곳은 없다. 분명 지금까지 잘해왔던 것들이 있고 못했다고 평가받는 부분들이 있겠지만 이러한 부분들을 좀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냉정히 들여다 보고 중국 시장 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중국을 제대로 아는 것이 가장 먼저이자 전략 수립의 시작일 것이다.

[최형욱 주한핀란드 무역대표부 수석상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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